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국제공항] 한준 기자= 해외 여행을 위한 공항 방문은 설레는 일이다. 유럽 무대에서 활동 중인 선수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꿈에 그리던 무대를 누비고 있지만, 향수병은 또 다른 적이다. 고국에서 가족, 친지를 만나고 꿀맛 같은 휴식을 보낸 뒤 비행기에 오르는 심정은 편치 많은 않다.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류승우의 모습은 밝았다. 지난 12월 17일 자신의 스물 한 번째 생일을 보낸 류승우는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취재진을 만나 “2주 동안 잘 쉬었다”고 말했다. 류승우의 행선지는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로 3시간 거리에 위치한 낯선 도시 브라운슈바이크다.

류승우는 2014/2015시즌 독일 2부리그 전반기 12경기에 출전해 4골을 넣었다. 2013년 12월 제주유나이티드 입단과 함께 독일 명문클럽 바이엘04레버쿠젠으로 임대 이적한 류승우는 레버쿠젠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자 2부리그에 소속된 아인트라흐트브라운슈바이크로 재임대를 결정했다. 도전은 성공했다. 반 년간 보인 활약으로 레버쿠젠은 류승우를 완전 영입했다. 2018년까지 장기계약을 맺었다.

2013 FIFA U-20 월드컵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했고, 레버쿠젠 입단 후에도 측면 자원으로 분류되었던 류승우는 브라운슈바이크에서 공격 지역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며 잠재력을 뽐냈다. 무엇보다 “오히려 가운데 포지션을 선호했다”고 말한 처진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4골을 터트릴 수 있었다.

골 감각이 살아나고, 창조성을 뽐내고 있는 류승우의 독일 적응기는 앞서 분데스리가에 정착한 공격수 손흥민과 미드필더 구자철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류승우가 독일 무대에 자리잡는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을 준 선수가 손흥민과 구자철이다.

류승우는 “자철이 형이 꾸준히 연락도 많이 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신다. 정말 감사하다. 흥민이 형은 같은 팀에서 뛰면서 옆에서 많이 보고 배웠다. 잘 챙겨주셨다”는 말로 멘토의 도움 덕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 뛰는 한국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고, 대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 류승우는 “한국 선수들은 팀을 위한 헌신도가 높다. 한국 선수들이 워낙 민첩성이 좋다는 장점도 있다. 전혀 유럽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다. 팀을 대하는 자세가 좋다는 장점을 어필 받고 있다”며 분데스리가의 ‘한류’ 이유를 설명했다.

독일어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는 류승우는 2015년부터 통역의 도움 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미 팀 안에 확실히 녹아들었다. 스위스 출신의 한 살 터울 미드필더 살림 켈리피는 류승우의 브라운슈바이크 절친이기도 하다. “다들 즐겁게 지낸다”는 류승우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2014/2015시즌에 무조건 10골을 넣겠다. 전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는 류승우에게 독일 무대 도전은 이제 부담이 아닌 즐거움이다. 대표팀이나 올림픽에 대한 욕심 보다 현재 위치에서의 발전을 강조한 류승우는 한 걸음 한 걸음 꿈을 향해 내딛고 있다.

사진=풋볼리스트, 브라운슈바이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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