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발은 무뎌져도, 품격은 여전했다.

디디에 드로그바와 베슬러이 스네이더르가 ‘선생님’ 주제 무리뉴 앞에서 건재함을 증명했다. 두 선수는 9일(이하 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튀르크 텔레콤 아레나에서 벌어진 레알 마드리드와의 ‘2012/2013 UEFA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갈라타사라이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탈락은 막지 못했지만, 두 선수는 팬들에 기쁨을 줬다.

예열에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두 선수는 전반 7분만에 ‘후배’격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선제골을 터뜨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전반전에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몸이 완전히 풀린 후반전에는 달랐다. 스네이더르는 후반 12분에 왼쪽 측면을 파고든 뒤 완벽한 왼발 패스를 내주며 엠마뉘엘 에부에의 동점골을 이끌어 냈다.

스네이더르는 후반 16분에 찾아온 완벽한 기회를 날리기도 했지만, 후반 25분에는 다시 반짝였다. 노르딘 암라바트의 패스를 왼발로 잡아 놓으면서 라파엘 바란을 무너뜨렸다. 스네이더르는 바란의 다리 사이로 공을 빼낸 후에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디에고 로페스마저 넘어섰다. 역전골이었다.

다음은 드로그바였다. 바란과 페페에 고전하던 드로그바는 후반 27분에 경기를 멈췄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암라바트의 빠른 땅볼 크로스를 오른발 뒤꿈치 슈팅으로 연결했다. 수비수와 골키퍼 그리고 동료들까지 모두 놀랐다. 드로그바는 모두가 흥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홀로 냉정함을 유지했다.

두 선수의 분전으로 갈라타사라이는 잠시나마 레알 마드리드를 누르고 4강에 진출하는 꿈을 꿀 수 있었다. 드로그바와 스네이더르는 스타플레이어가 어떤 것인지 완벽하게 증명했다. 1차전의 0-3패배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도 4강행 티켓을 받지 못했지만, 갈라타사라이팬들은 두 선수 덕분에 행복한 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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