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볼프스부르크(독일)] 윤진만 기자= 구자철(24, 볼프스부르크)은 지난 11일 독일 출국에 앞서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다른 포지션에서 활약하는 것이 혼란스럽다고 말을 해 이목을 끌었다.

소속팀 볼프스부르크에서 4-2-3-1 전술의 중앙 미드필더를 의미하는 아흐터(Achter, 8번)로 활약하는데 반해 크로아티아와의 A매치 평가전에선 수비형 미드필더 젝서(Sechser, 6번)와 공격수에 가까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체너(Zehner, 10번)로 번갈아 뛰었기 때문이다.

브라질 대표 출신 디에구의 존재로 선호 포지션인 10번이 아닌 8번의 위치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야 하는 소속팀, 전혀 다른 역할을 주문하는 대표팀 모두 그에겐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를 준 모양이었다. 당시 그는 "혼란스럽다. 2~3년간 해온 공격형 미드필더가 편하다"고 솔직 발언을 했다.

소속팀으로 돌아온 구자철은 14일 레버쿠젠-볼프스부르크전에서 디에구와 루이스 구스타부의 사이에서 8번 역할을 했다. 다른 날과 다른 점은 디에구와 같은 선상에 설 정도로 공격적으로 임했다는 것이다. 경기 후 그는 감독의 지시도 있었지만 내가 원해서 그렇게 한 것도 있다"고 했다.

자신의 선호 포지션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선수라면 누구나 그런 욕심이 있다. 그의 경우 지난 2년간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플레이메이킹 롤을 완벽히 소화한 터라 제주유나이티드 시절처럼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공격 마인드가 몸에 벤 것이다.

디터 헤킹 볼프스부르크 감독은 17일 폭스바겐 아레나 스타디움 옆 훈련장에서 오전 훈련을 마치고, '풋볼리스트'를 통해 "구자철은 매 경기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라며 "나는 그를 8번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7, 9(이상 측면 미드필더 또는 공격수), 10번으로도 뛸 수 있다"고 말했다.

붙박이 주전 디에구의 부상 결장이 아니라면 시즌 내내 8번으로 뛰게 하겠다는 뉘앙스다. 레버쿠젠전처럼 사실상 10번에 가까운 역할을 주문할 수도 있지만 수비 걱정은 하지 않고 공격에만 집중 하기엔 불안 요소가 많다. 리그 5경기 만에 벌써 두 개의 레드카드를 받은 구스타부는 못 미덥다. 현재로선 구자철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편이 나은 상황이다.

분데스리가의 전설 중 한 명인 차범근 SBS 해설위원은 레버쿠젠전을 마치고 구자철에게 "좋은 선수는 팀에 따라서 달라지는 포지션에 모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팀을 자신에게 맞추려 하지 말고, 자신을 팀에게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구자철은 17일 "선호 포지션이 뭐냐고 했을 때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것이다. 어디서 뛰느냐보다 어떻게 뛰느냐가 내게는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구자철이 전력질주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디터 헤킹 감독/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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