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축구공이 둥글다는 것을 입증하기에 장기 레이스인 리그전은 쉽지 않은 무대다. 단판 승부인 토너먼트, 프로 하부리그부터 아마추어팀까지 총출동하는 컵대회의 묘미는 이변이다. 빅클럽의 예상치 못한 패배, 그리고 상상하지 못했던 팀의 우승 혹은 결승 진출. 각본 없는 드라마는 주로 컵대회에서 쓰여진다. 2000년 프랑스 4부리그 팀 칼레가 프랑스컵 결승전에 오른 일은 ‘칼레의 기적’이라는 대명사가 되어 널리 알려졌다. 2016년 1월, 각국 컵대회 일정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지금 유럽 주요 3대리그의 컵대회에서 이변을 일으켰던 주인공을 소개한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 컵 대회인 FA컵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1871/1872시즌을 시작으로 140년 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1923년부터는 결승전을 영국 축구의 성지라 불리는 웸블리스타디움에서 개최한다. FA에 속한 모든 클럽들이 참가하는 만큼, 약팀이 강팀을 이기는 자이언트 킬링(Giant killing)이 속출하며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우샘프턴 [1975/1976, 우승]
이변 | FA컵의 긴 역사 동안 1부리그 소속이 아닌 팀이 우승컵을 들어올린 경우는 단 8번이다. 그 중 1975/1976시즌 사우샘프턴의 FA컵 우승은 그것이 사우샘프턴의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자, 유일한 FA컵 우승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당시 2부리그 소속이었던 사우샘프턴은 3라운드에서 애스턴빌라를 재경기 끝에 물리쳤고, 4라운드에서 블랙풀을 꺾었다. 5라운드에서는 웨스트브로미치앨비언과 1-1로 비긴 뒤 재경기에서 4-0 대승을 거뒀다. 8강과 4강에서는 브래트포드시티와 크리스털팰리스를 차례로 제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스타 | 당시 한 시즌 전체로 보면 공격수 보비 스트록스의 활약은 미미했다. FA컵 결승전 이전까지 8골에 그쳤다. 게다가 포츠머스로의 이적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우샘프턴에 잔류하기로 결정한 뒤, FA컵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집어 넣으며 영웅으로 등극했다. 스트록스의 선수 인생 중 유일한 우승이자 가장 빛나는 순간이 됐다.
어디까지 | 사우샘프턴의 결승 상대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였다. 1부리그의 강팀과 2부리그의 중상위권 팀의 대결이었다. 맨유는 경기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사우샘프턴 골키퍼 이안 터너의 선방에 막혀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경기 막판인 후반 37분에 스트록스의 결승골이 터지면서 사우샘프턴이 1-0 승리를 거뒀고, 이는 FA컵 결승전 역사에서 가장 놀라운 결과로 기억되고 있다.
그후 | 사우샘프턴은 2년 뒤인 1977/1978시즌 2부리그에서 2위를 차지해 1부리그로 승격했다. 이후에도 몇 차례의 강등과 승격이 반복된 후 현재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 소속돼 있다. 2002/2003시즌 FA컵에서도 결승에 진출했지만 아스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체이즈타운FC [2007/2008, 3라운드]
이변 | 64강 진출이 이변인 이유는 체이즈타운이 8부리그에 해당하는 사우던프리미어리그디비전원미드랜즈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2007/2008시즌 체이즈타운은 1라운드에서 팀바스를 2-0으로 꺾었고, 2라운드에서 포트배일을 재경기 끝에 1-0으로 물리치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 이는 체이즈타운 최초의 3라운드 진출이었고, 3라운드에 진출한 가장 낮은 리그라는 기록을 세웠다.
스타 | 포트배일과의 2라운드 재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대니 스미스는 당시 20살의 학생이었다. 스미스는 후반 43분 다이빙 헤딩골로 극적인 승리를 이끌어 체이즈타운의 스타로 등극했다. 스미스는 당시 ‘BBC’와의 인터뷰에서 “내 인생 최고의 골”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어디까지 | 체이즈타운은 3라운드에서 카디프시티를 만나 1-3으로 패하며 기록적인 도전을 끝냈다. 카디프시티는 2007/2008시즌 FA컵 준우승 팀이다. 당시 카디프시티와의 홈경기에는 2,420명의 관중이 들어찼고, 이는 여전히 체이즈타운의 최다 관중 기록이다.
그후 | 2007/2008시즌 3라운드 진출은 체이즈타운의 FA컵 최고 성적으로 남아있다. 현재 8부리그에 해당하는 노던프리미어리그디비전원사우스 소속이며, 지난 2014/2015시즌에는 13위를 차지했다.

위건애슬레틱[2012/2013, 우승]
이변 | 위건은 3라운드에서 본머스, 4라운드에서 매슬필즈타운, 5라운드에서 허더스필드타운을 꺾고 8강에 진출한다. 비교적 쉬운 대진을 만났다고도 볼 수 있지만, 2012/2013시즌 EPL 강등권을 맴돌던 팀이 보여준 저력은 많은 관심을 모았다. 위건은 8강에서 에버턴을 꺾은 뒤, 4강에서 또 다른 복병이었던 밀월을 제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위건 최초의 결승 진출이었다.
스타 | 당시 위건 감독이었던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현 에버턴 감독은 위건을 사상 최고의 자리에 올려 놓았다. 위건에서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선수로서도 활약했던 감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FA컵 우승과 강등이라는 상반된 결과를 남긴 채 위건을 떠났다.
어디까지 | 위건과 맨체스터시티의 결승전이 성사된 이후에도 위건의 우승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2012/2013시즌 위건은 맨시티와의 EPL 2경기에서 모두 졌다. 하지만 위건은 칼럼 맥마나만과 아루나 코네를 앞세워 각성한 듯 맨시티를 공격했고, 후반 추가시간에 마침내 벤 왓슨의 헤딩골이 터졌다. 곧 종료 휘슬이 울렸고, 위건은 창단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그후 | FA컵 우승이 EPL에서의 반전을 가져다 주진 못했다. 위건은 2012/2013시즌 EPL을 19위로 마치며 강등됐다. 지난 2014/2015시즌에는 챔피언십에서 23위를 차지해 또 다시 강등됐고, 현재 리그원 소속이다.

글=권태정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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