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손흥민(23)은 혼자 공격을 해결하거나, 전술의 수혜자가 되는 것이 익숙한 선수였다. 이번엔 달랐다. 동료들의 공격력을 살려주는 조력자가 됐다.

8일(한국시간) 독일 브레멘의 베저슈타디온에서 ‘2014/2015 독일분데스리가’ 20라운드를 가진 바이엘04레버쿠젠이 베르더브레멘에 1-2로 패배했다. 손흥민에겐 2015 호주아시안컵을 마치고 분데스리가에 복귀한 뒤 첫 경기였다.

양팀의 골은 모두 전반에 터졌다. 전반 17분 다비 젤케, 전반 29분 즐라코 유주노비치가 골을 터뜨려 브레멘이 앞서갔다. 레버쿠젠은 전반 43분 하칸 찰하노글루의 추격골 이후 동점골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레버쿠젠은 골을 넣은 찰하노글루를 전반전이 끝나자마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경기력을 보면 그럴 만했다. 플레이메이커라기에 부족한 패스는 이날도 자주 동료를 빗나갔다. 패스 성공률은 약 69%에 그쳤다. 그렇다고 모험적인 패스가 득점 기회로 이어진 것도 아니었다. 이날 찰하노글루가 동료에게 만들어준 득점 기회는 전무했다.

전반전이 끝나자 찰하노글루가 빠지고 대신 손흥민이 투입됐다. 손흥민은 평소 맡는 측면 공격수가 아니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되어 동료들의 공격을 돕기 시작했다. 손흥민은 전에도 찰하노글루 없이 뛸 때마다 좀 더 중앙에서 활약하며 경기에 자주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찰하노글루와 교체 투입되어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시간 동안 뛴 손흥민의 패스는 찰하노글루보다 나았다. 일단 패스 성공률 80%가 찰하노글루보다 높았다. 손흥민의 전진 패스를 받아 동료가 슛을 날린 장면도 두 차례 나왔다. 골까지 이어지지 못한 점이 손흥민과 레버쿠젠으로선 아쉬웠다.

기록뿐 아니라 경기 내용 역시 찰하노글루와 손흥민의 스타일은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손흥민은 부지런히 상대 수비의 견제를 받지 않는 위치로 돌아다니며 공을 받고, 재빨리 동료에게 돌려주는 플레이를 반복했다. 끊어진 사슬을 잇는 손흥민을 거치며 레버쿠젠 공격은 매끄럽게 이어졌다.

한국 대표팀에서 공을 끈다는 단점을 지적받아 온 손흥민과는 다른 사람 같은 플레이였다. 주위에 동료들이 다수 모여 공을 줄 곳이 많아지자 손흥민의 좋은 기본기가 빛을 발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패스 경로를 찾아내는 플레이메이커는 아니지만, 동료가 시야에 들어오면 좋은 팀플레이를 할 수 있는 손흥민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손흥민을 일종의 플레이메이커로 투입한 뒤 레버쿠젠의 공격은 한 차례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동점골엔 이르지 못했고, 레버쿠젠은 경기 종료를 5분여 남기고 롱볼 위주의 공격으로 전환하며 ‘손흥민 중심 체제’를 마쳤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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