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2004)
감독: 미셸 공드리
주연: 짐 캐리(조엘), 케이트 윈슬렛(클레멘타인)

옥·달의 선택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영화다. 뜨거운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주제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기발한 장치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미셸 공드리의 작품답게 ‘기억 지우기’라는 소재로 독특한 연출을 시도했다. 보통 영화가 좋으면 사운드트랙도 좋은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노래를 활용해 배우들의 감정과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극대화했다. 공드리의 어느 작품과 마찬가지로 영상미도 환상적이다.

Track #1 Mr. Blue Sky_Electric Light Orchestra(ELO)

이 노래는 사실 영화 예고편에만 나온다. 정작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음악인데?
맞다. 예고편에도 나오고 TV 광고 배경음악으로 여러 번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ELO라는 그룹에 주목하고 싶다. 이 그룹은 1970년대를 풍미한 영국의 밴드다. 사실 당시에는 퀸이나 레드 제플린 같은 위대한 음악가들이 많이 나왔다. ELO는 이들에 비해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음악성만큼은 뒤지지 않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한다.

1977년 나온 노랜데 개인적으로 촌스럽게 들리지 않은 것을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획기적인 음악이다. 전자기타, 베이스, 전자피아노에 오케스트라가 함께 다니면서 연주한다는 자체가 당시로선 혁명적인 일이었다. 지금 시대 관점에서 봐도 스케일이 굉장히 큰 음악이다. 그렇다고 어려운 음악은 아니다. 듣기 편하고 경쾌한 노래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두루 겸비한 곡으로 볼 수 있다.

노래 안에서 변화가 심하다.
사용된 악기도 많고 당시로선 흔하지 않게 전자음이 많이 포함됐다. 2분 50초 정도부터는 콰이어까지 등장한다. 노래에 사용된 장치가 많이 변화가 심할 수밖에 없다. 사실 처음에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다른 노래 2곡을 듣는 줄 알았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색깔이 많이 다르다.

제목을 보면 여 주인공의 머리 색깔이 떠오른다. 실제로 클레멘타인은 영화 속에서 파란 병에 담긴 술 ‘봄배이’를 즐겨 마신다.
아 그런가? 멜로디 자체가 경쾌해서 클레멘타인의 캐릭터가 떠오르기도 한다. 어떤 의도로 사운드트랙에 포함됐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엘이 클레멘타인의 파란 머리를 보며 즐거워하는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노래다.

Track #2 Theme_Jon Brion

가사가 없는 노래다.
개인적으로 정말 사랑하는 노래다. 가사는 없지만 멜로디만으로도 마음을 흔든다. 일반적으로 헐리우드 영화에서 들을 수 있는 웅장함이나 화려함은 없지만 영화에 맞게 키치한 느낌이 든다.

가사가 없는 노래는 오히려 악기나 멜로디에 집중이 더 잘되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만들기 어려운 노래 같은데?
맞다. 연주곡은 더 섬세해야 한다. 디테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이 노래 같은 경우는 피아노 멜로디가 고상하다. 고상하다는 뜻이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정말 그렇다. 콘트라베이스가 받혀주는 영향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악기다. 과거 내가 만든 노래에도 사용한 적이 있다.

이 노래를 만든 존 브라이언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터널 선샤인에 앞서 ‘매그놀리아(1999)’, ‘펀치 드렁크 러브(2003)’ 같은 독특한 영화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적이 있다. 사실 앞선 영화들에서도 내놓은 음악이 독특하다.
그 영화들은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이다. 브라이언은 확실히 대세를 따르는 ‘주류’는 아니다. 비주류에 가까운 것 같다. 사용하는 악기나 멜로디 라인 자체가 독특하다. 그러면서도 스토리 라인을 따라 들리는 음악 하나하나가 의미 있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뮤지션이다.

영화 도입부에 등장하는 음악이다. 조엘이 아침에 일어나 열차를 타고 몬타크 바다에서 클레멘타인을 만나는 장면까지 이 노래가 흐른다.
영화를 몇 번 봤는데 첫 신에 나오는 이 노래가 몰입감을 더하는 것 같다. 보통 영화에서 첫 5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지 않나. 조엘에게 감정 이입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Track #3 Everybody gotta learn sometimes_Beck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운드트랙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인기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장소 중 한 곳이 호수다. 이 노래는 호수 이미지가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다. 나는 영화를 보고 조엘이 우는 ‘짤’을 바로 저장한 하기도 했다. 짐 캐리가 영화 찍기 전 우울증을 앓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우는 장면이 더 슬퍼 보였다. 극적인 감정을 극대화한 노래다.

벡의 목소리는 남자가 듣기에도 매력적이다.
뮤지션으로서 매력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다. 음악적인 스펙트럼이 넓다. 기타만 치는 게 아니라 프로듀싱, 편곡 능력도 매우 뛰어나다. 비주류에 가깝지만 다양한 시도로, 이를테면 샬롯 갱스부르(프랑스 뮤지션)와 콜라보레이션 싱글을 내서 히트를 시키기도 했다. 같은 뮤지션으로서 배울 점이 많고 평소에 많이 듣는다. 솔로 뮤지션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활용을 잘 한다. 신비로우면서도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고, 분위기도 있고. 외모도 음악과 들어맞는 느낌이다. 40대지만 남자로 보일만한 섹시함도 겸비했다.

‘모두가 언젠가는 배운다’는 가사가 꼭 사랑에 서툰 조엘에게 하는 말 같다.
관점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조엘처럼 지질하게 보이는 사람도 매력적일 수 있다고 본다. 사실 누구나 추해진다. 깊은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지질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영화가 좋다. 헤어진 연인의 감정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다. 결국 우리들 모두 실수를 반복하며 사랑을 배우게 된다. 조엘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에게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마지막 질문. 기억을 지운다는 장치가 있다면, 해볼 생각 있나?
싫다. 누구나 한 번은 생각해볼 수 있는 소재지만 현실에 있다면 하지 않을 것 같다. 두렵지 않나. 그리고 아직은 그렇게 지우고 싶은 나쁜 기억이 없다.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나. 좋은 기억만 있다면 불안해질 것 같다.

히든트랙: 이터널 선샤인에 우리의 노래가 들어간다면?

박세진의 선택: 하얀(2013년 2집 WHERE 수록곡)

기억을 지우는 것을 알고 조엘이 무의식 속에서 도망가는 장면에 어울리는 노래다. 눈 내리는 느낌이 난다. 듣기만 해도 추워진다. 특히 바다에서 침대 위에 누워있는 장면에 어울린다. 슬프지만 평온한 느낌이 든다. 우리 빼고 다 정지되어 있는 느낌도 난다. 영화에 들어가도 잘 어울릴 것 같다.

김윤주의 선택: 보호해줘(2011년 1집 28 수록곡)

앨범 버전 말고 드라마 버전을 추천한다. 가사가 너무 좋으니까 추천해야겠다, 영어로 바꾸면 좋겠지만... 마지막에 기억을 지울 때 바다에 다시 가는 장면에서 떠오르는 노래다. 난 개인적으로 그 장면이 가장 슬펐다. 서로 완전 사랑했는데 아예 모르는 사이가 돼버리지 않았나. 영원히 함께하며 서로 보호해줄 것 같았던 사람들이 헤어진 게 너무 슬프다.

글= 정다워

'사운드트랙'은 영화만큼 중요한 영화음악에 대한 수다다. 정다워가 묻고 옥상달빛 박세진이 답한다. 첫 번째 수다엔 특별히 김윤주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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