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크리스탈팰리스의 ‘블루드래곤’ 이청용이 2015/2016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개막전, 노리치시티와의 경기에 결장했다. ‘명단 제외’ 탓에 최소한의 기회도 얻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부상을 염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이청용의 컨디션은 ‘최상’이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팀 내 경쟁 구도는 물론 여름이적시장이라는 특수성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부상? ‘No!’ 입지변화? ‘글쎄요’
명단제외가 발표된 이후 이청용의 행방에 물음표가 붙었다. 하지만 이청용은 벤치에 앉아 있었고, 알란 파듀 감독의 뒤에서 ‘매의 눈’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당초 이청용은 노리치와의 경기를 앞두고 원정에 나선 22명의 선수 엔트리에 포함되었고, 부상이라면 아예 동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청용의 부친인 이장근씨 역시 부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장근씨는 “개막전 시작하기 전에도 청용이와 전화통화를 했다. 컨디션은 좋다”며 “과거 부상부위에 대한도 없고, 몸상태도 좋다”고 부상설을 일축했다.

감독들이 출전 명단에 없는 선수를 벤치에 앉히는 것은 경기를 가까이서 보고 간접적으로나마 경험을 쌓게 해 경기 감각을 부여하려는 의도다. 부상이 아닌 이청용이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본 이유다. 대신 파듀 감독은 윌프레드 자하, 펀천 그리고 조던 머치를 선발로 내세웠다. 대기명단에는 야닉 볼라시가 이름을 올렸다.

단편적으로 보면 명단 제외 자체가 ‘밀렸다’는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이청용은 프리시즌을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증명했다. 파듀 감독 역시 펀천, 머치 그리고 이청용을 새 시즌 핵심 선수로 지목했다. 파듀 감독은 개막전이라는 특성상 개인의 능력과 팀 플레이를 모두 갖춘 선수를 내세워 최대한 안정감을 꾀해야 했고, 이미 지난 시즌 실전을 통해 호흡을 맞춘 기존 선수들을 내세울 수 밖에 없었다.

팰리스의 여름이적시장…’이적료 수익 0원’
지난 시즌 팰리스의 목표는 ‘잔류’ 였다. 하지만 10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고, 새 시즌에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파듀 감독은 지난 시즌 종료 후 빠르게 선수단 재구성에 나섰다. 방출 7명을 포함해 14명의 선수들을 정리했고, 요한 카바예, 패트릭 벰포드, 알렉스 맥카시 등 5명의 선수를 영입했다. 나름 알짜배기 영입이 있었고, 파듀 감독은 “모든 영입이 끝났다”며 더 이상의 영입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팰리스의 여름이적시장은 끝나지 않았다. 팰리스가 올 여름 지출한 금액은 2,050만 파운드(약 369억원)인데, 14명의 선수를 정리하며 얻은 이적료는 ‘0원’이다. 다른 프리미어리그 구단에 비해 재정이 풍족하지 않은 팰리스에게 2천만 파운드는 큰 지출이다. 때문에 기존 선수단에서 자원이 비교적 풍족한 포지션의 선수를 매각해 최소한의 수익을 내야 한다. 영입을 마친 팰리스가 8월 말까지 남은 여름이적시장에 해결해야 할 과제다.

팰리스의 현실적인 매각 대상, 볼라시와 게일
팰리스는 다른 구단에 비해서 선수 자원이 풍족한 편이 아니다. 하지만 시즌을 소화하지 못할 만큼 빈약한 것도 아니다. 타 팀으로의 이적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현 스쿼드에서 타 팀으로의 이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는 야닉 볼라시와 드와이트 게일이다.

볼라시는 지난 시즌 맹활약을 통해 몸값을 높였고, 올 여름 토트넘, 리버풀, 에버턴, 뉴캐슬, 스토크시티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본인 역시 이적을 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토트넘이 볼라시를 원했지만, 팰리스는 최소 2천만 파운드(약 365억원)에서 최대 2,500만 파운드(약 456억원)을 원해 결렬됐다. 팰리스가 원하는 최소 금액은 올 시즌 이적료로 지출한 금액과 거의 일치한다. 게일은 1천만 파운드(약 180억원)의 이적료가 책정되어 있지만, 그를 원하는 팀은 프리미어리그보다 챔피언십 소속 팀이 많고, 이적료 역시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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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보도에 따르면 둘은 팰리스에 이적료를 낮춰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팰리스는 요지부동이다. 아직 여름이적시장은 열려 있고, 몸값을 높일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팰리스는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건재함을 과시해야 했다. ‘상품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면 이적료를 높일 수 있고, 원하는 최소 금액 혹은 그 이상을 얻을 수 있다.

파듀가 연출한 ‘쇼윈도’ 이청용에게도 ‘로맨틱, 성공적’
파듀 감독은 개막전에 맞춰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볼라시와 게일을 모두 벤치에 앉혔다. 게일은 끝내 나오지 못했지만, 볼라시는 2-1로 앞선 후반 27분 윌프레드 자하를 대신해 그라운드에 나섰다. 팀 훈련을 3일 밖에 소화하지 못했지만 파듀 감독이 연출한 ‘쇼윈도’는 성공적이었다. 볼라시는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고, 팰리스는 3-1 승리를 거뒀다. 짧은 시간을 뛰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경기 후 런던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 나선 파듀 감독은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볼라시는 전세계에서 가장 멋진 친구다. 레알마드리드라도 그를 쉽게 돌려놓지 못할 것이다”고 경기 내용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작정한 듯 “다니엘 레비에게 돈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다니엘 레비는 볼라시의 영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토트넘의 회장이다. 파듀 감독의 메시지는 ‘이적료를 더 내놓아라’인 것이다.

분명 한국 팬들에게 이청용의 리그 개막전 결장은 아쉬운 소식이다. 하지만 파듀 감독과 팰리스가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이적시장을 활용해 이청용의 팀 내 경쟁자를 매각하고 최소한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이청용을 잠시 내려놓았다면, 조금 아쉬움을 거두어도 된다. 오히려 볼라시의 조기 매각을 위한 성공적인 경기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관건은 볼라시의 이적의 실현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여름이적시장이 열려있는 8월 한 달 동안 이청용의 명단제외가 몇 차례 더 있을 수도 있지만, 훈련과 실전을 통해 파듀 감독의 마음을 붙들고 있는 것이 이청용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BS스포츠중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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