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쇠락한 명가. 마지막 빅리그. 유행을 따라가지 못한 대신 나름의 색을 오롯이 간직한 곳. 이탈리아 세리에 A에 어울릴만한 설명들이다. ‘2014/2015 세리에 A’가 이번 주말 개막한다. 최근 국내에서 언급이 뜸해진 세리에 A에 대해 개막 전 읽어볼만한 간단 가이드를 준비했다. 감독이 바뀐 절대강자 유벤투스의 운명, 스쿠데토에 도전하는 우승 후보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10가지 상식까지. 다 읽은 뒤엔 31일(한국시간) 오전 1시 열리는 개막전을 기다리자.

1. 스쿠데토는 ‘작은 방패’
“스쿠데토를 두고 유벤투스와 AS로마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세리에 A 우승 대신 흔히 쓰이는 표현이 스쿠데토(Scudetto)다. 직역하면 ‘작은 방패’라는 뜻이다. 우승팀이 유니폼에 달 수 있는 방패 모양 패치를 의미한다. 보통 유니폼 중앙에 붙인다. 1924년부터 세리에 A 우승팀은 유니폼에 스쿠데토를 붙임으로써 한 시즌 동안 매 경기마다 캄피오네(Campione, 챔피언)라는 걸 자랑할 수 있다. K리그 클래식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황금색 리그 패치와 비슷한 개념이다.

2. 토티와 디나탈레의 도전
은행나무가 ‘살아있는 화석’이라면, 프란체스코 토티(38, AS로마)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복귀해 모처럼 국제 무대에서 축구 실력을 보일 수 있게 됐다. 토티는 세리에 A 통산 235골을 넣어 통산 득점 2위에 올라 있다. 1위 실비오 피올라(274골)를 따라잡긴 힘들지만, 토티는 모두 AS로마에서 넣었기 때문에 단일팀 통산 득점 부문에서는 1위다. 토티의 뒤를 잇는 안토니오 디나탈레(37, 우디네세)는 193골로 역대 7위에 올라 있다. 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마지막 시즌을 준비 중이다.

3. 토니? 클로제? 지금 2006년인가요?
흘러간 줄 알았던 노장들이 꿋꿋이 활약하고 있다는 것이 세리에 A의 특징이다. 최근 리그 수준이 떨어졌다는 해석도 일리가 있지만, K리그의 이동국(35)보다도 나이가 많은 공격수들의 '클래스'가 대단하다는 뜻도 된다. 미로슬라프 클로제(36)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독일의 우승에 일조한데 이어 라치오에서 마지막 1년을 보낸다. 지난 3시즌 동안 리그 35골을 넣으며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루카 토니(37)는 지난 시즌 베로나에서 무려 20골을 몰아쳤다.

4. 지금 이 순간의 간판 스타는?
공격부터 미드필더까지, 우리 눈을 즐겁게 해줄 선수들의 이름을 미리 알아두면 경기를 즐기는데 도움이 된다. 공격수로는 유벤투스의 카를로스 테베스(30), 나폴리의 곤살로 이과인(27), 피오렌티나의 쥐세페 로시(27)가 대표적이다.

측면 돌파의 귀재로는 피오렌티나의 후안 콰드라도(26), AS로마의 제르비뉴(27), 토리노의 알레시오 체르치(27)등이 꼽힌다. 유벤투스의 공수 연결고리 안드레아 피를로(35), 아르투로 비달(27), 폴 포그바(21)와 AS로마의 다니엘레 데로시(31), 피오렌티나의 보르하 발레로(29) 등이 중원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일 예정이다.

5. ‘나름대로 비싼 몸’들의 도전
리그 전반적인 재정난 때문에 대형 영입은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우습게 볼 수 없는 가격표가 존재한다. AS로마는 후안 이투르베(21)를 키에보베로나에서 영입하기 위해 2200만 유로(약 293억 원)를 투자했다. 토티를 보좌해야 할 이투르베의 어깨가 무겁다. 유벤투스는 과소비 논란 속에 레알마드리드 유망주 알바로 모라타(22)를 2000만 유로(약 267억 원)에 사들였다. AS로마가 메흐디 베나티아(바이에른뮌헨)의 대체자로 데려온 코스타스 마놀라스(23)도 1300만 유로(약 173억 원) 몸값에 걸맞는 활약을 해야 한다.

6. 축구 기하학자, 닥공 그 자체… 제만이 돌아왔다
세리에 A의 대표적 괴짜 감독 즈데넥 제만(67)이 칼리아리 지휘봉을 잡으며 일선 복귀했다. 1990~2000년대 독특한 4-3-3 시스템을 바탕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내 축구는 기하학적이고 다른 축구보다 체계적”이라며 동세대 감독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공격 축구의 신봉자이자 공격수 육성의 달인이기도 하다. 2011/2012시즌 2부에 있던 페스카라를 1부로 올렸고, 2012/2013시즌 명문 AS로마의 지휘봉을 잡았으나 극단적인 ‘돌격 앞으로’를 반복하다 반년 만에 경질됐다. 이번 시즌 칼리아리에서도 공격 일변도는 여전할 것이다. 중위권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7. 유럽 5위 리그로 밀린 세리에A
세리에 A는 한때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프리메라리가와 함께 유럽 3대 리그였다. 최근엔 분데스리가에 밀려 4번째 인기 리그로 밀려났다. 유럽 대항전 성적을 기준으로 하는 UEFA 리그 랭킹에서도 4위다. 랭킹이 하락하자 UCL 진출팀 숫자는 4팀에서 3팀으로 줄었다. 심지어 이번 시즌엔 포르투갈 리그에까지 밀려 유럽의 5위 리그로 떨어졌다. 유럽 대항전에 진출한 6팀의 성적에 따라 리그 랭킹은 더 떨어질수도, 회복될 수도 있다.

8. 힘든 가운데 찾은 '돈줄'
EPL과 라리가 클럽들은 외국 부호가 구단주로 취임하면 순식간에 이적시장의 큰 손으로 돌변하곤 한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세리에 A에도 외국계 자본이 들어오고 있다. 다만 구단주의 사비를 털어 선수를 사주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재정을 갖추도록 서서히 지원한다. AS로마의 이탈리아계 미국인 구단주 제임스 팔로타, 인테르밀란의 인도네시아계 구단주 에릭 토히르가 대표적이다.

기존 구단주 중에서는 영화계의 거물인 아우렐리오 데 라우렌티스 나폴리 구단주, 자동차 회사 피아트를 가진 안드레아 아넬리 유벤투스 구단주, 신발 브랜드 ‘토즈’로 알려진 디에고 델라발레 피오렌티나 구단주가 여전히 과감하게 투자하는 편이다.

9. 공짜로 토레스 영입? AC밀란 단장이 대머리인 이유
AC밀란은 골키퍼 디에고 로페스(33), 수비수 알렉스(31), 제레미 메네즈(27)를 이적료 없이 영입했다. 셋 모두 유럽 무대에서 명성을 얻은 스타다. 페르난도 토레스(30)가 소문대로 AC밀란에 합류한다면 역시 자유계약이 될 전망이다. AC밀란은 공짜를 좋아한다. 구단주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자금 투입을 멈췄기 때문에, 아드리아노 갈리아니 단장의 영입 수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명성에 비해 저렴한 영입을 해내는 건 분명하지만 너무 근시안적이라는 비판도 공존한다.

10. 권세 잃은 북부의 왕, 밀라노의 운명은
이탈리아 북부의 밀라노는 한때 축구가 가장 강한 도시였다. 세계적인 강호 AC밀란과 인테르밀란이 있어서다. 그러나 두 팀 모두 긴축재정에 돌입했고 지난 시즌 인테르밀란은 5위, AC밀란은 8위에 그쳤다. 인테르밀란은 에스테반 캄비아소(34, 레스터시티), 하비에르 사네티(41, 은퇴) 등 노장들과 결별하고 마테오 코바치치(20) 등 젊은 인재들과 함께 새출발을 노린다. AC밀란과 공동으로 쓰는 쥐세페메아차를 떠나 새 구장을 가지려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AC밀란은 전설적 공격수 출신 필리포 인자기(41) 감독에게 기대를 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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