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손흥민(토트넘홋스퍼)은 한때 꿀벌들을 만나면 유독 강해지는 선수였으나 잉글랜드 이적 후엔 힘이 빠졌다. 아직 보루시아도르트문트를 상대로 한 경기가 더 남았다. 명예회복 여부는 두 팀의 선발 라인업이 나오는 순간 짐작할 수 있다.

토트넘은 1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을 치른다. 1차전 원정 경기에서 0-3으로 대패했기 때문에 정규시간 안에 3-0으로 이겨야 연장전으로 들어갈 수 있고, 네 골 차 이상으로 승리해야 정규시간 안에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 극히 어려운 상황이다.

토트넘에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유럽 대항전 홈 경기에서 절대 강세를 보여 왔다는 것이다.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 홈 경기에서 4전 전승을 거뒀다. 홈 무패 기록은 2014/2015시즌부터 시작돼 7승 2무 동안 지속됐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부임 이후 홈에서 지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특히 가장 최근인 지난 2월 26일 세리에A 강호 피오렌티나를 상대로 3-0 승리를 거뒀다는 점은 도르트문트전 역전 가능성을 높이는 기록이다.

문제는 이 경기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느냐 여부다. 지난 1차전도 비주전 선수들이 대거 투입됐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토트넘은 도르트문트전 사흘 뒤인 21일 본머스전을 치른다. 본머스전 경기 시간이 더 이르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기 간격은 만 3일에 못미친다. 본머스가 최근 3연승하며 EPL 13위까지 도약했기 때문에 토트넘으로선 마냥 쉬운 상대로 치부하기도 힘들다. 토트넘은 리그 일정이 8경기 남은 가운데 승점 5점차인 레스터시티를 따라잡아야 한다. 유로파리그보다 EPL이 중요한 상황이다.

일정은 토트넘이 이번에도 전력을 다할 수 없게 만든다. 전력의 절반만 아끼는 로테이션 시스템이 아니라 해리 케인, 델리 알리, 무사 뎀벨레, 에릭 다이어 등 정상 전력을 발휘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선수들을 모두 빼는 로테이션 시스템이 유력하다.

토트넘이 비주전 선수들을 내보낼 때 가장 큰 타격이 있는 건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중원 장악과 공격 전개 능력이다. 토트넘의 수비와 공격을 잇는 미드필드는 다이어, 뎀벨레, 알리가 모두 뛸 때 최상의 조합으로 위력을 발휘한다. 다이어는 3선에서 수비진으로 내려가고, 뎀벨레는 측면이나 2선으로 이동하고, 알리는 2선을 토대로 1선부터 3선까지 아우른다. 이들의 조합이 절묘하다. 셋 중 둘 이상이 선발 출장하지 않으면 경기력이 크게 저하되는 경향이 있다. 지난 1차전에서 0-3으로 대패한 것도 세 핵심 미드필더를 모두 뺀 대가였다.

대역전 가능성은 낮지만 이와 별개로 손흥민에겐 의미가 있다. 손흥민은 지난 1차전에서 선발 출장했으나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은 뒤 후반 31분 소득 없이 교체됐다. 경기 전 ‘양봉업자’라며 큰 기대를 모았으나 실제 활약상은 크게 못미쳤다. 독일분데스리가 시절 함부르크와 바이엘04레버쿠젠을 거치며 도르트문트전 6경기 5골을 기록했던 것과는 달랐다.

손흥민 앞에 놓인 또 하나의 난관은 요즘 도르트문트가 유럽에서 가장 뚫기 힘든 팀이라는 것이다. 도르트문트는 전반기에 다득점 다실점 성향이 강했으나, 겨울 휴식기 이후엔 분데스리가 9경기 2실점, 유로파리그 3경기 0실점, DFB포칼 1경기 1실점으로 총 13경기에서 단 3골만 내주는 경이적인 수비력을 갖게 됐다.

1차전 결과를 뒤집긴 힘들지만 2차전 자체를 좋은 경기력으로 진행할 순 있다. 그러려면 손흥민이 도르트문트에 강하다는 좋은 징크스를 부활시켜야 한다. 도르트문트 역시 토트넘전 사흘 뒤인 21일에 아우크스부르크와 독일분데스리가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일정 면에선 토트넘과 같은 상황이다.

결국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과 토마스 투헬 도르트문트 감독이 로테이션 시스템을 얼마나 큰 폭으로 가동하느냐에 따라 두 팀의 경기력이 달라지고, 손흥민의 득점 확률도 바뀐다. 특히 도르트문트가 실험적인 전술로 수비 조직력을 스스로 무너뜨릴 경우 손흥민에겐 득점에 필요한 공간이 주어진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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