세르비안 삼총사, 유년기의 유고 내전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풋볼리스트] 정다워 기자= 최근 빠르게 K리그 클래식 무대에 적응하면서 경남FC 전력의 축을 이루고 있는 ‘세르비아 삼총사’ 보산치치(25), 부발로(23), 스레텐(28). 하지만 이들은 요즘 TV나 인터넷을 볼 때마다 들려오는 북한의 전쟁 위협 뉴스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세르비아에서 날아온 세 선수는 실제 전쟁을 경험한 세대다. 이들이 유년기였던 1990년대 중반, 발칸반도는 구 유고연방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내전에 휩싸였다. 세르비아는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코소보 등 인접 민족은 물론 미국, NATO(북대서양 방위조약기구) 등과도 전쟁을 치러야 했다.


미국이 전쟁에 개입해 세르비아를 폭격하던 1999년, 보산치치는 11살의 어린 나이였다. 그는 “당시 ‘루마’라는 작은 도시에 살았는데 폭격 공습 사이렌이 울리면 허겁지겁 가족들의 손을 잡고 지하 대피소로 뛰어가야 했다”고 당시의 공포를 회상했다. 스레텐 역시 비슷한 시기 베오그라드의 한 아파트에 살았는데 미국의 폭격이 있을 때마다 인근 기차 터널로 달려가야 했다.

당시 보산치치보다 2살이 어렸던 부발로는 더욱 생생한 기억이 있다. 베오그라드에서 약 20km 떨어진 동네에 살았던 부발로는 “길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던 중 머리 위 하늘로 로켓이 날아가고 폭격기에서 폭탄이 떨어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털어놨다.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성 발언이 이들에게 숨어있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 것이다.

보산치치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한반도의 상황을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면서 “가족이나 지인들도 전화가 오면 첫 대화가 ”한국 괜찮냐?“는 걱정이다”고 말했다. 가장 연장자인 스레텐은 “우리는 전쟁의 끔찍함을 너무 잘 안다”면서 “세상이 그 어떤 이유로도 전쟁은 일어나선 안 된다”면서 힘주어 말했다. 보산치치 역시 “전쟁은 생각하기도 싫다”면서 “남북 관계가 호전되었으면 좋겠고, 나아가 축구가 남북 평화에 한 역할을 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경남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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