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빨 공격의 피해자가 이번엔 손바닥 공격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23일(한국시간) 모나코의 루이 2세 경기장에서 열린 ‘2014/2015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에서 유벤투스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가 저지른 반칙이다. 키엘리니는 황당한 반칙을 저지른 뒤 경고를 받았고, 팀은 0-0 무승부를 통해 4강에 진출했다. 일반 축구팬의 눈으로 보기엔 경고가 아니라 퇴장이 어울려 보이기도 한다.

#상황: 킥오프 40초 뒤, 왼쪽 측면에서 패스를 받은 키엘리니가 미끄러지며 넘어졌다. 이 공을 빼앗으려 주앙 무티뉴가 달려들자, 다급해진 키엘리니는 왼팔로 공을 끌어안았다. 무티뉴가 거세게 항의하는 가운데 주심이 달려가 옐로카드를 꺼냈다.

옐로카드가 정확한 판정이다. 퇴장을 줬어야 한다는 여론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퇴장을 줄 수 있는 규정은 없다.

키엘리니가 경고를 받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누가 봐도 고의로 핸드폴 파울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일종의 비신사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경고를 받아야 한다. 두 번째는 상대의 공격 기회를 무산시켰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경고 사유다.

모나코의 명백한 득점 기회였다면 퇴장을 줄 수도 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가 가나를 상대로 저지른 핸드볼 반칙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키엘리니의 반칙 장면이 ‘결정적 득점기회’라고 하기엔 두 가지 기준에서 모두 부족하다. 첫 번째 기준은 방향이다. 무티뉴가 공을 치고 나갔을 때 바로 골대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측면을 향했으므로 득점 기회가 아니다. 두 번째는 키엘리니 뒤에 수비수가 한 명 더(레오나르도 보누치)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골키퍼와 1대1로 마주할 수 없으므로 득점 기회가 아니다.

이런 주장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키엘리니의 반칙은 고의 핸드볼인데다 상대 공격 기회를 무산시켰으므로, 경고보다 더 무거운 퇴장을 통해 가중처벌했어야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칙한 선수를 처벌할 때는 해당 상황에서 '더 과중한' 사유에 따라야 한다. 모든 반칙 사유를 더해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키엘리니의 반칙이 두 가지 경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서 경고를 두 장 주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 하나의 반칙에는 하나의 처벌만 내리는 것이 맞다.

여담으로 한 가지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남아공월드컵 때 수아레스의 반칙 이후 추가 징계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수아레스의 반칙으로 가나가 억울하게 떨어졌으니 더 큰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원칙에 없는 징계를 임의로 줄 수는 없었다. 키엘리니에게도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겠다.

“키엘리니의 반칙은 어떤 측면에서 보든 경고 사유에 해당한다. 퇴장 사유는 아니었다.”

구술= 권종철 FIFA 심판감독관 겸 AFC 심판 강사
정리=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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