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예프(우크라이나)=서형욱] 이탈리아가 승부차기 접전 끝에 잉글랜드를 제치고 4강에 올랐다. 이탈리아는 120분간 슛팅을 35개나 퍼붓는 등 시종일관 우세 속에 경기를 펼쳤지만, 연장전이 끝날 때까지 단 한 골도 터뜨리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를 거쳐 4강에 진출했다.

전반전은 비교적 팽팽했다. 이탈리아가 더 높은 점유율과 더 많은 슛팅 찬스를 만들며 전체적인 우위를 보였지만, 잉글랜드의 간헐적인 빠른 공격은 이탈리아 페널티 박스 안쪽에 꾸준히 긴장을 불어 넣었다. 공격수들의 결정력 부족과 수비진의 작은 실수가 엿보였지만, 튼튼한 허리와 믿음직한 골키퍼가 지키는 두 팀의 진영은 그리 쉽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가 이탈리아 쪽으로 완전히 기운 것은 후반전부터다. 포백 앞에 위치한 피를로가 경기를 주무르고 전방의 발로텔리가 활발한 움직임으로 여러 차례 기회를 만들고 또 무산시키면서 이탈리아는 경기를 주도해나가기 시작했다. 잉글랜드는 깊숙히 내려 앉아 자기 진영을 조준하는 피를로를 직접 견제하는 대신, 수비와 미드필드 간격을 좁혀 피를로 앞에 배치된 세 명의 미드필더들을 교란하는 것으로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연장전을 거쳐 승부차기로 접어들었고, 이탈리아는 부폰의 선방과 피를로의 자신만만한 칩샷 등을 묶어 4-2 승리를 거뒀다. 당초 조별리그 통과도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 속에 8강까지 진출한 잉글랜드는 탄탄한 팀웍으로 4강 진출을 노렸으나 아쉽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 양팀 선발 선수 평점 및 촌평

잉글랜드 (4-4-2)
GK 조 하트 7 - 이탈리아의 소나기 슛팅을 잘 막아냈다. 데이빗 시먼 이후 주전 골키퍼 부재에 고민하던 잉글랜드는 이제서야 믿음직한 수문장을 만나게 됐다. 향후 최소 10년은 잉글랜드를 지켜줄 것이다.
RB 글렌 존슨 6.5 - 전반전 깜짝 오버래핑으로 팀에 활기를 불어 넣었으나 활약은 길지 못했다. 후반전부터는 경기 내내 센터백들과 엇비슷한 깊이에서 수비에 전념했다.
CB 존 테리 6.5 - 한 차례 큰 실수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안정감있게 수비를 이끌었다.
CB 조레온 레스콧 7 - 이탈리아의 슛팅 수는 많았지만, 대체로 박스 밖에서 이뤄졌다는 것을 주목하라. 특히, 공중전에서 잉글랜드 수비는 이탈리아 공격을 압도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레스콧은 잉글랜드 대표팀의 확고부동한 주전이 될 공산이 높아졌다.
LB 애슐리 콜 6.5 - 늘 그랬듯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고 특히 상대 오른쪽 수비수들의 오버래핑을 무리없이 막아냈다.
RM 제임스 밀너 6 – 전반 초반 좋은 움직임으로 상대 측면을 괴롭혔지만 전체적으로 잠잠했던 하루.
CM 스콧 파커 6.5 - 제라드와 함께 중원을 지켰다. 더 많은 수의 상대 미드필더들을 상대로 효과적인 차단 능력을 보였고 특히 공을 끊어낸 후 앞쪽으로 전진시킬 때에도 빼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후반전 급격한 체력 저하가 아쉬울 따름.
CM 스티븐 제라드 7 - 최고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제 몫을 수비로 한정시켜 팀에 기여했다. 이탈리아 공격의 흐름을 잘 예측해 움직였고 간헐적인 공격 때도 의욕적으로 대쉬했다.
LM 애슐리 영 6 - 역습의 힘이 필요했던 잉글랜드에게는 밀너와 영의 부진이 꽤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ST 웨인 루니 6 - 기대가 큰만큼 실망이 컸던 경기. 이탈리아 수비수들을 상대로 특유의 파워풀한 공격적 움직임이 실종됐다.
ST 대니 웰벡 5.5 – 왕성하게 움직이며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도 기여한 뒤 교체아웃됐다.

이탈리아 (4-1-3-2)

GK 지안루이지 부폰 8 - 전반전 글렌 존슨의 결정적인 찬스를 막아낸 것을 비롯해 명불 허전의 경기력을 펼쳤다. 승부차기 선방은 그 중 백미.
RB 이그나시오 아바테 6 – 중원에 밀집한 상대가 많은 경기였으니 좀 더 공격적이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CB 레오나르도 보누치 7 - 비교적 손쉬운 경기였을 것이다. 허리에서 우위를 잡은 경기여서 수비 라인이 비교적 여유로웠다.
CB 안드레아 바르잘리 7 - 상대 공격수와의 경합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선전했다. 돌아나가려는 루니의 움직임을 잘 제어했고 후반에 투입된 캐롤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LB 페데리코 발자레티 6 - 전반전에는 상대 오른쪽 라인의 돌파에 고전했지만 후반전 부터는 안정감을 되찾았다.
DM 안드레아 피를로 8 - 포백 앞에서 전체 경기를 조망하며 수 없이 많은 유효 패스를 뿌렸다. 종적인 패스보다는 횡적인 패스로 팀 경기의 방향을 설정했고, 간간이 앞으로 찔러주는 패스는 공격수가 골키퍼와 1대1로 마주하게 만들었다. 명불허전의 경기력을 펼쳤다.
MRC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6 - 연결자의 역할에 충실했고 간간이 침투를 시도했지만 비교적 무미건조했던 하루.
MC 리카르도 몬톨리보 6.5 - 다이아몬드의 꼭지점에서 활발하게 경기에 가담했다. 예측 불허의 패스로 상대 수비를 교란하는 등 유효한 공격 찬스를 많이 만들었다.
MLC 다니엘레 데 로시 5.5 – 앞선 경기들에 비해 움직임의 폭이 좁고 패스의 정확도가 아쉬운 경기였다.
ST 안토니오 카사노 6 – 날렵한 움직임과 영리한 볼 처리가 인상적이었지만 파괴력이 부족했다.
ST 마리오 발로텔리 5.5 – 여러 차례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 움직임은 가벼워 보였지만 문전에서 얻은 찬스를 매번 낭비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프란델리 감독이 계속 신뢰를 보내고 있어 다음 경기가 기대된다.

승부차기
 이탈리아   잉글랜드
O 발로텔리 1 O 제라드
X 몬톨리보 2 O 루니
O 피를로  3 X 영
O 노체리노 4 X 콜
O 디아만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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