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이청용이 2년 반 만에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로 돌아왔다. 이청용의 크리스털팰리스 이적 소식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풋볼리스트’는 이청용의 5년 반 영국 생활을 돌아보며 길고도 험했던 그의 시간을 엿봤다. 그 시간들을 함께한 볼턴 현지 기자의 헌사, 그리고 인터넷을 달궜던 ‘톰 밀러 나비효과’ 최종판까지 그려봤다.

‘풋볼리스트’는 볼턴원더러스를 전담 취재하며 잉글랜드 기자 중 가장 ‘볼턴을 잘 아는 언론인’으로 정평이 난 마크 아일스 ‘볼턴 뉴스’ 축구팀장의 헌사를 전한다. 마크 아일스 기자는 지난 10년간 볼턴과 동고동락했으며, 이청용이 볼턴에서 활약하는 동안 매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국내 매체를 통해 컬럼을 기고한 바 있으며, 볼턴 뉴스는 물론 자신의 개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발빠르고 정확하게 볼턴 소식을 전했다.

기억에 남을 이름, ‘Chungy’에게 바치는 헌사

‘이청용’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아니 ‘Chungy(청이, 현지 팬들의 애칭-편집자 주)’라는 우리들만의 애칭을 기억하는 볼턴 원더러스의 모든 이들을 대신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기꺼이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너무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고, 많은 이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 우리의 ‘Chungy’에게 조촐하게 마지막 인사를 전합니다.

볼턴에서 이청용이 활약했던 모든 경기, 모든 순간을 지켜보며 고공비행을 했던 순간, 어려움을 겪었던 순간을 ‘볼턴 뉴스’라는 이름의 볼턴 지역지를 통해 보도한 마크 아일스 ‘볼턴뉴스’ 축구팀장 입니다.

이적 발표에 앞서 ‘정말’ 이청용이 떠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추억 몇 장이 떠올랐습니다. 2011년 버밍엄시티와의 FA컵 8강전 당시 경기장 기자석에서 지켜보며 환호했던 순간. 아무런 의미 없는 뉴포트시티와의 친선 경기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하는 것을 지켜보던 순간. 순간의 조각들이 모여 ‘볼턴의 이청용’이라는 그림이 완성됩니다.

이청용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빼어난 재능을 가진 유망주로 성장하던 시절. 부상에서 벗어나 다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를 펼치던 시절. 그리고 최근 몇 달 동안 지금까지 보여줬던 어떤 모습보다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모습까지. 이청용은 볼턴에서 보낸 시절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입니다. 지켜본 모든 이들이 그랬으니까요.

볼턴은 지난 5년 동안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이 거쳐갔습니다. 각자의 조국을 대표하는 선수들. 개성이 강하고,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만의 특출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기억하는 이름이 있을 것입니다. 요한 엘만더, 케빈 데이비스, 다니엘 스터리지, 잭 윌셔, 게리 케이힐, 그레타 스타인손, 주시 야스켈라이넨, 아이두르 구드욘센. 제가 만나본 이들 중 단 한 명도 이청용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모두 이청용에게는 오직 좋은 말만 쏟아냈습니다.

오히려 언급한 모든 선수들은 하나같이 팀에서 가장 환상적인 기술을 가진 선수,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로 이청용을 꼽았습니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지원 스태프들, 팬들 모두. 이청용에게는 엄지를 치켜 올립니다.

볼턴에서 보낸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청용은 20골을 기록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분명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팀과 동료들을 바라보고, 도와주는 선수였기에 더욱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런 선수는 많지 않으니까요. 이청용은 제가 볼턴에서 본 선수 중 가장 많은 기회를 팀을 위해 만든 선수였고, 그의 존재에 감사함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분명 언젠가 이청용은 그간 숨겨뒀던 욕심을 드러낼 날을 목격하리라 확신합니다.

시계를 돌려, 몇 시즌 전. 볼턴이 챔피언십으로 강등했을 당시 모두는 이청용이 당장 팀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Chungy’는 팀을 향한 충성심을 보여줬고, 그 충성심은 부상 에서 회복하는 과정에도 나타났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땀을 쏟아낸 이청용의 노력을 목격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물론 어려운 시간도 있었지요. 하지만 닐 레넌 감독이 부임한 지난 해 10월 이후 이청용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마법을 보여줬습니다. 갑자기 이청용은 예전의 모습 이상을 보여주며 볼턴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을 환호케 했습니다. ‘희망’이라는 글자를 새겨줬습니다.

하지만 볼턴을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슬프게도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이청용의 이적은 분명 볼턴에게 큰 손실입니다. 반대로 크리스털팰리스에는 천군만마가 될 것입니다.

볼턴에서 지내며 이청용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조용했습니다. 물론 그라운드 밖에서 말이죠. 영어로 인터뷰를 한 경우도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선수는 그라운드 위에서 가장 멋진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두 발로 말이죠.

경기장이나 훈련장에서 마주치면 수줍게 ‘Hello’라며 인사를 전하던 이청용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올해로 여덟 살이 된 제 아들은 볼턴을 응원하기 위해 유니폼을 산 순간부터 ‘CHUNG YONG’이라는 이름을 새겨 넣었고,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비웠던 순간에도 그 이름은 여전했습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고요. 볼 때 마다 그리운 이름이 될 것 같네요.

이청용 덕분에 좋은 인연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볼턴에 찾아온 한국인들과 좋은 친구가 되었고, 그 기회를 통해 한국 팬들에게. 그리고 이청용에게 오늘의 헌사를 보낼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한국인 친구들이 크리스털팰리스에도 고공비행을 하는 이청용의 이야기를 종종 전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 온 샛별. 이청용이 빛나는 순간을 목격하고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었던 5년은 저에게도너무나 큰 영광이었으며, 특권이었습니다. 새로운 둥지에서도 더욱 멋지게 비상하길 빕니다. 물론 어려운 순간이 닥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볼턴에서 보여줬던 것 럼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언제라도 힘들면, 잠시 숨을 가다듬고 볼턴에서의 시절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당신을 기억하는 볼턴의 모든 이들도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결국 감독도 떠나고, 선수도 구단주도 떠난다 하지만 변치 않고 자리를 지키는 것은 팬이다”

축구공은 둥글기에 그라운드 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인생 역시 마찬가지지요. 오늘의 헌사를 쓸 수 있게 해 준 한국인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볼턴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은 소중한 추억을 안겨준 ‘Chungy’의 팬이며, 시간이 흐른 후 언제라도 볼턴의 문은 ‘Chungy’에게 기꺼이 열려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며, 볼턴 역시 ‘Chungy’에게 당당한 고향 팀이 되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Chungy!

글= 마크 아일스 볼턴 뉴스 축구팀장
번역= 김동환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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