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조 역시 혼돈이다. 스웨덴이 일찌감치 2패를 확정하며 탈락됐지만, 남은 세 팀 간의 승부는 여전히 치열하다. 프랑스가 승점 4점으로 1위, 잉글랜드가 골득실에 밀려 2위, 우크라이나가 승점 3점으로 뒤를 바짝 쫓으며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지막 날의 승부는 1위와 4위, 2위와 3위가 맞붙는다. 외견상, 탈락팀을 상대하는 1위 프랑스가 유력해 보이지만, 아직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특히, ‘축구 종가’ 잉글랜드와 ‘개최국’ 우크라이나가 맞상대할 도네츠크에서의 승부는 D조 최종일의 백미다.

우크라이나 vs 잉글랜드 (20일 새벽 3시 45분 킥오프, 도네츠크 돈바스 아레나)

두 팀은 여러 번 만났다. 최근의 만남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이다. 홈 앤드 어웨이로 치러진 경기에서 두 팀은 각각 홈에서 승리를 거뒀다. 모두 한 골 차 승부였고, 우크라이나가 원정에서 골을 넣고 졌으니(1-2 패) 이 두 경기만 놓고 보면 우크라이나의 근소한 우세다. 하지만 해당 지역 예선에서 조 1위는 잉글랜드가 차지했다. 여하튼, 두 팀은 2009년 10월 우크라이나 홈에서 맞붙은 뒤 2년 8개월만에 다시 만난다. 당시 경기는 드니프로페트로프스키에서 열렸고, 우크라이나가 나자렌코의 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두 팀 모두, 당시 뛰었던 선수들이 여럿 포함되어 있다.

이 대결의 화두는 둘이다. 하나는 셰브첸코의 출전 여부, 둘은 웨인 루니의 복귀다. 셰브첸코는 이번 대회 초반,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잉글랜드 팬들에게 그는 첼시에서 실패한 뒤 낙향한 흘러간 스타지만, 한국 나이로 서른 일곱인 이 노장 스트라이커는 스웨덴전에서 홀로 2골을 몰아 넣으며 조국에 승리를 안겼다. A매치에서 그가 한 경기 2골을 넣은 것은 무려 8년만의 일이다. 게다가 2010/11 시즌에는 디나모 키예프를 이끌고 유로파리그 16강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탈락시키기도 했다. 잉글랜드와의 A매치에 이어 이 경기에서도 구세프와 함께 골을 넣은 셰브첸코는 그래서 잉글랜드에게 강한 면모를 갖춘 셈이다. 우크라이나와의 맞대결을 눈 앞에 둔 잉글랜드 팬들에게는 셰브첸코가 다시 첼시 시절의 노골첸코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그만큼 셰브첸코를 믿었던 우크라이나 축구팬들에게 문제가 생겼다. 셰브첸코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전에서 무릎을 다쳤던 셰브첸코는 다소 무리한 출장이던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부상 부위가 악화됐다. 브로힌 감독은 잉글랜드전을 앞두고 “셰브첸코의 출전 확률은 50대50”이라고 밝혔다. 보통 이 정도 멘트라면 출전이 유력하긴 하지만 어쨌든 셰브첸코의 몸 상태가 절정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반면 잉글랜드는 웨인 루니의 복귀로 한층 들떠 있다. 예선에서 쓸데없이 레드 카드를 받아 본선 조별리그 2경기(프랑스전, 스웨덴전)를 모두 쉬었던 루니는 우크라이나전이 이번 대회 첫 출전이다. 허술하다는 평까지 듣는 잉글랜드 공격진에 웨인 루니의 가세는 그야말로 천군만마다. 4년전 러시아가 지금의 루니처럼 앞선 2경기를 뛰지 못한 아르샤빈의 가세로 4강까지 올랐던 일을 기억하라. 잔뜩 독을 품었을 루니가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펼친다면 잉글랜드의 8강행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요정의 예상 | 잉글랜드 1-1 우크라이나
미뽀의 예상 | 잉글랜드 2-2 우크라이나

스웨덴 vs 프랑스 (20일 새벽 3시 45분 킥오프,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

이미 고배를 마신 팀과의 마지막 경기. 이건 복불복이다. 엄청난 행운이거나, 뜻밖의 불운이거나.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벨기에가 예선 탈락에 감독 경질까지 겪은 대한민국을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로 만난 때를 기억해보라. 스웨덴이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에 따라 이 경기의 품질은 달라질 것이다. 스웨덴에게 이번 경기가 갖는 의미는, 오랜 징크스를 깨는 것이 될 수 있다. 스웨덴이 프랑스를 꺾은 것은 1969년이 마지막이다. 무려 43년 동안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채 5무 6패의 성적을 거뒀다. 대회 성적과 상관없이 그 악순환의 고리를 깨고자 덤빈다면, 프랑스에게는 부담스러운 승부가 될 것이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프랑스는 스웨덴에 패하더라도, 만일 잉글랜드가 우크라이나에 승리하면 8강에 올라간다. 비기면 8강행 확정이다. 팀 분위기도 좋다.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과 독일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프랑스는 23경기 연속 무패(16승 7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유로2012에 참가하고 있는 팀들 가운데 가장 긴 무패 기록이다. 이번 대회 들어 경기력에 기복이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8강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만은 확실하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아넬카를 돌려보내려는 도메넥 감독의 조치에 항의해 몇몇 선수들이 훈련 참여를 거부했던걸 감안하면 최근 캠프의 기류는 확실히 기운차다. 반가운 소식도 있다. 미드필더 음빌라의 복귀가 유력하다. 몸놀림이 가벼운 공격진의 뒤에 음빌라가 가세한다면 프랑스는 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설 수 있다.

관건은 벤제마다. 원톱의 역할을 맡은 그는 매우 좋은 선수지만, 그에게 필요한 것은 연계 플레이가 아닌 골이다. 동료에게 골 기회를 열어주는 것도 필요한 덕목이지만, 이제 문전에서 직접적인 위협을 가함으로써 팀의 8강행을 이끌어야 한다. 상대 수비진의 집중 견제 속에 그가 제 몫을 완수해낸다면 프랑스는 8강을 너머 결승 진출까지도 내다볼 수 있다.

요정의 예상 | 스웨덴 1-2 프랑스
미뽀의 예상 | 스웨덴 1-3 프랑스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