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포항] 윤진만 기자= 어쩌면 상대가 FC서울이 아니어서 아쉬운 경기였다.

포항 스틸러스 라이트백 신광훈(25)은 9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대전 시티즌과의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서 0-0 팽팽하던 전반 17분 결승골을 ‘왼발’로 도왔다. 돌파하는 모션을 취한 뒤 공을 뒤로 접고 먼 골문을 향해 날카롭고 예리한 왼발 감아차기 크로스를 고무열 이마에 정확히 배달했다.

작년부터 국가대표팀에도 뽑힌 실력파 선수가 그깟 도움 하나 올린 것은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지난달 28일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를 떠올리면 이야기가 다르다. 서울 최용수 감독이 개막전 상대 포항의 약점을 ‘신광훈 왼발’로 지목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졌다.

신광훈은 이야기를 전해 듣고 공연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소셜네트워크상으로 최 감독의 아킬레스건인 2002 한일 월드컵 미국전 왼발 실축도 건드렸다. 선후배 관계를 넘어 실력적인 부분을 걸고 넘어진 것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 왼발을 의식했다. 경기장에서 이를 악물었다.

“왼발 어시스트를 하겠다”던 서울전에선 미션 실패했다. 일주일 뒤 대전전에서 결실을 맺었다. 왼발을 떠난 공은 신광훈의 심경을 헤아리듯이 정확하고 예리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갔다.

경기 후 신광훈은 “왼쪽 안쪽 허벅지 근육이 다칠 정도로 왼발 크로스 연습을 많이 했다. 오늘 장면과 같이 한번 접고 문전으로 올리는 연습을 반복했다. 과거 왼발로 도움을 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크로스로 골을 만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왼발로 어시스트하고 팀 승리를 도와 기쁘다”고 웃었다.

그는 자신을 자극한 최 감독을 떠올리며 “처음에 최용수 감독님이 말씀하셨을 때 웃고 넘겼다. 그러다가 주위에서 왼발 관련 얘기를 많이 듣다보니 오기가 생겼다. 어떻게 보면 감사해야 하는 일이다. 서울을 이끌고 스틸야드에 오시면 직접 내 왼발의 위력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비장한 각오를 말했다.

사진=신광훈/제공=포항스틸러스(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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