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슈투트가르트전에서 일본인 오카자키와 상대하는 손흥민(왼쪽),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골대를 맞춘 박주영(오른쪽)

[풋볼리스트] 이민선 기자= 경기가 시작될 때는 나란히 벤치 신세였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는 희비가 엇갈렸다.

11일 새벽, 각각 교체로 출전해 리그 경기를 뛴 박주영(셀타비고)과 손흥민(함부르크) 얘기다. 둘은 소속팀 벤치에 앉아 경기를 시작했지만, 후반 교체로 투입되어 분주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박주영의 셀타비고는 레알 마드리드에게 패했고, 손흥민의 함부르크는 슈투트가르트 원정에서 뜻밖의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팀 성적과 두 선수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박주영은 팀이 패배했음에도 희망을 보았고, 손흥민은 팀이 이겼지만 함께 웃기엔 아쉬움이 컸다.

박주영은 후반 36분께 크론-델리 자리에 교체 투입됐다. 팀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2골을 내주며 1-2로 뒤져 있어 골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출전 시간은 짧았지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후반 44분,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절묘한 헤딩슛으로 연결했으나 아쉽게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져 나온 것이다. 천금의 기회가 무산된 박주영은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다. 박주영은 골이 들어가지 않자 그 자리에 고개를 떨구고 5초간 움직이지 않았다. 평소 냉정한 골게터로 알려진 박주영답지 않은 반응이었다. 그만큼 박주영에게 골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려준 장면이기도 했다. 경기는 그대로 셀타 비고의 1-2 패배로 끝났지만, 박주영에게는 패배가 아니었다. 비록 절호의 찬스에 골을 성공시키지는 못했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한 방'이 있는 선수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향후 보다 중용될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반면, 손흥민은 '뜻밖의' 교체 출전으로 우울한 주말을 보냈다. 11일 새벽 슈투트가르트 원정 경기에 나선 함부르크의 토르스텐 핑크 감독은 주전 공격수 손흥민을 벤치에 앉힌 채 경기를 시작했다. 핑크 감독의 선택은 손흥민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주전 투톱인 손흥민과 루드넵스는 지난 2월 9일 도르트문트전에서 나란히 2골을 터뜨린 뒤 마치 서로 합의라도 한 듯 한 달 간 득점이 없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핑크 감독은 루드넵스를 원톱으로 한 선발 명단을 내면서 손흥민을 벤치에 앉힌 것이다. 손흥민은 후반 후반 25분 아오고를 대신해 투입되었지만 큰 활약은 없었고, 함부르크는 후반 5분에 터진 루드넵스의 결승골을 잘 지켜 1-0 승리를 거뒀다. 도르트문트전 2골 이후 맨유와 첼시 이적설에 휩싸이는 등 유럽 전역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손흥민에게는 또 한 번의 아픈 무득점이었다.

두 선수의 소속팀은 다음 주말 중요한 승부를 치른다. 승리를 반드시 따내야 하는 상대와 만나기 때문이다. 박주영의 셀타 비고는 리그 최하위 데포르티보와, 손흥민의 함부르크는 구자철-지동원이 속한 아욱스부르크와 상대한다. 다음 주말에는 둘이 엇갈린 아쉬움이 아닌, 함께 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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