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베스트 11끼리 싸울 땐 유벤투스의 조직력이 더 강했다. 그러나 후반전에 선수가 한 명씩 교체되며 경기 시작시의 계획이 헝클어지자 바이에른뮌헨의 저력이 압도적이었다.

17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15/2016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에서 바이에른뮌헨이 유벤투스에 4-2 승리를 거뒀다. 지난 1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뒀기 때문에 바이에른이 8강에 진출했다.

알레그리 : 완벽한 ‘바이에른 무력화 작전’

1차전 홈경기에서 4-4-2 포진으로 2-2 무승부를 달성해 호평 받았던 유벤투스는 2차전 원정 경기를 통해 더 확실한 바이에른 견제책을 마련했다. 해답은 파이브백에 기반한 5-4-1이었다. 파울로 디발라의 부상, 마리모 만주키치의 컨디션 난조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공격수를 줄인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 수비 전술이 돋보였다.

유벤투스의 파이브백은 비대칭형이었다. 오른쪽 윙백 스테판 리히슈타이너는 오른쪽 미드필더 후안 콰드라도의 지원을 받으며 측면 수비를 진행했다. 바이에른의 프랑크 리베리를 리히슈타이너와 콰드라도 사이에 가둬 드리블을 시작할 시간과 공간을 주지 않았다.

왼쪽 수비는 양상이 달랐다. 왼쪽 윙백 알렉스 산드루, 원래 왼쪽 풀백이지만 이날 센터백처럼 배치된 파트리스 에브라가 함께 측면 수비를 맡았다. 바이에른이 더글라스 코스타를 활용해 측면 공격을 시작하면 산드루와 에브라가 두 개의 드리블 방향을 모두 막아 원천 봉쇄했다. 코스타가 공을 받기 전에 아예 일찍 붙어 백패스를 유도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에브라는 전반전 호수비의 핵심 멤버 중 하나였다. 일종의 잉여자원으로 배치된 에브라는 측면 수비를 지원할 뿐 아니라 미드필드에 빈 공간이 생기면 앞으로 전진하고, 수비진 동료인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자리를 비울 때 이 자리를 커버하는 등 자유롭게 움직였다. 위치는 수비진 중 중앙이 아니라 왼쪽에서 두 번째였지만, 일종의 스위퍼처럼 활약했다. 전반전의 높은 기여도를 감안하면 나중에 역전 과정에서 수비 실책을 저지른 것도 면죄부를 줄 만했다.

유벤투스의 미드필드는 콰드라도를 제외한 세 명 모두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까웠고, 이들은 뒤로 물러나기보다 번갈아 전진하며 압박했다. 주로 폴 포그바와 자미 케디라가 넓은 공간을 누비며 압박하고 에르나네스는 뒤에서 자리를 지켰다.

바이에른 특유의 측면 공격을 봉쇄한 것이 비대칭 파이브백의 힘이라면, 바이에른의 유연한 패스워크를 무의미하게 만든 건 유벤투스의 수비 조직 역시 유연했기 때문이었다. 수비진과 미드필드에 충분한 수비 숫자를 확보한 유벤투스는 바이에른 선수가 좋은 위치 선정을 할 때마다 번갈아 따라붙어 막아냈다. 나머지 선수들은 빈 공간을 메우며 조직을 유지했다.

공격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반전에만 두 골을 넣은 건 알바로 모라타의 맹활약 덕분이었다. 만주키치처럼 체격이 크고 디발라처럼 드리블이 가능한 모라타는 이론상 두 명을 모두 대체할 수 있지만 실제로 해내긴 어려운데, 이날은 해냈다. 모라타가 수비 5명을 자신에게 끌어당겨 놓고 콰드라도의 두 번째 골을 어시스트한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절묘한 마무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 오심으로 무산된 장면도 있었다.

펩 : 완벽한 벤치 멤버의 활용

과르디올라 감독은 조금씩 바이에른의 측면 공격을 강화해 나갔다. 바이에른의 강력한 측면 공격이 전반전 내내 침묵하자, 후반전 시작과 함께 전문 풀백 후안 베르나트를 투입했다. 베르나트가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자 후반 15분엔 사비 알론소를 빼고 윙어 킹슬리 코망을 투입했다. 코망은 팀이 왼쪽 공격을 전개할 때조차 무조건 오른쪽 측면에 딱 붙어서 공을 기다리며 집요하게 돌파와 크로스만 노렸다. 코망의 크로스는 그 자체로 훌륭한 공격 옵션인 동시에 유벤투스 수비진을 좌우로 벌리는 기능도 했다.

결국 오른쪽 크로스에서만 두 골이 터졌다. 전반전보다 견제가 줄어든 코스타의 크로스를 레반도프스키가 한 번, 코망의 크로스를 뮐러가 한 번 더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과르디올라 감독 특유의 패스 연결도,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파괴적인 돌파도 아니었다. 먼 거리에서 날린 크로스가 바이에른의 가장 위협적인 무기였다. 이 경기 전반전의 슈팅 횟수는 7대 6으로 바이에른이 근소한 우세에 그쳤으나, 후반전엔 15대 5로 완벽하게 압도했다.

부진한 리베리를 빼고 연장전에 티아구 알칸타라를 투입한 건 바이에른의 우월한 전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미 유벤투스 수비진은 발이 무뎌져 있었고, 리베리를 뺀 뒤에도 바이에른은 충분히 위협적인 크로스를 날릴 수 있었다. 바이에른의 크로스를 유벤투스 수비진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을 때 알칸타라는 추가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선수였다. 마지막엔 산뜻한 컨디션의 코망이 지친 보누치를 드리블로 제치고 쐐기골을 터뜨렸다.

펩이 적절한 교체를 세 번 감행해 네 골을 만들어내는 동안 알레그리 감독이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조르조 키엘리니의 부상 공백을 안고 원정을 떠난 알레그리 감독의 벤치는 얇았다. 후반 23분부터 차례로 케디라를 빼고 스테파노 스투라로, 모라타를 빼고 만주키치, 콰드라도를 빼고 로베르토 페레이라를 투입했는데 모두 지친 선수를 같은 포지션의 선수로 바꾸는 교체였고 경기력은 주전보다 떨어졌다.

주전 윙어들로 측면 공격이 잘 전개되지 않자 윙어를 더 투입해 유벤투스 측면에 과부하를 유도한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택은 단순하지만 효과적이었다. 바이에른은 11명이 아닌 18명의 총합을 볼 때 더 우월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고,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 힘으로 8강에 올랐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
손흥민, 올림픽 대표로 보낸 이유는?
[히든트랙] 女대표, 올림픽 탈락보다 두려운 ‘허술한 미래’
[人사이드] 홍명보의 고백 ① “의리로 뽑은 선수는 없다”
[CSL FOCUS] 홍명보의 항저우, 스자좡에 패…한국 감독 무승
'치차리토 멕시코 대표팀 친구' K리그 데뷔전 임박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