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윤진만 기자= 지난 2일 사우스햄프턴전 승리는 해리 레드냅 퀸스파크레인저스(이하 QPR) 감독에게 두 가지 큰 교훈을 남겼다. 승리를 위해서 기용하지 않아야 할 선수가 있다는 것과 투입시 믿음 그 이상의 성과를 안기는 선수가 있다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QPR팀을 보면 전자는 모로코 대표 공격수 아델 타랍이고 후자는 박지성에 가깝다. 타랍은 드리블, 발재간을 선호하고 공이 없을 때 움직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유형의 선수다. 반대로 박지성은 맨유에서 7년간 몸담은 이타적 플레이의 교과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선수가 사우스햄프턴전에서 각각 결장, 풀타임 출전했고 결과가 QPR의 2-1 승리로 끝났다. 공격 작업을 개인기가 뛰어난 타랍에 맡겼던 레드냅 감독으로선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경기다. 9일 중하위권 선덜랜드와의 홈경기에서 또 한 번 고집을 부릴지, 사우스햄프턴전 교훈을 따를지에 따라 경기 양상은 또 달라질 수 있다.

박지성 or 타랍, 레드냅의 선택은?
영국 언론에선 사우스햄프턴전에서 벤치와 사이드라인 밖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타랍을 조명했다. ‘에이스’라고 스스로 믿어온 와중에 팀이 자신의 활약 없이도 잘 돌아가고 심지어 승리까지 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긴 공백을 끊고 투입된 박지성은 전후반 내내 공수를 넘나들며 상대 선수들을 압박했다. 영리한 태클에 이은 정확한 크로스로 후반 보스로이드의 결승골을 도왔다. 만점 활약을 펼친 박지성을 선덜랜드전에도 기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또 한 번 타랍을 공격의 핵으로 기용한다면 전과 다를 바 없는 저급한 경기력을 펼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한 두 경기가 아닌 올 시즌 전반적인 경기에서 증명된 바다. 박지성은 오랜만에 팀 승리에 기여했다는 자신감에 더해 세바스티안 라르손, 아담 존슨 등 상대의 수준급 미드필더를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경쟁할 배짱과 경험을 갖춘 유용한 카드다. 박지성은 프리미어리그 입성 후 맨유, QPR 소속으로 선덜랜드전 8경기에 출전해 6승 2무의 기록을 남겼다.

연승, 순위 상승 노리는 QPR
QPR은 1995년 12월 이후 프리미어리그에서 연승이 없다. 승리하면 근 17년 만의 기록이 된다. 순위 상승은 덤이다. 3승 11무 14패(승점 20점, -23)로 최하위를 기록 중인 상황에서 이날 이기고 같은 날 레딩(승점 23점, -20)이 애스턴빌라(승점 24점, -27)에 패하면 레딩을 끌어 내릴 수 있다. 선덜랜드가 비록 1991년 4월 이후 11경기(4무 7패) 동안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적수라지만, 최근 리그 6경기에서 QPR과 같은 승점 5점만을 챙길 정도로 올 시즌 부진이 심각하다. 또 지방팀인 선덜랜드는 잉글랜드의 수도인 런던시의 연고팀들을 상대로 벌인 최근 46경기에서 단 6승에 그쳤다. 일종의 대도시 징크스인셈. 2011년 12월 마지막 QPR 방문 경기에서도 후반 44분 웨스 브라운의 극적인 결승골로 간신히 3-2 승리를 챙긴 바 있다. 지난 라운드 풀럼전에서 2-2로 비긴 선덜랜드로선 기세를 탄 QPR이 무서울 법하다. 선덜랜드 미드필더 크레이그 가드너는 “QPR은 강팀이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1부리그에 잔류할 것”이라며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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