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윤진만 기자= 열 아홉살에 분데스리가 무대에 데뷔한 박정빈(그로이트 퓌르트)이 선배 손흥민(22, 함부르크SV)에 이어 성공기를 쓸 조짐이다.

지난 1월 20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전을 통해 분데스리가에 데뷔한 박정빈은 지난 10일 호펜하임전에선 독일 진출 후 최초로 풀타임 출전했다. 0-3으로 패한 경기에서 측면 공격수로서 적극적인 돌파와 활발한 수비 가담을 선보여 독일 유력지 ‘빌트’로부터 팀 내 최고 평점인 3점을 받았다. 바이에른전에선 출전 시간이 짧아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기엔 짧았는데 이날은 후회 없이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볐다. 동료와의 협력 플레이 및 플레이의 적극성도 돋보였다. 이날 활약을 토대로 두 달 남짓 남은 시즌이 그에게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전망이다.

똘망똘망한 전주 소년 유럽으로
전주 출신의 박정빈은 전남드래곤즈 유소년팀 광양제철초, 광양제철중 시절 될성부를 떡잎으로 평가받았다. U-17 대표로 아시아 무대에서 굵직한 활약을 펼쳤고, 성공의 보증수표인 차범근 축구 대상(2007년)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남의 한 관계자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박)정빈이를 봐왔다. 똘망똘망했던 인상이 아직도 남아있다. 축구는 그때도 굉장히 잘해 칭찬이 자자했다”고 말했다. 박정빈은 2010년 광양제철고 1학년 중퇴 후 새로운 도전을 위해 손흥민이 뛰는 독일로 홀연히 떠났다. 윤석영(23, 퀸스파크레인저스), 지동원(22, 아우크스부르크), 이종호(21, 전남 드래곤즈)와 같이 전남 프로 구단을 목표로 한 학교 선배들과는 다른 길을 택한 셈이다.

롤 모델 리베리의 유니폼을 얻다
말로만 들었던 유럽무대. 생각보다 벽은 높았다. 볼프스부르크 U-19팀과 리저브팀에 머무르는 시간이 지속됐다. 성인 무대 데뷔전을 치르겠다는 꿈은 2년여가 지난 1월에야 이뤘다. 승격팀 그로이터 퓌르트가 손을 내밀었고 2014년 6월까지 임대 계약을 체결하면서 독일 1부 잔디를 밟았다. 상대는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 후반 44분 교체투입되어 3분 남짓 그라운드를 누볐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롤 모델로 삼은 프랑크 리베리를 비롯하여 슈퍼스타들과 한 무대에 섰고, 7만여 관중 앞에서 경기했다는 감격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닌 데뷔전이었다. 경기 후 리베리의 유니폼을 건네받는 보너스(?)도 얻었다. 이후 마인츠, 볼프스부르크, 함부르크전 교체 출전으로 마이크 뷔스켄스 감독의 마음을 훔쳐 호펜하임전에선 첫 선발 출전 후 풀타임 활약할 수 있었다.

강심장이 빚어낸 진짜배기
1월 임대 후 이토록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광양제철중 시절 김인완 현 대전 시티즌 감독과 함께 박정빈을 지도한 이정섭 현 전남 스카우트는 강한 정신력을 꼽고 있다. 그는 “정빈이는 개인기가 뛰어나고 양발을 모두 잘 쓰는 선수였다. 골 결정력도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며 “승부욕도 빼놓을 수 없다. 또래에 비해 심적으로 강했다. 경기장 위에선 누구보다 대담하고 냉정하다. 어린 나이에 해외에 나가 최근 경기까지 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정빈은 늘 선배 손흥민의 뒤를 따르고 싶다고 말한다. 이 코치에 따르면 그건 허망한 꿈이 아니다. 실력, 정신력, 성실함까지 갖춘 진짜배기 선수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손흥민 못지 않은 스타의 출현을 지켜보는 중일지도 모른다.

사진=박정빈/퓌르트 구단 페이스북-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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