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바르셀로나가 그림의 떡이라면 우리 동네 프로축구팀은 내 손 안의 찐 고구마죠.”

표창원 박사는 지난 4개월 사이 대한민국 사회의 핫이슈로 떠오른 인물이다. 경찰대 교수이자 최고의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가)로서 범죄자들의 심리를 다루던 그는 지난해 12월 대선 정국 중에 터진 국정원여직원사건과 관련, 즉각적인 수사를 요구하는 소신 성명을 밝히며 화제가 됐다. 이후 자신의 존재가 경찰공무원으로서 경찰대의 정치적 중립과 명예에 해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교수직을 자진사임, 현재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보수이자 정의의 아이콘으로 사회 곳곳에서 활동 중이다.

그런 표창원 박사에겐 또 하나의 숨겨진 면모가 있다. 바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축구팬이라는 사실. 스스로를 축구팬이라고 한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K리그 수원블루윙즈의 팬이라고 명확히 말하는 그는 축구에 대한 강한 애정과 높은 이해도를 보인다. 지난 2012년 수원 팬북에 기고한 글은 축구팬 표창원의 성향을 확실히 보여준다.

“엘클라시코나 맨체스터 더비가 열리면 지구촌이 들썩거리지만 내겐 저 멀리 있는 ‘우주전사’들이다. 우리 고장 우리 지역에 있는 우리 팀과는 감흥이 다르다. 바르셀로나가 그림의 떡이라면 우리 동네 프로팀은 내 손 안의 찐 고구마다. 나의 우리 동네 축구팀은 수원블루윙즈다.”

표창원 박사는 최근 팟캐스트 방송인 <주간 서형욱>에 출연 자신의 삶, 정치적 입장, 그리고 축구에 대한 생각을 편안하고 자유롭게 풀었다. 학창 시절에 농구에 푹 빠졌던 그는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90년대 후반 수원블루윙즈를 만나며 ‘보는 축구’의 매력을 접했다. 이후 수원에서 시작된 애정이 K리그 전체로 번지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축구팬이 됐다. 최근 수 많은 기고 활동과 강연, 방송 출연으로 바쁜 일정임에도 지난 3월 2일 개막한 K리그 클래식 경기 내용과 결과를 꿰뚫고 있을 정도다.

“그냥 축구에 빠졌다. 꽤 오랜 시간 용인에서 살고 있는데 가장 가까이 있는 팀이 수원블루윙즈다. 우리 동네에서 벌어지는 축구고, 그걸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한 마음으로 응원한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지난해까지는 시즌권을 사서 틈 나면 가족들과 경기장으로 갔다. 실제 축구 실력은 별로다. 그래도 보는 것을 굉장히 즐긴다.”

표창원 박사의 아들은 유소년 팀에서 활약 중인 축구 선수. 그 덕분에 아들과 함께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장 즐거운 순간이라고.


표창원 박사가 K리그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계기가 있다. 2011년 승부조작이 발생했을 때다. 당시 표창원 박사는 경찰대 교수이자 범죄심리분석가로서 프로축구지도자와 선수, 구단이 모두 참가한 워크숍에서 솔직하고 뼈 있는 강연을 했다. 한편으로는 “저와 제 아들은 축구팬입니다. 여러분은 저희의 자랑입니다. 용기를 내십시오”라며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최근 농구에서도 발생하는 등 프로스포츠 전 영역으로 퍼진 승부조작 사건을 가장 먼저 맞은 프로축구계는 빠른 반성과 자정활동으로 어느 정도 치유된 상황이다. 표창원 교수는 “대한민국 정치, 검찰, 법조계 등 과연 썩지 않은 곳이 어디 있을까? 당시 축구계는 자신들의 치부를 인정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그런 모습에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며 승부조작 사건 당시 축구계의 노력을 높이 인정했다.

이어서는 “우리 아들이 뛰고 있는 클럽에 3,000명이 있는데 그 중 프로에 갈 수 있는 선수는 0.01% 정도라고 한다. 프로에 간 선수들은 자신들의 가치에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회가 그걸 인정해줘야 한다”며 스포츠를 보는 사회의 시선이 지금보다 격상되어야 함을 지적했다.

표창원 박사의 축구에 대한 사랑, 그리고 현실 정치 참여에 대한 생각 등은 팟캐스트 <주간 서형욱 시즌2> 5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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