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정다워 기자= "무엇보다 실력이 중요하다. 축구를 잘해야 한다. 공을 잘차면 대우가 달라진다. 일단 초반에 인정 받는 게 중요하다." '벨기에통' 설기현(35, 인천유나이티드)이 황진성(30, AFC투비즈)에게 전하는, 단순하지만 명확한 성공 조건이다.

설기현은 '벨기에통'이다. 2000년 벨기에주필러리그서 로열앤트워프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데뷔 시즌에만 12골을 넣는 등 활약하며 1년 만에 벨기에의 명문 안더레흐트로 이적했다. 이 팀에서 2004년까지 뛰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경험했다. 벨기에에서의 활약을 발판 삼아 잉글랜드에 진출하기도 했다.

최근 벨기에 2부리그 소속인 투비즈로 이적한 황진성도 입단을 결정하기 전 설기현에게 조언을 구했다. 3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서 만난 설기현은 "얼마 전에 진성이가 전화를 했다.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여러가지 조언을 현실적으로 해줬다. 이상적인 것 말고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들을 알려줬다. 결정은 스스로 내리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설기현의 말대로 황진성의 벨기에행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황진성은 우리 나이로 31세다. 현역 생활을 이어갈 시간이 길지 않다. 이 와중에 일본 J리그를 비롯해 여러 팀들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좀 더 편안하게 축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국 황진성은 쉽지 않은 도전을 택했다. 서른을 넘은 나이에 유럽 무대 진출을 결정했다.

설기현이 말하는 벨기에에서의 성공 조건은 '실력'이다. 그는 "무엇보다 실력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축구를 잘해야 한다. 공을 잘차면 주변에서 선수를 대우가 달라진다. 일단 초반에 인정 받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기선 황진성이 외국인 선수다. 주변에서 호기심을 갖게 된다. 얼마나 잘하는지 궁금해 할 것이다. 기대가 크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황진성은 2003년 포항스틸러스에서 데뷔해 11시즌을 뛰며 279경기에서 47골 58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명성을 떨치며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 부상으로 한 시즌을 쉬었지만 실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설기현도 "진성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거기(벨기에)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 기량만큼은 거기서도 최고 수준일 거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적응이다. 특히 벨기에리그의 특성에 빨리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 설기현은 "유럽은 기본적으로 몸싸움이 치열하다. 벨기에 2부리그라면 기술보다는 피지컬에 의지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봐야 한다"며 "진성이가 어떤 플레이를 할 건지 빨리 결정해야 한다. 몸으로 직접 부딪힐 건지, 아니면 머리를 써서 영리하게 축구를 할 건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황진성은 투비즈와 1년 계약을 맺었다. 투비즈에서의 활약을 발판 삼아 더 큰 무대로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설기현은 "거긴 유럽이기 때문에 좀만 잘한다는 소문이 나면 선수를 보러 온다. 거기서 잘하면 안더레흐트 같은 큰 팀으로 갈 수도 있다. 네덜란드도 바로 옆이기 때문에 네덜란드 진출도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사진= 인천유나이티드, 포항스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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