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권태정 기자= 지소연(24, 첼시레이디스)은 꿈 같은 하루를 보냈다. 돌이켜볼수록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요. 왜, 어쩌다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죠?”

27일(한국시간) 런던 그로스베너하우스에서 열린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지소연은 여전히 얼떨떨하다. 지소연은 27일 ‘풋볼리스트’와의 전화통화에서 수상의 기쁨과 놀라움을 고스란히 표현했다.

“제 평생 정말 잊을 수 없는 날이에요. 사실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요. 시상식에 가면서 우리 팀의 애니(함께 후보에 오른 애니 알루코)한테 이게 얼마나 큰 상이냐고 물어보고 했었거든요. 솔직히 못 받을 줄 알았어요. 제가 못 받더라도 애니가 꼭 받았으면 했어요. 제가 받게 돼서 애니한테 미안한 마음이 커요. 애니는 참 착해요. ‘My friend!’하면서 축하해주더라고요.”

바쁜 하루였다. 지소연은 버밍엄시티레이디스와의 여자슈퍼리그(WSL) 경기를 마치고 곧장 시상식장으로 향했다. 시상식을 위한 옷도 준비가 안돼 있었다. 급히 챙긴 검정색 겨울용 턱시도를 입고 시상식에 나섰다.

“겨울 바지에 겨울 셔츠, 겨울 코트였어요. 너무 더웠어요(웃음). 다른 여자 선수들은 와~ 다들 마음껏 뽐냈더라고요. 드레스도 쫙 빼 입고 화장도 하고요. 저한테도 드레스 입으라고 권했는데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돼서…(웃음) 다음 기회에 도전해 보려고요.”

시상식장은 첼시의 파티장 같았다. 첼시와 첼시레이디스 선수들이 다수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각각 남녀 올해의 팀에 6명과 2명이 이름을 올렸다. 지소연은 시상대에서 수상 소감을 말한 뒤 큰 목소리로 “첼시!”를 외쳐 객석에 앉은 동료 선수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앞에 첼시 여자 선수들, 남자 선수들이 나란히 앉아있었거든요. 제가 첼시를 외치니까 다같이 ‘첼시! 첼시!’ 이렇게 해줬어요. 정말 즐거웠어요. 시상식 끝나고 나서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었어요. 그 동안 남자 선수들이랑은 같이 이야기해볼 기회는 많이 없었거든요. 다들 정말 멋있고 친절하더라고요. (에덴) 아자르는 말투가 너무 귀엽고요,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는 동네 오빠 같아요. 먼저 악수도 청해줬어요. 존 테리 오빠는 직접 제 휴대폰을 들고 셀카도 같이 찍어줬어요.”

지소연은 영국 진출 후 1년여 만에 세계적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꿈 같은 하루를 보낸 지소연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앞을 향해 달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지소연은 6월 열리는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정신 없어요. 수상의 기쁨은 빨리 잊고 정신 차려야죠. 월드컵이 얼마 안 남은 중요한 시기니까요. 올해가 제 축구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해라고 생각해요. 소속팀 경기 일정도 바쁘고 이제 곧 대표팀에 가서 훈련도 해야 하니까 더 정신차리고 운동해야죠.”

지소연은 스스로를 더 채찍질했다. 끊임없는 자기관리와 노력은 ‘PFA 올해의 선수상’ 이후의 지소연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지소연은 “다음 번에 시상식에 나갈 일이 있으면 한복을 입는 건 어떨까요? 더 의미 있을 것 같아요”라며 또 다른 도전을 예고했다.

사진=첼시레이디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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