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드디어 인간 불도저의 시동이 걸렸다. 수원블루윙즈가 전반 11분 기록한 강원FC전 선제 결승골은 김두현, 도움은 조동건이 기록했지만 이 골에 가장 크게 공헌한 선수가 정대세라는 것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별명 그대로 ‘인간 불도저’였다. 페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겹겹이 쌓인 강원의 협력 수비는 정대세의 돌진 앞에 무기력했다. 세 명이 달려들어도 힘이 부치지 않았고, 볼을 잃지 않았다. 섬세했고 강력했다. 정대세의 돌파 시도에 이어 문전 혼전 중에 흐른 볼을 조동건이 김두현에게 넘겨줬고, 김두현은 빈 골문에 침착하게 볼을 밀어 넣었다. 수비과 골키퍼 모두 정대세에 시선과 몸이 쏠려있었다.

정대세의 악바리 정신은 이타적인 플레이와 맞물려 수원의 축구를 아름답게 만들었다. 투톱 파트너 조동건과 플레이메이커 김두현, 좌우 측면에 위치한 최재수, 서정진과의 연계 플레이는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맞아 들어갔다. 전반전 수원의 노도와 같은 공세의 중심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전방 전역을 전방위로 움직인 정대세의 부지런함과 역동성이었다.

선제 득점 기여는 시작에 불과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만 기여한 것이 아니다. 개인 플레이도 탁월했다. 전반전은 한 마디로 ‘정대세 쇼’였다. 전반 19분 교과서적인 헤딩 슈팅 시도, 전반 23분 페널티 에어리어 좌측 후방에서 그대로 골문을 노린 대포알 프리킥 슈팅은 강원 골키퍼 박호진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어김없는 골이었다. 전반 37분 문전 우측을 파고들어 과감하게 시도한 오른발 슈팅은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왔다.

정대세는 전반 44분데 라돈치치와 교체됐다. 절정의 상황에 맞은 아쉬운 부상 때문이었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수원이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 강원을 압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정대세다. 서정원 감독은 “첫 골 정대세가 다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몸이 완전히 올라왔다”며 부상으로 인한 교체아 아쉬움을 표했다. 서 감독은 경기 전에도 “골이 안 난 것 외에 앞선 두 경기에서 역할을 다 해줬다. 골만 터지면 된다. 시간 문제다”라며 기대감을 보인 바 있다.

동아시아를 놀라게 한 인민루니,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독일 분데스리가를 경험한 ‘월드 클래스’는 결코 거품이 아니었다. 정대세의 K리그 정복은 이제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사진=수원블루윙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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