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감독의 전술적 실책? 2003년 패배의 데자부


[풋볼리스트] 이민선 기자= 납득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웨인 루니는 불과 사흘 전 열린 노르위치와의 리그 경기에서 날아다녔다. 가장 주목 받은 건 해트트릭에 성공한 카가와 신지였지만 루니도 1골 2도움으로 공격의 첨병 역할을 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잘 나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서는 내심 그 기세를 챔피언스리그로 이어 우승을 노릴 만 했다. 하지만 명운을 걸어야 했던 레알 마드리드와의 16강 2차전 선발명단에 루니는 없었다.

적잖은 전문가들이 10년 전의 상황을 다시 보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2002/2003시즌 맨유는 8강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만났다. 원정에서 열린 1차전에서 1-3으로 패하고 돌아온 맨유로서는 홈에서 대승이 필요했다. 그런데 선발 명단에 데이비드 베컴이 없었다. 당시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베컴은 냉전기였다. 빅토리아와의 결혼 이후 베컴의 행보에 불만이 많았던 퍼거슨 감독은 2월 열린 FA컵 경기 중 라커룸에서 축구화를 집어 던졌다. 축구화에 긁혀 상처 입은 것은 베컴의 얼굴만이 아니었다. 자존심도 긁혔다. 두 사람의 불안한 관계는 중요한 승부처에서 선발 라인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에서 맨유는 호나우두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는 비참한 상황을 맞았다. 3-2로 뒤진 상황에서 결국 베컴이 투입됐다. 후반 18분 세바스티안 베론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등장한 베컴은 2골을 넣으며 펄펄 날아다녔다. 4-3 역전승에 성공한 맨유였지만 골득실에서 밀리며 탈락했다. 당시 퍼거슨 감독의 선택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10년이 지나 올드 트라포드에서 레알 마드리드에게 역전패를 당하며 다시 한번 챔피언스리그 탈락을 맛 본 퍼거슨 감독은 비슷한 비판에 직면했다. 퍼거슨 감독은 최근 부상 이후 리듬이 깨진 반 페르시를 최전방에 세우고 대니 웰벡과 나니를 양 측면에 세웠다. 루니는 후반 28분에서야 그라운드를 밟았다. 퍼거슨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사비 알론소가 경기를 컨트롤 한다. 그럴 경우엔 웰벡이 효과적인 투입이라 생각했다. 루니가 후반에 들어와 승부를 결정짓길 희망했다”며 행명을 했지만 영국 언론과 칼럼니스트들은 ‘10년 전의 데자부’라고 말하며 전술적 실수를 꼬집고 있다.

다시 시계를 돌리자. 10년 전 베컴은 그 사건 뒤 맨유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갔다. 루니도 어쩌면 비슷한 길을 갈 것이라는 우려가 등장하고 있다. 파리 생제르망, 그리고 맨유의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가 루니를 원하고 있다. 로이킨은 "루니가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있다.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루니는 맨유에서 동기부여를 잃은 모습이다. 과거 동급의 선수로 평가받던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뒤쳐진 지 오래다. 종종 압도적인 기량을 펼치지만 꾸준하지가 않다. 발롱도르 최종 후보에서 루니의 이름을 본 지도 오래됐다. 올 시즌에는 반 페르시가 온 뒤 팀의 조연이 됐다. 과한 상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웰벡에 밀린 것을 루니가 납득하겠냐?’는 영국 언론들의 푸념을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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