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치치의 장기 부상이 악재가 아닌 호재였던 것일까?

수원은 27일 빅버드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18라운드에서 이용래, 에벨톤C, 스테보의 골로 전남을 3-2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지난 강원 원정에서 4-1 승리에 이은 도 한번의 대승이었다. 같은 시간 열린 경기에서 광주를 꺾은 전북과 여전히 골득실에서 밀려 2위를 달렸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만난 윤성효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표면적으로는 한골 차의 신승 같아 보이지만 경기 내용에서 수원은 전남을 압도했다. 스테보의 쐐기골로 3-1로 앞서 나간 뒤에도 하태균, 서정진, 오장은 등이 공격을 이끌며 득점 기회를 계속 만들어냈다. 코너킥 상황에서 실점을 하며 한골 차로 쫓겼지만 공격적인 플레이를 지속했다.

특히 돋보인 것은 달라진 2선의 플레이. A매치 휴식기 전의 수원은 에벨톤C의 개인 전술과 라돈치치, 스테보 두 파워 넘치는 공격수의 파괴력에 의존하는 심플한 공격을 펼쳤다. 그러나 지난 강원전과 전남전에서는 4-2-3-1 포메이션을 가동, 다섯 명의 미드필더가 수시로 포지션을 변경하며 물 흐르는 듯한 연계플레이와 상대 수비에 혼란을 주는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현재 유로2012에서 전방 원톱의 강력함과 2선의 유기적인 플레이를 잘 혼용하고 있는 독일을 보는 듯 했다.

수원은 지난 20일 서울과의 FA컵에서 주전 공격수 라돈치치가 무릎 부상을 입어 2개월이 넘게 결장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스테보와 함께 공격을 책임지던 라돈치치가 전열에서 이탈한 것은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부분. 하지만 결과적으론 그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택한 플랜B가 수원에겐 긍정적 변화로 작용하고 있다.

윤성효 감독은 스테보나 하태균을 최전방 원톱에 세우고 2선에 에벨톤C, 오장은, 서정진을 세운다. 그 아래에는 박현범과 이용래가 서서 공수 밸런스를 조율한다. 이 중 변화의 바람은 오장은에게서 분다. 시즌 초 발가락 피로골절 부상으로 결장했던 오장은은 지난달 팀에 복귀했고 A매치 휴식기 후 선발로 기용되고 있다. 뛰어난 테크니션은 아니지만 많은 활동량과 다양한 포지션 소화, 날카로운 2선 침투 능력을 지닌 오장은은 나머지 네 명의 미드필더들과 시너지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윤성효 감독도 “라돈치치가 부상으로 나간 게 오히려 우리 미드필드 플레이가 살아나는 계기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전에는 파워에 비중을 둔 플레이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미드필드 자원을 많이 활용하니까 뒤에서부터 만들어 간다. 특히 오장은이 돌아오면서 2선에서의 활동 영역, 공격적인 플레이가 여럿 자오고 있다”며 그 부분을 인정했다.


오장은의 복귀 이후 보다 공격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이용래도 시너지 효과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시원한 왼발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기록하고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보여준 이용래는 “현범이와 장은이 형, 나는 모두 공격과 수비 양쪽에 장점을 갖고 있다. 내가 공격적으로 나가면 장은이 형이 내려가서 메워준다. 셋이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미드필드 플레이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수원의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미드필드 자원이 풍족하다. 기존 멤버에 UAE 사르자로 임대를 갔던 이상호가 돌아왔다. 8월에는 경찰청에서 제대하는 김두현도 합류한다. 풍부한 미드필드 자원의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최근의 전술 변화가 결국 후반기에도 키가 될 것이라는 얘기. 윤성효 감독은 “현재 박현범이 근육 부상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팀을 위해 참고 있다. 이상호와 김두현 같이 활용가치가 높은 선수들이 오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베스트 11이 활발하게 활약할 것이라 믿는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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