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유벤투스는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준우승팀이지만, 바이에른뮌헨엔 전력상 한 수 아래로 평가된다. 그런데 핵심 포지션마다 부상자가 잔뜩 생겼다면 승률은 더 낮아진다.

유벤투스의 상황은 이렇다. 주전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 부상, 주전 미드필더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부상, 주전 공격수 파울로 디발라 부상. UCL 16강 1차전에서 2-2로 비겼기 때문에 17일(한국시간)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리는 원정 2차전에서 승리하기만 하면 8강에 오를 수 있다. 모든 스포츠는 열세에 처한 쪽이 뒤집을 때 더 흥미롭다는 대원칙에 따라, 유벤투스가 줄부상에도 불구하고 바이에른을 꺾을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 본다. 억지일까?

키엘리니 없어도 되는 이유 : 포백도 잘해요 + 루가니가 있잖아요

유벤투스의 주전 수비진은 키엘리니가 레오나르도 보누치, 안드레아 바르찰리와 함께 이루는 스리백이다. 키엘리니의 부재시엔 어쩔 수 없이 포백이 가동된다. 선택지가 줄어들었다는 면에선 물론 손해다.

그러나 어차피 지난 1차전에서 바이에른과 무승부를 거둘 때도 키엘리니는 없었다. 유벤투스는 지난 2014/2015시즌 바르찰리와 키엘리니가 돌아가며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포백을 기본 포진으로 구사했고, 결과적으로 UCL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포백으로도 유럽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정 스리백이 간절하다면 다니엘레 루가니를 투입하면 된다. 2014/2015시즌 엠폴리로 임대돼 세리에A 전 경기를 소화하며 경고를 한 장도 받지 않았던 루가니는 이탈리아의 미래를 짊어진 센터백 유망주다. 이번 시즌 선발 출장은 3회에 불과하지만 가장 최근인 11일 사수올로전에서 보누치, 바르찰리와 함께 스리백을 형성해 무실점 수비를 해냈다. 포백으로 경기를 시작한 뒤 선제골을 넣으면 스리백으로 전환하는 것이 유벤투스 특유의 운영이다. 교체 투입용으론 루가니도 자격이 충분하다.

마르키시오 없어도 되는 이유 : 사실 1차전에서도 썩…

마르키시오는 유소년팀 출신 선수로서 성실하고 리더십 있는 미드필더다. 왕년의 공격 재능을 희생하고 철저한 팀 플레이어로 변신, 미드필드의 중심을 잡고 있다. 마르키시오가 전력에서 제외된다면 분명 타격이다.

그러나 막상 바이에른과의 16강 1차전에서는 전반전이 끝나자마자 교체 아웃되는 신세이기도 했다. 대신 투입된 에르나네스가 훨씬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시즌 전반적인 기여도에선 마르키시오가 훨씬 위지만, 바이에른을 상대할 때만큼은 에르나네스가 더 어울린다는 걸 간파한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의 선택이었다. 마르키시오는 상대 압박을 직접 이겨내는 볼 키핑, 미드필드 중앙에서 공을 몰고 전진하는 드리블 등 불리한 팀의 미드필더에게 필요한 능력이 부족하다. 에르나네스는 안정감이 떨어지는 대신 좀 더 모험적인 플레이를 수행할 수 있다.

유벤투스는 지난 1차전 당시 전반전에 0-1로 뒤쳐졌고, 에르나네스가 투입된 뒤 2-2 무승부를 만들었다. 이번에도 마르키시오의 공백을 지울 가능성은 충분하다.

디발라 없어도 되는 이유 : 모라타가 해 줄 거야

디발라만큼은 대체하기 쉽지 않다. 유벤투스는 수비력이 장점이고, 안정감을 중시하는 알레그리 감독의 성향상 수비 위주의 운영을 할 것이 유력하다. 발이 빠르고 허를 찌르는 플레이가 가능한 디발라는 역습 상황에서 두 명 몫을 할 수 있는 공격수다.

리그에서 후보 신세인 알바로 모라타가 UCL에서만큼은 디발라보다 나은 선수일 수도 있다는 점이 희망이다. 모라타는 지난 시즌 UCL에서만 5골을 몰아치며 이미 유럽 무대 경쟁력을 증명했다. 바르셀로나, 도르트문트, 레알마드리드 등 강팀 상대로 골라 득점하며 큰 경기일수록 힘을 냈다. 이번 시즌에도 난적 세비야, 맨체스터시티를 상대로 골을 터뜨렸다. 현재까지 단 2골이지만 팀내 UCL 최다 득점자에 해당한다.

1차전에서도 디발라와 교체 투입됐던 모라타는 골 대신 도움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후반 31분 헤딩 패스로 스테파노 스투라로의 극적인 동점골을 이끌어 냈다. 지난 경기에서 디발라가 맡았던 전진과 돌파를 후안 콰드라도가 충분히 책임져 준다면 모라타는 ‘UCL의 사나이’ 다운 문전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다. 마침 바이에른은 하비 마르티네스, 제롬 보아텡, 홀거 바트슈투버 등 능숙한 센터백들이 일제히 부상으로 빠져 있다. 모라타는 전문 수비수가 아니라 다비드 알라바나 조슈아 키미히 등 미드필더가 본업인 선수를 상대하게 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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