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뤼시앵 파브르(58) 보루시아묀헨글라드바흐 감독이 지난 21일(한국시간) 사임했다. 이유는 성적 부진이다. 묀헨글라드바흐는 2015/2016 독일분데스리가 5라운드 현재 5전 전패로 최하위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본선 1차전에서는 세비야에 0-3으로 대패했다.

묀헨글라드바흐를 4시즌 동안 성공적으로 이끈 파브르 감독은 이렇게 쉽게 물러날 인물이 아니었다. 2008년 승격 이후 3시즌 동안 15-12-16위에 그치며 간신히 강등을 벗어나던 팀은 파브르 감독 부임 이후 4-8-5-3위를 차지하며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순위 그래프는 확실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단 5경기 동안 그래프가 골짜기를 그렸고, 파브르 감독은 그 아래로 떨어졌다.

클롭의 반대편에서 돌풍을 일으키다
묀헨글라드바흐는 1974/1975시즌부터 분데스리가를 3연패한 것을 비롯, 1970년대에만 5차례 정상을 밟은 전통의 명문이다. 그러나 이후 부침을 겪었고, 1990년대 말부터는 재정 문제가 겹쳤다. 중하위권을 멤돌다 두 차례(1999, 2007) 강등됐다. 2008년 다시 승격했지만 세 시즌 동안 간신히 강등을 면하는 처지였다.

파브르 감독은 팀이 위기에 빠진 2011년 2월 묀헨글라드바흐에 부임했다. 앞선 감독 경력을 통해 능력을 충분히 입증한 뒤였다. 1995년 첫 지휘봉을 잡은 스위스 하부리그 에샬렌에서 승격을 이끌었고, 이후 세르베트, 취리히(이상 스위스 구단), 헤르타베를린에서 모두 돌풍을 일으켰다. 16위로 승강 플레이오프에 떨어진 묀헨글라드바흐를 분데스리가에 잔류시킨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다음 시즌부터 본격적인 파브르 감독의 팀이 만들어졌다.

2010/2011시즌은 위르겐 클롭(현 무직) 감독의 보루시아도르트문트가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하며 ‘게겐 프레싱’ 열풍을 불러일으킨 시기였다. 독일을 강타한 압박 축구 열풍에 서서히 한두 팀씩 동참했다. 그러나 파브르 감독은 수비 라인을 물린 채 안정적인 수비와 역습을 주로 구사하며 클롭의 전술적 대항마로 남았다. 2011/2012시즌 4위를 시작으로 8위, 5위, 3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자리잡아가는 중이었다.

안정적인 역습 축구는 ‘바이에른 킬러’의 면모로 이어졌다. 헤르타베를린 시절인 2009년 바이에른뮌헨을 잡아내 화제를 모았던 파브르 감독은 올해 3월에도 2014/2015시즌 바이에른의 시즌 첫 홈 패배를 안기며 역량을 증명했다.

선수를 수급하는 구단과 능력을 극대화하는 파브르 감독의 시너지 효과는 여러 유망주를 스타로 키워내기도 했다. 파브르 감독의 손을 거친 뒤 독일 대표로 데뷔한 선수만 마르코 로이스(도르트문트), 크리스토프 크라머(바이엘04레버쿠젠), 막스 크루제(볼프스부르크), 로만 노이슈태터(샬케04), 마르크안드레 테어슈테겐(바르셀로나), 파트릭 헤어만에 이른다.

이적과 부상의 여파로
매년 주축 선수가 팔려나가는 와중에도 리빌딩에 성공했던 파브르 감독은 올 시즌 초반 실패를 맛봤다. 크루제가 빠진 공격과 크라머가 빠진 미드필드는 힘을 잃었다. 크루제를 보내며 받은 이적료를 요십 드르미치 영입에 고스란히 쏟아부었으나 현재까진 실패에 가까운 영입이 됐다. 주전도 아니었던 임대생 토르강 아자르의 완전 영입에 쓴 돈은 전력 강화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았다. 각 구성원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도록 정교하게 짜맞춰져 있던 축구에서 크루제가 빠지자 공격 전술이 통째로 붕괴됐다.

치명타는 부상이었다. 지난 시즌 주전 센터백이었던 마르틴 슈트란츨과 알바로 도밍게스가 동시에 이탈했다. 슈트란츨은 부상 복귀전이었던 함부르크전에서 65분 만에 다시 부상을 당하기까지 했다. 선수층이 얇은 묀헨글라드바흐에서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은 견딜 수 없는 타격이었다. 5경기에서 2득점 12실점으로 전패한 원인이었다.

묀헨글라드바흐는 U-23팀 감독을 맡아 온 안드레 슈베르트를 1군 감독대행으로 임명해 남은 시즌을 버티기로 했다. 묀헨글라드바흐의 다음 경기는 24일 아우크스부르크와 갖는 홈 경기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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