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11년 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서 포르투와 AS모나코가 맞붙었다. UCL이 현재와 같은 32팀 체계로 개편된 1999/2000시즌 이래 가장 의외인 시기였다.

이번 시즌 UCL 8강에 포르투와 모나코가 다시 올라오며 ‘어게인 2004’의 가능성이 열린 듯했다. 그러나 23일(한국시간) 마무리된 8강전 결과 두 팀 모두 탈락했다. 16강에 진출한 팀들은 조금의 이변도 없는 전통의 명문뿐이다. 스페인프리메라리가에서 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독일분데스리가에서 바이에른뮌헨, 이탈리아세리에A에서 유벤투스가 합류했다.

1999/2000시즌부터 16차례 UCL을 통틀어볼 때, 유럽 축구계 최고 엘리트의 자리라고 할 수 있는 4강에 오른 팀들은 대부분 빅리그 소속이다. 총 64팀 중 무려 60팀이 소위 4대 리그의 일원이었다. 스페인에서 24팀, 잉글랜드에서 18팀, 독일에서 10팀, 이탈리아에서 8팀이 4강에 올랐다. 이 순서는 현재 유럽축구연맹 리그 랭킹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들 빅리그 클럽이 귀족이라면 포르투갈, 프랑스, 네덜란드 등은 중산층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리그에서 4강팀이 나온 적은 단 4번이다. 2003/2004시즌의 포르투와 모나코를 비롯해 2004/2005시즌 박지성과 이영표가 뛰었던 PSV아인트호번, 2009/2010즌 올랭피크리옹이 있다.

이런 분위기는 1999년 이후 단행된 UCL의 확대 개편과 맥을 같이 한다. 그 전에는 UCL 본선에 24팀이 올랐고, 1996/1997시즌까지는 16팀만 올랐다. 빅리그에서 1~4위 팀이 본선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각 리그 우승팀끼리 맞붙는 진짜 챔피언들의 대회에 가까웠다.

그래서 1995/1996시즌의 경우 4강에 파나시나이코스(그리스), 아약스(네덜란드), 낭트(프랑스), 유벤투스가 올랐다. 우승자는 유벤투스였다. 요즘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대진이다. UCL은 규모가 커지고 화려해지며 더 많은 스타들을 포용하는 대회가 됐다. 이런 변화가 없었다면 지금 한국에 UCL이 생중계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스포츠의 영원한 낭만인 약자의 반란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픽= 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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