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단스크(폴란드)=서형욱] 독일은 다소 변화된 선발 명단을 들고 나왔다. 조별리그 내내 주전으로 뛴 공격진 세 명을 빼고 클로제(고메스), 슈얼레(포돌스키), 로이스(뮬러)를 괄호 안 선수들 자리에 과감히 기용한 것이다. 실패하면 만회가 불가능한 녹아웃 토너먼트, 그것도 8강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독일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선택이다. 4강 진출 쟁탈전을 4강 평가전으로 활용한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속팀에서와 달리 독일 대표팀에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두 젊은 선수를 윙포워드 자리에 과감히 선발로 내세운 것은 뢰브 감독의 용단이다.

이에 맞서는 그리스의 전략은 명확했다. 공격 숫자를 줄이는 대신 수비를 두텁게 쌓았다. 최전방 원톱에는 평소 측면에 배치하던 발빠른 살핑기디스를 내세웠고, 원톱 아래에 공격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대신 포백 앞에 미드필더를 한 명 더 넣어 견고한 방어벽을 구축했다. 4-1-4-1에 가까운 포맷에서 수비수 앞 1의 자리를 맡은 카추라니스는 독일 공격의 핵이라 할 외질을 주로 견제하며 수비적인 임무를 수행했다.

몇 차례 역습 허용을 제외하면 시종 경기를 압도하던 독일은 전반 종료 6분을 남겨두고 터진 필립 람의 기습적인 중거리슛 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 들어 집중력을 잃은 채 패스 미스와 마무리 부재로 흔들렸다. 최대 위기는 후반 10분 사마라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실점 6분 만에 케디라의 멋진 발리슛이 상대 골망을 흔들었고 다시 7분 뒤 클로제의 머리가 또 하나의 골을 추가하면서 사실상 승부는 결정났다. 주전 공격진에게 대거 휴식을 부여하고 신예들의 가능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8강전을 부분적인 평가전으로 소화한 뢰브 감독의 선택은 탁월한 것이었다.

이로써 그리스를 격파한 독일은 4강에서 잉글랜드-이탈리아戰의 승자와 만난다.

유로2012 8강 | 폴란드 그단스크
독일 4-2 그리스
- 득점자 | 람39' 케디라61' 클로제68' 로이스74' (이상 독일), 사마라스55' 살핑기디스89'PK (이상 그리스)

※ 양팀 선발 평점

독일 (4-2-3-1)

GK 노이어 6.5 – 비교적 바쁘지 않은 하루였지만 늘 그렇듯 안정적으로 골문을 지켰다. 전반전 순간적으로 수비가 뚫린 틈에 과감히 전진해 위기를 모면한 장면은 돋보였다.
RB 보아텡 6 – 대체로 무난했지만 사마라스에게 동점골을 내준 장면은 아쉬웠다. 케디라의 결정적인 골을 도왔다. 경기 막판에는 페널티킥을 내줬다.
CB 훔멜스 6.5 – 공격수를 따라 전진하거나 오프사이드 라인을 유지하는 데에 작은 실수가 있었지만 막판 사마라스의 찬스를 무력화시키는 등 여전히 안정된 수비를 펼쳤다.
CB 바트슈투버 7 – 훔멜스가 공격수를 따라 앞으로 나간 사이 빠져 나오는 공격수를 잘 차단했다. 든든한 방어벽의 중심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고 전진 패스도 좋았다.
LB 람 8 – 상대가 두껍게 쌓은 수비벽을 공격수들이 뚫지 못하고 있을 때 벼락 같은 중거리슛으로 해법을 제시했다. 공수에 걸쳐 변함없이 믿음직스러웠던 세계 최고의 왼쪽 풀백.
CM 케디라 7 – 상대가 공격 숫자를 줄인 틈을 타 과감히 공격에 가담하며 결국 귀중한 두번째 골까지 뽑아냈다. 폭넓게 움직이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CM 슈바인슈타이거 7 – 대회 개막 전까지 폼이 좋지 않아 우려의 대상이었으나 대회 내내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케디라-외질에게 중앙 공격을 맡긴 채 뒤를 지키며 이들에게 적재적소에 패스를 공급했다.
RW 로이스 7 – 외질, 클로제와 호흡을 잘 맞춰가며 여러 차례 상대 문전을 위협했다. 집중력을 유지한다면 뮬러의 자리를 위협할만한 공격수.
ACM 외질 8 –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스와 동선으로 독일 공격의 조타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패스로 빈 공간을 찾아낼 뿐만 아니라 밀집된 상대 수비 사이를 교묘하게 파고 들어 수 많은 찬스를 만들어냈다.
LW 슈얼레 6 –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유효한 플레이는 많지 않았다. 다소 겉도는 느낌을 줬고 몇 차례 성급한 마무리도 아쉬웠다.
ST 클로제 6.5 – 골을 넣는 것만이 원톱의 역할은 아니다. 노련한 베테랑답게 상대 수비진들을 끌고 다니며 외질에게 공간을 확보해주었다. 쐐기골까지 터뜨리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그리스 (4-1-4-1)

GK 시파키스 5 – 클로제 골 장면을 비롯해 대체로 타이밍이나 볼 처리 모두에 아쉬움을 남겼다.
RB 토로시디스 5.5 - 전반에 오른쪽, 후반에는 왼쪽 풀백으로 뛰었다. 양쪽 모두에서 효과적인 수비를 펼치지 못했다.
CB 파파스타토풀로스 6 - 중앙을 든든히 지키며 상대가 주로 측면을 노리게 만들었다. 선전했지만 4실점의 책임을 벗어 던지긴 어렵다.
CB K파파도풀로스 5.5 – 일대일 상황에서 너무 쉽게 덤비는 경향이 있다.
LB 차벨라스 5.5 – 로이스와 외질에게 번갈아 고전하다 하프타임에 교체 아웃.
DM 카추라니스 6 – 다소 수비에 치중하는 중앙 미드필더를 맡아 전반전에는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후반 들어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최선을 다했으나 외질을 상대하기엔 민첩함이 떨어진다.
CM 마코스 6 – 몇 차례 좋은 패스와 태클로 팀 플레이에 기여했지만 거기까지였다.
CM 마니아티스 - 6 전반에 중앙 미드필더, 후반에 오른쪽 풀백으로 뛰었다. 전반이 후반보다 나았다.
RW 니니스 6 – 한 차례 위협적인 돌파에 이은 공격을 선보였지만 수비 지원 능력이 떨어져서인지 일찌감치 교체아웃됐다.
LW 사마라스 6.5 – 모두를 놀라게 한 동점골의 주인공. 윙포워드로 출전해 역습 상황에서 여러 차례 볼터치를 했지만 대개는 무용지물이었다.
ST 살핑기디스 6.5 – 전반에는 원톱, 후반에는 우측 윙어로 활약했다. 사마라스의 골을 돕고 막판 PK를 성공시키는 등 제 몫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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