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독수리슛으로 전북의 희망의 살린 에닝요

[풋볼리스트] 류청_기자=K리그 클래식 최고의 ‘킥마스터’ 에닝요(32, 전북)가 업그레이드 돼 돌아왔다. 에닝요는 전북의 시즌 초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에 탁월한 킥 능력으로 3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특히 우라와 레즈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연전에서는 모두를 경탄하게 만든 일명 독수리슛으로 잇달아 득점에 성공했다.

에닝요는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4차전에서 팀이 0-2로 끌려가던 후반 5분 추격골을 터트렸다. 코너킥 상황에서 양팀 선수들이 몰리며 페널티박스 왼쪽을 흘러나온 것을 그대로 오른발 인사이드로 강하게 때렸다. 공은 높게 솟아올라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간적으로 보면 크로스를 시도한 것이 운 좋게 골로 연결된 것 같지만 천천히 보면 의도한 슛임을 알 수 있었다. 에닝요는 우라와의 가토 골키퍼가 자신이 크로스를 올릴 것을 예상하고 앞으로 나와 차단하려고 한 것을 역으로 이용, 그대로 슛을 날렸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에닝요는 “노리고 찬 게 맞다. 골키퍼가 그런 상황에서 나온다는 걸 분석을 통해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에닝요는 지난 3일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서도 환상적인 골을 넣었다. 이동국의 패스를 받은 에닝요는 그때는 정반대인 페널티박스 오른쪽 모서리 지점에서 오른발로 때렸다. 그 슛도 전진해 있던 골키퍼의 키를 넘어 들어갔다. 전북의 극적인 3-1 역전승의 마지막 골이었다.


에닝요는 올 시즌 팀에 늦게 합류했다. 지난 시즌 말 피로골절 증세를 보였던 에닝요는 브라질에서 수술을 하고 치료까지 마친 뒤 3월 중순 한국으로 건너왔다. 30대에 부담이 큰 부상, 그리고 훈련량 부족까지. 전북 구단은 에닝요의 몸 상태가 올라오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수원과의 리그 4라운드 홈 경기에 처음 출전한 에닝요는 이어진 우라와 원정, 제주와의 리그 5라운드 홈 경기, 그리고 우라와와 치른 홈 경기에서 멋진 슛으로 3경기 연속 골을 터트렸다.

그의 가장 큰 무기인 킥은 한층 예리하고 파워가 더해졌다는 평이다. 이날 우라와전에서는 다양한 프리킥을 무회전킥, 감아차는 킥 등 자유자재로 연결하며 우라와 수비진과 골키퍼를 조련했다. 에닝요는 “수술 후 회복하는 동안 뛰지도, 걷지도 못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는데 그 덕분에 힘이 더 붙은 것 같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전북은 전반 시작 6분 만에 2골을 내주며 패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에닝요의 독수리슛에 의한 골이 희미해져 가던 희망을 살려줬다. 전북 선수단은 에닝요의 골로 용기를 얻었고 이후 상대를 몰아치며 후반 추가시간 서상민의 동점골로 2-2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에닝요는 “중요한 승점 1점이다. 포기하지 않은 전북의 투혼이 만든 극적인 결과다”라고 말했다.

이어서는 “ 골을 넣겠다는 생각만 갖고 뛰는 건 아니다. 골보다는 팀의 승리를 더 원한다”며 자신보다 팀을 우선시하는 입장을 보였다. 부상은 에닝요에게 고통은 안겨줬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돌아오면서 더 강력해진 킥과 팀을 우선시하는 마음가짐을 대신 선물로 줬다.

사진=전북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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