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쇠락한 명가. 유행을 따라가지 못한 대신 나름의 색을 오롯이 간직한 반도. 마지막 빅리그. 이탈리아 세리에 A에 어울릴만한 설명들이다. ‘2014/2015 세리에 A’가 이번 주말 개막한다. 최근 국내에서 언급이 뜸해진 세리에 A에 대해 개막 전 읽어볼만한 간단 가이드를 준비했다. 감독이 바뀐 절대강자 유벤투스의 운명, 스쿠데토에 도전하는 우승 후보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10가지 상식까지. 다 읽은 뒤엔 31일(한국시간) 오전 1시 열리는 개막전을 기다리자.

로마와 나폴리, 피오렌티나의 역습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리에A는 북부에 위치한 팀들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롬바르디아주(州)의 밀라노를 연고로 하는 AC밀란과 인테르밀란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들을 보유한 인기 구단이다. 1897년 피에몬테주의 토리노에 자리 잡은 유벤투스도 세리에A 전통의 강호다. 리그 역대 최다우승팀도 유벤투스다. 30회 정상에 섰다. 밀란과 인테르는 나란히 18회로 유벤투스의 뒤를 잇는다. 그 다음은 제노아(9번)와 토리노, 볼로냐(이상 7회)다. 하나같이 북부 지방에 자리하고 있는 팀들이다. 반면 로마는 3번, 라치오와 피오렌티나, 나폴리는 각각 2번밖에 하지 못했다. 북부 지방 팀들의 강세가 얼마나 오래 된 이야기인지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세리에A의 흐름이 북에서 남으로 내려가고 있다. 2013/2014시즌 성적만 봐도 남부의 AS로마와 나폴리, 중부의 피오렌티나가 나란히 2,3,4위를 차지했다. 유벤투스가 정상에 서기는 했지만 인테르는 5위, 밀란은 8위로 추락했다. 제노아는 14위로 떨어졌고, 볼로냐는 아예 강등 당했다. 5년 전인 2008/2009시즌과 비교하면 변화의 폭이 얼마나 넓은지 확인할 수 있다. 당시엔 인테르, 유벤투스, 밀란이 1,2,3위에 올랐다. 순위표 맨 윗 자리를 석권하며 나란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다. 불과 몇 년 만에 이탈리아 축구의 판도가 180도 달라졌다.

'업그레이드' 로마를 주목하라
북부 지방의 자존심 유벤투스를 견제할 가장 강력한 후보는 로마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적재적소에 필요한 자원을 영입했다. 수비의 핵심 메흐디 베나티아(27)를 바이에른뮌헨으로 떠나보냈지만, 그리스의 젊은 수비수 콘스타스 마놀라스(23)를 올림피아코스에서 데려왔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리오넬 메시(27, FC바르셀로나)의 후계자라 불리는 후안 이투르베(21)도 영입했다. 무려 2200만 유로(약 293억 원)를 투자한 공격적 영입이다. 공동소유 상태였던 중앙 미드필더인 라자 나잉골란(26)을 완전영입했다.

로마는 유망주인 안토니아 사나브리아(18)도 데려와 공격을 보강했다. 자유계약으로 로마에 합류한 애슐리 콜(33), 세이두 케이타(34)는 선수단에 경험을 더할 전망이다. 이들이 프란체스코 토티(37)와 제르비뉴(27) 등 기존의 선수들과 잘 어우러진다면 막강한 전력을 기대해도 좋다.

뤼디 가르시아(50) 로마 감독은 2013년 6월 사령탑에 올라 빠르게 팀을 안정시켰다. 2012/2013시즌 6위였던 로마를 준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개막 후 10연승, 3월부터 5월까지 9연승을 이끌었다. 1년간 치른 42경기서 29승을 기록했다. 승률이 69%를 넘을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 올 시즌에는 부임 2년차에 접어들었고, 선수 보강을 충실하게 한 만큼 한층 안정적인 모습으로 로마를 이끌 전망이다.

변수는 있다.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 로마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한다. 대진운이 좋지 않다. 바이에른뮌헨과 맨체스터시티, 그리고 CSKA모스크바와 E조에 속했다. 독일과 잉글랜드, 러시아 챔피언을 상대해야 한다. 4년 만에 돌아온 챔피언스리그에서 '죽음의 조'에 속했다. 로마에겐 악재다. 동시에 두 대회를 병행하기 때문에 가르시아 감독의 선택이 더욱 중요하다. 여러 변수가 존재하고 유벤투스의 전력이 여전한 가운데, 로마가 얼마나 챔피언을 위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복병, 나폴리와 피오렌티나
나폴리는 몰락한 두 밀란을 대신해 세리에A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2012/2013시즌 2위, 지난 시즌 3위를 차지했다. 라파엘 베니테스(54) 감독은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답게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2007/2008시즌 승격한 이후로 나폴리가 2시즌 연속 상위권에 자리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3년차가 된 베니테스 감독과 함께 이탈리아 명문 클럽의 명성을 되찾는 중이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도 없다. 페데리코 페르난데스(25)를 스완지시티로, 발론 베라미(29)를 함부르크SV로 떠나보냈다. 대신 칼리두 쿨리발리(23)를 영입해 수비를 보강했다. 요나단 더구즈만(26)과 미구엘 미추(28)를 데려와 공격도 강화했다. 곤살로 이과인(26)과 호세 카예혼(27) 등 기존 선수들에 더해 전력이 업그레이드됐다. 유벤투스와 로마를 위협할만한 전력이다.

2011/2012시즌 13위까지 추락했던 피오렌티나는 2012/2013시즌 이후 2회 연속 4위에 올랐다. 2012년 빈센초 몬텔라(40) 감독이 부임한 이후 안정적인 전력으로 리그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피오렌티나가 한 층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강팀들과의 맞대결을 극복해야 한다. 지난 시즌 로마와 인테르에 연패를 당했다. 유벤투스와 나폴리, 밀란과는 1승 1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우위를 점하지는 못했다. 뒷심 부족도 약점이다. 한 시즌 동안 당한 11패 중 7패가 2월 이후에 나왔다. 아직 우승 후보보다 복병에 가깝다.

글= 정다워 기자
그래픽= 조수정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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