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맨체스터(영국)] 김동환 기자= ‘별들의 전쟁’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로 유럽은 뜨거웠다. 무패행진을 거듭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첼시가 파리생제르맹에 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고, 벤피카는 제니트를 꺾고 8강에 안착했다.

같은 시간.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챔피언스리그를 즐기는 관중으로 가득 찼던 ‘꿈의 극장’ 올드트라포드는 적막이 흘렀다. 퇴근을 재촉하는 맨유 직원들이 발걸음이 이어질 뿐이다. 11일(현지시간)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유로파리그 16강 1차전이 있고, 18일에는 2차전이 올드트라포드에서 펼쳐지지만 들뜬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맨유와 리버풀은 잉글랜드 북서부 최고의 명문 구단이다. 양팀의 대결은 세계 최고의 더비 중 하나로 꼽힌다.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지만, 무대는 유로파리그다. 어쩌면 유로파리그 8강을 향한 문턱에서 좌절하는 것 보다 서로에게 패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수 있는 대결 구도다.

맨유는 29라운드까지 13승 8무 8패로 리그 6위를 기록 중이다. 리그 성적만으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한다면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가질 수 있지만, 만만한 대회가 아니다. FA컵까지 병행하는 입장에서 걱정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맨유보다 더욱 큰 근심에 쌓인 것은 ‘맨체스터’다. 50만 안팎의 인구로 영국에서는 인구 순위 6위에 해당하지만, 상공업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런던과 버금가는 도시로 평가 받고 있다. 여기에 ‘관광’이라는 산업이 더해졌는데, 가장 큰 축이 바로 맨유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은퇴 후 성적 변화의 폭이 이어졌고,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성적 역시 예전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단순히 생각하면 하나의 대회를 덜 치르는 것에 불과하지만 맨유 뿐만 아니라 맨체스터시(市)가 받는 타격은 어마어마하다.

맨체스터에서 챔피언스리그 경기가가 펼쳐질 때 마다 ‘호황’을 누린다는 택시기사 다니엘 제임스씨는 온가족이 맨시티의 팬이다. 하지만 “제발 맨유가 챔피언스리그에 복귀해 준결승까지만 딱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펼쳐지면 올드 트라포드로 향하는 그에게 맨유는 좋은 ‘밥줄’이었다.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펼쳐지면 유럽 명문 구단의 팬들이 몰려온다. 한 경기에 적게는 몇 백 명에서 많게는 2~3천명까지 이른다. 전세계에서 찾아오는 팬들도 많다. 챔피언스리그, FA컵, 리그컵을 막론하고 맨유의 홈 경기가 많이 펼쳐질수록 맨체스터와 올드트라포드를 찾는 ‘세계인’들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단 하루 동안 맨체스터를 찾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2~3일을 지낸다. 먹고, 자고, 마시고, 제임스의 택시를 탄다.

맨유의 ‘이웃’ 맨시티가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을 노리는 상황이지만, 맨유와는 ‘급’이 다르다는 것이 제임스의 말이다. 그는 “만수르가 경기장까지 트램을 건설하는 탓에 택시기사들의 수입은 오히려 줄었다. 기본적으로 관광객은 맨유를 먼저 찾는다”며 “맨시티에 아무리 관광객이 많이 와도 트램을 타면 된다. 택시 기사 입장에서는 맨유가 챔피언스리그에서 부진해 수입이 줄고, 만수르의 트램 때문에 수입이 줄었다. 한 달에 몇 백 파운드(100파운드=약17만원) 수준이다. 원망스럽다”고 덧붙였다. 맨체스터의 택시는 1,000대(2015년 기준)가 조금 넘는다. 제임스가 처한 상황과 별다르지 않다.



올드 트라포드 앞에 멋지게 들어선 ‘호텔 풋볼’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맨유의 전설인 게리 네빌,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등이 자금을 모아 친정 30초 거리에 호텔을 세웠다. 축구와 맨유를 테마로 했다. 옥상에는 풋살장도 마련했다. 경기가 펼쳐지는 날이면 빈 방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리그컵에서 조기 탈락하며 시즌 경기 수가 줄었다.

다른 팀들의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펼쳐진 9일, ‘호텔 풋볼’이 보유한 134개 객실의 공실률은 절반 이상이었다. 유로파리그를 통해 원정 팬들이 맨유를 찾지만 미트윌란과의 경기에서는 경기장 조차 가득 채우지 못할 만큼 팬의 수가 적었다. 10일 맞붙을 리버풀의 팬들은 숙박을 고려하지 않는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시와 비교해 매출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데일리 메일’ 등 현지 매체는 맨유가 아예 호텔 지분을 인수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 시즌과 같은 상황이 한동안 이어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시내 중심가의 호텔은 물론 온갖 레스토랑과 상점들 역시 마찬가지다. ‘맨유’가 유입한 관광객이 줄어든 탓에 울상이다. 맨체스터라는 도시의 관광산업을 이끌었던 맨유의 부진은 맨체스터에서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의 삶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맨유의 팬이 아니더라도, 혹은 맨시티의 팬이더라도 맨체스터의 사람들은 맨유가 부활하기를, 맨체스터의 곳곳에 활력을 다시 불어넣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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