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정다워 기자= 마리오 발로텔리(24)가 리버풀 유니폼을 입었다. FC바르셀로나로 떠난 루이스 수아레스(27)의 대체자로 볼 수 있다. 갈 길은 멀다. 수아레스가 리버풀에 남긴 존재감이 크다.

발로텔리는 26일(한국시간) 리버풀 입단을 확정했다. 직접 45번이 달리 유니폼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이제 발로텔리는 리버풀 선수다. 2013년 1월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를 떠난지 1년 7개월 만에 잉글랜드로 복귀하게 됐다.

벌써부터 영국 내에서는 발로텔리에게 부담을 안기는 분위기다. 영국 권위지 '가디언'은 발로텔리의 최대 임무로 수아레스의 공백을 메우는 것을 꼽았다. 수아레스는 2010/2011시즌부터 4시즌간 133경기에 출전해 82골을 넣었다. 지난 2시즌 동안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에서만 54골을 기록했다. 지난 몇 년간 리버풀 최고의 선수는 단연 수아레스였다.

이제 리버풀에 수아레스는 없다. 대신 발로텔리가 왔다. 영국 내 분위기라면 발로텔리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수아레스의 빈 자리를 채워야 한다. 전제 조건이 있다. 닮아야 할 것과 닮지 말아야 할 것을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아레스는 최고의 실력자였지만, 때로는 '사고뭉치'였다. 발로텔리가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닮아야 할 것 ① 축구 실력, 특히 이타적인 플레이
수아레스는 의심의 여지 없는 최고의 스트라이커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리오넬 메시를 제외하면 그를 능가할 선수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4년간 경기당 득점이 0.61골에 달한다. 지난 시즌 리버풀이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서 우승에 근접한 것도 수아레스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개인 능력만 탁월한 게 아니다. 수아레스는 라힘 스털링이나 다니엘 스터리지, 쿠티뉴, 스티븐 제라드, 조단 헨더슨 등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도 뛰어났다. 이기적인 성향도 찾아보기 어렵다. 감독과 문제를 일으키는 일도 드물다. 수아레스는 리버풀서 브랜든 로저스 감독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어느 팀을 가든 지도자와 싸우지 않는다. 발로텔리가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수아레스의 장점이다.

발로텔리는 수아레스와 비교하면 이기적이다. 욕심이 많다. 맨시티 시절에는 프리킥에 욕심 내다 동료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주장인 뱅상 콩파니에겐 거의 꾸중을 들을 정도였다. 특히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에는 과한 개인 플레이로 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감독을 무시하는 일도 허다하다. 맨시티 시절에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과 불화를 겪었다. AC밀란서는 회장과의 관계가 껄끄러웠다. 발로텔리가 수아레스만큼의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기심을 버리고 이타적으로 변신해야 한다.

닮아야 할 것 ② 경기장 밖에선 수아레스도 양반
수아레스가 희대의 '악동'인 것은 분명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큰 사고를 친 적이 없다. 오히려 대단히 가정적인 남자로 잘 알려져 있다. 10대 시절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할 정도로 순정파다. 그의 SNS는 아내와 아이들의 사진으로 가득하다. 술이나 담배, 마약 등과는 거리가 먼 남자다. 사생활은 누구보다 깨끗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발로텔리는 프로축구선수가 된 이후로 경기장 밖에서도 꾸준히 문제를 일으켰다. 작년 4월에는 기차 화장실에서 흡연하다 승무원에게 발각됐다. 지난 7월에도 담배를 피는 모습이 파파라치에게 포착돼 구설수에 올랐다. 올해 초에는 전 여자친구가 낳은 아이를 놓고 친자 확인을 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여자친구만 해도 손에 꼽히 어려울 정도로 사생활이 복잡하다.

기행도 일삼는다. 맨시티에선 유소년팀 선수에게 다트를 던져 물의를 일으켰다. 인테르밀란 시절에는 AC밀란 유니폼을 입고 거리를 활보해 비난을 받았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발로텔리가 리버풀 팬들에게 사랑 받기 위해서는 수아레스처럼 경기장 밖에서 절제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구설수에 오른다면 팬들은 수아레스의 존재를 더욱 그리워할 수밖에 없다. 양반이 되는 것도 발로텔리에게 필요한 변화다.

닮지 말아야 할 것 ① 경기장에선 수아레스가 한 수 위
경기장 내에서 수아레스는 세계 최고의 '트러블 메이커'였다. 치아와 손, 발을 사용해 상대에게 해를 입힌 경우가 허다하다. 상대 발을 밟거나, 배, 허벅지 등을 차는 위험한 플레이도 자주 했다. 영국 내에서는 다이빙을 즐겨하는 선수로 낙인이 찍혔다. 입도 문제다. 과거 패트리스 에브라에게 인종차별을 했다는 혐의를 받기도 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상대팀 응원단에게 공을 차버린 일화도 있다. 2011년에는 풀럼 팬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올린 적도 있다.

이 정도면 발로텔리는 애교 수준이다. 발로텔리도 만만치 않은 악동이지만 수아레스만큼 많은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락커룸으로 들어가는 길에 문을 발로 찬다든가 상대 선수와 몸싸움을 벌이는 게 전부다. 이따금씩 퇴장을 당하기는 하지만 눈에 띄는 기행을 한 적은 드물다. 경기장 내에서 수아레스보다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닮지 말아야 할 것 ② 치아
수아레스의 가장 큰 문제는 '치아'였다. 경기 도중 선수를 깨무는 기행을 수차례 저질렀다. 2010년 아약스 시절 PSV에인트호번의 오트만 바칼의 목을 문 게 알려진 첫 번째 사건이다. 2012/2013시즌에는 첼시의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의 팔을 물었다. 10경기 출전 금지 징계를 받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서' 이탈리아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의 어깨를 물어 10월까지 경기에 나설 수 없다.

리버풀 입장에선 다행이다. 발로텔리는 아직까지 치아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이제 수아레스로 인해 경험했던 스트레스를 또 겪을 필요가 없다. 발로텔리가 수아레스를 따라한다는 명목으로 치아를 사용하지 않는한 기상천외한 일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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