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장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공상과학 영화 ‘인터스텔라(2014)’를 봤다. 몸도 마음도 지쳐 극장을 찾지 못한 지가 오래다. 간만에 퇴근 후 ‘집에 누워 쉬자’는 유혹을 뿌리칠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그렇듯 예측을 불허한다. ‘메멘토’부터 ‘다크나이트 시리즈’, ‘프레스티지’와 ‘인셉션’ 등에 이르기 까지 서사와 상상력에서 언제나 만족감을 줬다. 미래와 우주를 다룬 ‘인터스텔라’는 그 놀라움에 정점을 찍었다.

내가 본 ‘인터스텔라’는 교육영화였다. 우선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물리학과 우주과학에 대해 기본적인 이론적 지식이 없는 이들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영화를 만들었다. 영상과 연출, 대사를 통해 텍스트로 접했더라면 지루하고 머리가 아팠을 정보를 소개한다.

이는 가히 혁명적인 일이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의 이론을 토대로 한 ‘인터스텔라’는 앞으로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더 쉽고 빠르게 어려운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스텔라’가 보이는 교육적 기능은 ‘이론’에만 그치지 않는다. 가족애와 인류애, 인간의 도덕성에 대한, 어떻게 보면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서사 구조는 윤리학적으로 가르침을 준다. 그 어떤 도덕 교과서 보다 이 영화를 푹 빠져서 감상하는 것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가치관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대의를 위한 희생의 폭력성에 대해 가슴을 울리기도 한다.

만들어낸 그래픽이라고는 생각이 들기 어려울 정도로 실감나게 우주 공간과 행성을 그린 ‘인터스텔라’는 인간의 기술과 더불어 인간미를 잃지 않는다. 앤 해서웨이의 눈부신 미모와 더불어 집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요즘 반드시 ‘극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운다.

인터넷 강의와 사이버 학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인터스텔라’는 영화와 극장이 교육과 학교의미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 만으로도 별점 5개 만점에 50만개를 줄 수 있는 영화다. 놀란 감독에게 다시금 박수를 보낸다.

:: 축구 기자 한준이 축구만 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축구가 밥을 먹여주지만, 축구 밖의 세상을 통해 자랐다. ‘한준의 이건 아닌데’는 한준 기자의 축구 세상 밖 이야기의 편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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