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 기자에게 책을 선물 받았다. 받자 마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을 남기지 않은 이유는 읽기 뒤 독후감을 올리는 편이 더 좋겠다고 생각해서다. 나 역시 몇 권의 책을 내고 선물했을 때, 잘 받았다는 이야기 보다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른 뒤 잘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더 기분이 좋았다.

대한민국의 ‘축구 글쓰기’에 장인이 있다면 류청 기자일 것이다. 축구클럽의 문장을 통해 역사를 풀어낸 그의 첫 번째 책 '유럽축구엠블럼사전(2014, 보누스)'은 이 책을 위한 예고편에 불과했다. ‘축구는 사람을 공부하게 만든다(2014, 브레인스토어)’는 축구를 주제로 쓴 ‘한국어’ 책들 가운데 가장 성의 있는 문장을 보여주는 책이다.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를 놓은 듯 수 많은 고심 끝에,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과 개성을 입힌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멋 부리기에 집중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축구 인문학 답사기’라는 부재가 달린 이 책은 ‘축구’와 ‘인문학’ 그리고 ‘여행’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 중 어느 하나도 소홀하지 않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때를 알고 있는데, 예정일 보다 출간일이 훨씬 늦어진 것은 그가 시간에 쫓겨 대충 원고를 넘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책을 덮은 뒤 알 수 있었다.

앞서 이야기 했듯 저자는 축구와 인문, 여행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스탄불,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등 많은 이들이 찾는 여행지에서는 축구와 관계 없이 여행 그 자체가 주는 감상을 전해주면서도, 도시의 축구 이야기를 어색하지 않게 담았다. 다마스쿠스, 광저우, 모나코 등 방문 기회가 많지 않은 나라의 답사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영국의 도시에서는 축구에 집중한 이야기를 충분히 들을 수 있다. 사이 사이에 담은 도시의 역사를 딱 지루하지 않은 수준까지 여행과 축구 사이에 녹여 냈다.


사진/ '축구는 사람을 공부하게 만든다'의 피렌체 편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글귀가 많았다. 책을 읽고 신혼여행지에 피렌체를 추가했다.

수 많은 도시를 발로 걷고, 그러면서 느낀 감성을 한 줌도 흘리지 않고 담아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저자는 도시에 대해 많은 것을 공부하고 직접 확인한 뒤 자신의 생각과 문장으로 풀어냈다. 그 안에는 저자가 보고, 읽고, 들으며 감명을 준 영화, 책, 음악의 이야기가 함께 있다. 이 책 안에 저자 류청의 삶이 있다. 책이 주는 울림에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책 한 권을 다 읽는 일은 요즘 들어 쉽지 않아 졌다. 다 읽은 뒤 남는 감상은 책 마다 다르다. ‘축구는 사람을 공부하게 만든다’를 읽고 든 생각은 뿌듯함이다. 책은 공부가 됐다. 여행도, 글도, 역사도 그리고 축구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여행과 공부, 그리고 축구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그 뿐 아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 책 안에 올컬러로 수록되어 있다. 저자가 전문 사진 기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놀랄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자신이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들로 전시회를 열었을 정도로 사진에도 뛰어난 실력자다. 저자는 멀티플레이어다.

저자인 류청 기자는 이미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가장이다. 정신 없이 돌아가는 사회 생활이, 그를 7년 전 처음 봤던 때 보다는 피곤해 보이게 만든 것 같다. 매주 빼놓지 않던 축구도 지금 그의 일상에는 없다. 하지만 그가 쓴 책에는 그의 이름처럼 여전한 ‘푸름’이 있다. 아직 청년 류청이 이 책 안에 살아 숨쉬고 있다.

‘축구는 사람을 공부하게 만든다’를 쓴 기자 류청은 동료를 공부하게 만든다. 류청과 같은 기자가 한국 축구계에 있다는 것은 독자들은 물론 동료 기자들에게도 축복과 같은 일이다. 축구에 관심이 없는 여행자들에게, 여행에 관심이 없는 축구 매니아들에게, 혹은 그저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것이 버거워 선뜻 독서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들 모두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글=한준

:: 축구 기자 한준이 축구만 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축구가 밥을 먹여주지만, 축구 밖의 세상을 통해 자랐다. ‘한준의 이건 아닌데’는 한준 기자의 축구 세상 밖 이야기의 편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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