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성이 또 다시 함락됐다. 최근 홈 2연패를 비롯해 3연패. 문제는 결과만이 아니다. 포항 원정에서의 충격적인 0-5 패배 후 세경기에서 무득점 11실점. 난공불락의 요새였던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는 두경기 연속 0-3 완패를 당했고 수원 팬들은 거대한 충격에 빠졌다.

전북은 성전(城戰)을 외쳤던 수원을 완벽하게 무너트렸다. 1주일 전 경기를 치르고 체력적인 대비를 한 수원과 달리 전북은 수요일에 서울을 상대로 접전을 치른 터였다. 하지만 전북은 이동국, 김정우, 임유환, 최은성 등이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주며 최근 부진을 씻기 위해 무섭게 달려드는 수원을 차례차례 넉아웃시켰다.


이날 가장 주목 받은 선수는 루이스였다. 2007년 전북에 합류해 이동국, 에닝요 등과 함께 최강희 전 감독의 닥공 전술의 핵으로 활약했던 루이스는 이날 경기를 끝으로 UAE의 알 샤밥으로 이적하는 것이 확정된 상태였다. 떠나기 전 마지막 경기에서 동기부여가 사라진 것은 아닐까 우려가 들었지만 이흥실 감독대행은 “이 경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다. 멋진 마무리를 하고 떠날 것이다”라며 믿음을 보였다.

그 믿음 대로 루이스는 고별전에서 날아다녔다. 후반에 이동국에게 장기인 정교한 전진패스를 연결해 이승현의 추가골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막판에는 이승현의 크로스를 받아 직접 팀의 세번째 골을 만들었다. 골을 터트린 루이스는 상의를 벗어 던지며 포효했다. 경고를 받았지만 전북 팬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아름다운 선물이었다.

경기 종료 후 루이스는 자신을 연호하는 전북 서포터 앞으로 걸어갔다. 눈물을 흘리던 그는 가슴에 있는 전북의 엠블럼에 키스를 했다. 경기 후 그는 “전북에서 너무 행복했다. 이 팀은 내 마음 속에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눈물의 의미는 슬픔 반, 기쁨 반이었다. 전북에서 너무 많은 정을 선수들과 나눴고 팬들에게 사랑 받았다. 아쉽다. 하지만 전북이 1위를 달리고 있어 가볍고 기쁜 마음으로 나가 기쁘다”고 말했다.

반면 패한 수원은 침통한 분위기였다. 최근 2연패에 뿔이 난 서포터들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의 선수들을 질책하는 차원에서 “베짱이를 위한 응원은 하지 않는다”라는 걸개를 경기 전부터 걸어 보였다. 수원은 분명 앞선 두 경기 때와는 다른 투지와 활동량을 보여주며 결사적으로 항전했다. 하지만 공수 간격은 너무 벌어졌고 최전방의 날은 무뎠다. 오범석, 양상민이 빠진 양 측면은 전북의 날카로운 공격에 세 차례 무너지며 실점을 허용했다. 앞선 두 경기에서와 똑 같은 레파토리였다.

결국 후반 30분이 지난 시점부터 수원의 서포터 ‘프란테 트리콜로’는 가운데의 서포터들을 중심으로 등을 돌린 채 구호를 외쳤다. 그 구호는 “퇴진, 퇴진, 퇴진 윤성효, 빅버드 출입금지랍니다”, “이따위로 축구하려면 집에나 가라” 등이었다. 경기 초반 걸었던 걸개도 다시 올라왔다. 루이스의 세번째 골이 터지자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이미 지난 경남전에도 한 차례 윤성효 감독을 향한 안티 응원을 펼쳤던 분위기가 더 험악해진 것이다.

윤성효 감독은 험악해진 팬들의 분위기를 접한 뒤 말수가 더 짧아진 모습이었다. 경기 후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내가 부족해서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 팬들이 많이 응원을 해주시는데 그 기대치와 바람을 따라가지 못해 죄송하다”며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루이스에게는 아름다운 이별로 끝난 고별전이었다. 하지만 수원 팬들과 윤성효 감독 사이에는 안타까운 작별을 예고하는 전류가 감지된 한판이었다. 윤성효 감독에게 주어진 반전을 위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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