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불가리아의 작은 클럽 PFC루도고레츠라즈그라드(이하 루도고레츠)가 창단 최초로 ‘꿈의 무대’를 밟았다. 수비수가 골키퍼 대신 승부차기를 막는 등 기적 같은 승부였다.

28일(한국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의 바실 레프스키 국립경기장에서 ‘2014/20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렸다. 루도고레츠가 루마니아 명문 슈테아우아부쿠레슈티(이하 슈테아우아)를 1-0으로 꺾었다. 1, 2차전 합계 1-1로 동률을 이룬 양팀은 연장전을 거쳐 승부차기까지 돌입했고, 루도고레츠가 6-5로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루도고레츠는 경기 막판까지 골을 넣지 못해 탈락 위기에 몰렸다. 후반 45분에야 선제골을 넣어 기사회생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미드필더 반데르손이 그림같은 발리슛을 성공시켰다. 연장전으로 끌고 가는 골이었다.

연장전에서 루도고레츠는 더 큰 고난을 겪었다. 연장 후반 종료 직전, 블라디슬라프 스토야노프 골키퍼가 퇴장 당했다. 교체카드 3장을 모두 쓴 루도고레츠는 수비수 코스민 모티에게 급히 골키퍼 장갑을 끼우고 골문 앞에 세웠다. 모티가 승부차기를 막아야 했다.

모두가 슈테아우아의 우세를 예상할 만한 상황에서 모티가 기적을 만들었다. 먼저 첫 번째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슛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슈테아우아의 킥을 2번 막아내는 맹활약을 펼쳤다. 마지막 키커 라파의 슛은 쳐낸 것도 아니고 아예 잡아냈다. 승부차기에서 6-5 승리를 거둔 루도고레츠 선수들은 일제히 경기장으로 쏟아져 들어와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모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골키퍼로 뛴 건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모티는 루도고레츠 선수 중 유일한 불가리아 대표였다. 공교롭게도 슈테아우아의 가장 큰 라이벌인 디나모부쿠레슈티 출신이기도 했다.

거짓말 같은 승부 끝에 루도고레츠는 창단 이후 첫 UCL 본선에 진출했다. 2001년 창단한 루도고레츠는 인구가 35,000명 가량인 소도시 라즈그라드가 연고지다. 홈구장 수용 인원은 8,000명에 불과하다. 경기장이 국제 규격에 못 미치기 때문에 수도 소피아의 국립 경기장을 빌려 유럽 대항전을 치를 정도로 작은 클럽이다.

규모는 작지만 만만히 볼 팀은 아니다. 2011/2012시즌 1부로 승격하자마자 우승한 뒤 지난 시즌까지 3연패를 달성한 불가리아의 신흥 강호다. UCL 본선 진출은 올해가 처음이지만, 지난 시즌에는 유로파리그에서 PSV에인트호번과 라치오를 꺾으며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 UEFA 동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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