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월드컵보다 화려하다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가 오는 6월에 개막한다. 개막을 100일 앞둔 시점에서 ‘풋볼리스트’는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유로 2016’를 착실히 준비할 수 있는 연재를 시작했다. 각국의 준비상황과 화두 그리고 문제점을 언급한다. <편집자주>

전문 스트라이커가 없는 제로톱 전술은 현대 축구의 흐름 중 하나다. 과거엔 스트라이커들이 오롯이 골을 넣는 데에만 집중하면 됐다. 축구는 단 한 골에도 승패가 갈릴 수 있는 종목이라 정통 스트라이커가 각광받았다.

오늘날은 다르다. 골만 넣을 줄 아는 공격수를 바라지 않는다. 압박 축구가 흥행하면서 공격수들에게는 탈압박 능력이 강조되고 있다. 골에만 특화된 공격수를 선호하는 시대가 아니다. 최전방에 위치한 공격수도 수비에 가담해야 하고, 페널티 박스 밖에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통 스트라이커는 선호 대상이다. 득점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가짜 9번(제로톱의 전방)’이 대세지만, ‘진짜 9번’의 골 결정력을 따라가진 못하는 이유에서다.

스트라이커들에게 더 많은 능력을 요구하면서 9번 공격수는 실종됐다. 현대 축구에선 정통 스트라이커를 찾기가 어렵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지금 독일엔 1970~1980년대에 독일 공격을 대변했던 ‘독일산 폭격기’ 게르트 뮐러 같은 선수가 없다. 2000년~2010년대 초반에 활약하며 월드컵 역대 개인 최다 골(16골)을 기록한 미로슬로프 클로제도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했다.

요아힘 뢰브 독일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부재를 절감했다. 서둘러 대안을 생각해야 했다. 제로톱 카드를 꺼낸 배경이다. 전술의 변화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통했다. 독일은 가장 중요했던 G조 1라운드 포르투갈전서 제로톱 카드를 꺼냈다. 뢰브 감독은 토마스 뮐러, 메수트 외질, 마리오 괴체를 전방에 포진시켰다. 뮐러가 원톱 역이 가능하긴 하지만, 스트라이커 유형이 아니라는 점에 집중해 외질, 괴체와 수시로 위치를 바꾸도록 주문했다. 독일 공격진이 미드필드 진영까지 내려가자 상대 수비수들은 본래 역할을 잃었다. 자신이 막아야 할 주요 선수가 사라지면서 혼란을 겪기 시작했다. 수비수가 무리해 독일 공격을 쫓다보니 문전 앞 공간이 생겼다. 독일은 포르투갈의 균열을 노려 침투했고, 골대 앞으로 쇄도하는 선수에게 공을 내줌으로써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독일의 패턴은 포르투갈전 2-0 승리로 연결됐고, 이후 경기들서도 효과를 내면서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제로톱으로 흥한 독일이었지만, 지금은 제로톱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부정적 결과는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직후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6’ 예선에서 드러났다. 대표적인 경기가 2014년 10월 12일(한국 시간) 열린 폴란드전이었다. 이 경기서 독일은 0-2로 패했다. 클로제가 은퇴하고 마리오 고메스, 마르코 로이스, 외질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원인도 있었다. 좌우 측면은 안드레 쉬얼레와 카림 벨라라비가 채웠다. 그러나 효과가 떨어졌다. 공격이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득점 기회도 줄었다. 자연스레 스트라이커의 부재가 대두됐다. 폴란드 골키퍼인 보이치에흐 슈치에스니 골키퍼의 활약도 무시할 순 없었다. 하지만 독일로선 좀 더 날카로운 슈팅을 때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독일이 22개의 슈팅을 시도하고도 한 골도 넣지 못한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뢰브 감독은 경기 후 ‘로이터’ 등 외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득점 기회를 낭비했다”고 말했고, 수비수 마츠 훔멜스는 “패배의 원인은 간단하다. 골을 넣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갈증을 느끼는 득점력에 비해 2선 자원은 만족스럽다. 괴체, 외질, 괴체, 로이스 등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벨라라비, 쉬얼레, 율리안 드락슬러, 일케이 귄도간, 토니 크로스 등에게도 기회가 돌아간다. 독일의 2선 능력은 파괴적이다. 공간 침투와 전방 압박, 그리고 문전으로 찔러주는 패스가 강점이다. 그러나 이를 받아줄 이가 없어 아쉬움이 크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유로 2016 본선을 앞두고 독일에 대해 프리뷰하면서 “2선 능력은 뛰어나다. 하지만 마지막에 해결해 줄 이가 없다. 클로제 이후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본선에서 보다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선 골을 넣어 줄 선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스트라이커 부재는 ‘2015/2016 독일 분데스리가’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분데스리거 중 최다 득점자(26라운드 기준)는 바이에른뮌헨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폴란드, 24골)다. 바로 뒤엔 보루시아도르트문트의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가봉, 22골)이 있다. 독일 출신의 선수는 5위권 내 바이에른뮌헨의 뮐러(19골)가 유일하다. 4위는 바이어04레버쿠젠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멕시코, 14골)가, 5위는 묀헨글라드바흐의 하파엘(브라질, 15골)가 차지하고 있다.

골 잘 넣는 뮐러지만, 그는 중앙보다 측면에서 더 강하다. 뮐러는 유로 예선에서 총 아홉 경기를 소화했다. 그중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배치된 게 다섯 번이었다. 5경기서 터진 골은 7개다. 페널티킥 한 골을 제외해도 6골이다. 3도움까지 더하면 공격 포인트만 9개다. 측면에서 움직이다 문전으로 침투하는 이동이 좋았다.

현 상황에서 독일이 정통 스트라이커를 찾긴 어렵다. 알렉산더 마이어(프랑크푸르트, 12골)와 U-21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케빈 볼란트 등이 대안이 될 순 있겠으나, 강력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우승을 목표로 하는 독일이 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지금의 제로톱을 강화하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지금의 제로톱을 더 세밀하게 가다듬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독일이 느끼는 한계를 벗어나긴 어렵다.

글= 문슬기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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