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뭐해?”라고 물었을 때 “그냥 집에 있을 건데”라고 하면 으레 연민 어린 눈빛이 돌아온다. 왜죠? 왜때문이죠? 크리스마스에는 꼭 약속이 있어야만 할 것 같고, 누군가를 만나야만 할 것 같은 언제부터인지 모를 사회적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고자, 우리(?)는 즐거운 나의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니, 이 노래들과 함께 강같이 평화롭고 거룩한 성탄절을 보낸다. 혼자라도 아름다운, 혼자라서 아름다운, 이러나 저러나 아름다운 당신을 위한 노래…


1. Bee Gees – How Deep Is Your Love (토요일 밤의 열기 OST, 1977)

1977년 발매되자마자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곡이다. 달달하고 달달한 사랑 노래인데, 가사를 잘 들어보면 좀 피곤하다. 네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자꾸 알려달라고 보채는 내용이다. 현실 연애에서 이러면 곤란하지 않겠나. 어쨌든 이 노래가 불러오는 따뜻하고 보송보송한 기분은 성탄절 날 혼자 잠에서 깰 때에도 유효할 것이다. I know your eyes in the morning sun~


2. Eagles – Please Come Home For Christmas (동명 싱글, 1978)

원곡은 1961년 찰스 브라운이 불렀다. 크리스마스만 되면 생각나는 영화 <나 홀로 집에>의 OST에도 같은 곡이 수록돼 있어 익숙한 멜로디일 것이다. 여러 가수가 재해석했지만 이글스 버전이 가장 담백한 느낌이다. 본격 쓸쓸한 팝캐롤. 캐롤을 들으며 멜랑꼴리해 지는 마음을 표현한 캐롤.


3. jtL– Santa Baby (Love Story, 2002)

H.O.T.의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이 결성한 3인조 프로젝트 그룹 jtL이 2002년 겨울에 내놓은 스페셜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크리스마스에도 맘껏 나다닐 수 없는 연예인의 고충을 담고 있는 다채롭고 귀여운 노래다. 하지만 중간쯤에는 2002년에 있었던 ‘미군 장갑차 사건’을 다룬 매우 시사성 짙은 내용도 포함돼 있다. 클린버전은 CD에서만 들을 수 있다.


4. 송소희 – 태평가 (얼쑤 아름다운 樂 콘서트, 2015)

평소에도 괜히 기분이 좋지 않거나 막연한 걱정이 머릿속을 맴 돌 때 이 노래를 들어보라. 방콕족에게 특히나 추천하는 이유는 아트블록이나 색칠놀이 등 혼자놀기 할 때 들으면 그렇게 마음이 편안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러 명창들의 소리도 좋지만 국악소녀 송소희 양의 깡깡한 목소리가 특히 신이 난다.


5. 이스턴사이드킥 – 다소 낮음 (The FIRST, 2012)

훈남 인디밴드 이스턴사이드킥의 1집에 수록된 곡이다. 은근히 신나는데, 또 은근히 슬프다. 원룸 자취방에 사는 젊은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누워서 멍하니 텔레비전 보다 혼자 웃고, 누군가 자취방 문을 여는 기대를 해봤다면…


6. 갤럭시 익스프레스 – 난 아무것도 아닌데 (Wild Days, 2010)

크리스마스에 별 거 안 해도 된다. 아무 것도 안 해도 된다. 괜찮다. 탈진을 부르는 록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 오빠들이 응원한다.


7. Guns N’ Roses – Sweet Child O’ Mine (Appetite For Destruction, 1987)

불후의 밴드. 불후의 명곡. 늦은 오후 텔레비전 소리도 귀찮아질 때쯤, 전주의 기타리프만으로도 아드레날린이 거룩하게 퍼진다. 후반부 기타 솔로에서는 에어 기타 퍼포먼스를 꼭 해줘야 한다.


8. 크라잉넛 – 밤이 깊었네 (하수연가, 2001)

한국 인디밴드 1세대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펑크밴드 크라잉넛. 크라잉넛의 노래는 일단 신나지만, 마냥 신나지만은 않는 마력이 있다. ‘밤이 깊었네’는 후반부로 갈수록 크라잉넛 특유의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시적인 가사가 와 닿는 곡이다.


9. 신해철 – 하숙생 (The Songs For The One, 2007)

1965년 원로가수 최희준의 히트곡.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했는데, 그 중 신해철의 곡을 골랐다. 신해철의 굵직한 목소리를 감싸는 브라스 연주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안 그래도 철학적인 가사가 신해철의 목소리로 흘러나오니… 슬프다. 마왕 보고싶다.


10. 장필순 – 난 항상 혼자 있어요 (Sonny Seven, 2013)

작년 ‘연말에 들으면 더 연말 같은 노래’에서도 꼽았던 곡인데, 홀로 보내는 크리스마스에도 빼놓을 수 없다. 필순언니가 따뜻하게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며 2015년의 크리스마스를 떠나 보낸다. 이불 밖은 위험해.

글= 권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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