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윤진만 기자= 첼시전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던 경기다.

퍼거슨 감독은 11일(한국시간) 첼시와의 FA컵 16강전에 웨인 루니를 선발 출전시켰다. 지난 6일 레알 마드리드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선발 제외되며 방출설까지 나돈 상황에서 루니를 필승조로 투입한 것이다. 칼링컵,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하고 프리미어리그와 FA컵의 ‘더블’ 우승을 노리는 팀 입장에선 루니의 경험과 한 방이 필요했다. 최근 5경기에서 골침묵한 로빈 판 페르시와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수비적 임무를 맡은 대니 웰백은 벤치대기했다.

루니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의 뒤를 받치는 섀도우 스트라이커로서 공격 2선에서 카가와 신지, 루이스 나니와 호흡을 맞췄다. 경기 초반부터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소하려는 듯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전반 4분 에르난데스의 선제골이 터지고 7분 뒤 날카로운 오른발 프리킥으로 쐐기골을 터뜨리며 주변의 기대에 부응했다. 경기는 후반 첼시의 연속 추격골로 2-2 무승부, 재경기를 하게 되었지만 이 경기의 조명을 한껏 받은 루니는 간판 공격수, 최고 연봉자다운 건재함을 과시했다.

영국 ‘런던데리 투데이’는 경기 후 “지난 일주일간 우여곡절을 겪은 루니가 마음고생을 터는 골을 만들었다”고 했고, ‘텔레그라프’는 “스스로 자신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는 걸 증명했다”며 평점 6점을 부여했다. 맨유 레전드 바비 찰튼경은 경기를 앞두고 “정확히는 모르지만, 루니가 레알 마드리드전에 결장한 것은 약간의 부상 또는 경기력 문제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곧 방출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억측을 경계하는 동시에 굳은 믿음을 드러냈다. 2015년 계약만료인 루니와 재계약을 하고 싶다는 퍼거슨 감독의 말도 단순한 사탕발림은 아니다.

이제 맨유가 남은 2개월여 동안 치러야 하는 대회는 리그와 FA컵이다. 리그는 10경기가 남았고, FA컵 결승까지 진출한다는 과정하에 최소 3경기를 치른다. 퍼거슨 감독이 올 시즌 남은 13경기에서 루니를 다시 한 번 벤치 대기시킬 가능성은 극히 적다. 1골 2도움하며 4-0 대승으로 이끈 사우스햄프턴전, 건재를 과시한 첼시전이 남긴 메시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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