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뻔해도 재미있는 게 있다. 바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우승경쟁이다. 지난 2013/2014에는 아틀레티코마드리드가 소위 ‘신계’에 있는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지만,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예외일 뿐이다. 올 시즌에는 더 강력해진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서로를 견제하는 구도가 더 고착화 될 것이다. 그런데 두 팀 중에 누가 더 강할까? 아마 이 주제를 두고 벌써 내기를 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풋볼리스트’가 두 팀이 우승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각각 알아봤다. 전체적인 리그 분위기도 함께 조명한다.

액션영화에서 최후에 승리하는 주인공은 제일 센 인물이 아니라, 철학과 지혜를 갖춘 인물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주인공다운 팀을 하나 꼽는다면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를 골라야 한다.

지난 시즌은 ‘라리가 전성시대’였지만 바르사는 수혜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라리가 우승은 아틀레티코마드리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코파델레이(국왕컵) 우승은 레알마드리드의 차지였다. 바르사는 라리가 준우승에 그쳤다.

이번 시즌, 바르사의 부활을 예상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감독이다. 바르사의 감독 선임엔 나름의 전통이 있다. 선수 육성을 중시하는 팀답게 감독도 육성한다. 새로운 철학을 들고 온 젊은 지도자와 함께 축구 패러다임을 바꾼다. 41세에 부임한 요한 크루이프, 37세에 부임한 주젭 과르디올라가 좋은 예다. 당대 최고의 명장을 모셔오는 레알과는 차이가 있다.

올해 44세인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크루이프와 과르디올라의 뒤를 이을 적임자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바르셀로나 B팀(2군)을 지도하며 ‘가장 바르셀로나다운 축구’로 주목받았다. 2011/2012시즌 AS로마에서 극단적인 토털 축구를 시도하다 실패를 맛봤지만, 2013/2014시즌엔 전 시즌 17위였던 셀타비고를 9위에 올려놓았다. 하위권팀 선수들로도 얼마든지 압박 축구를 구현할 수 있는 전술가적 역량을 입증했다. 바르셀로나 전통의 철학으로 토대를 세우고, 실전 경험으로 내장재까지 꽉 채웠다. 준비된 명장이다.


이적 시장에서 서툴기로 유명한 바르사였지만 올 여름엔 과소비는 했을지언정 전력은 분명 강해졌다. 특히 중원을 다시 편성할 수 있는 선수단이 갖춰졌다. 바르사는 지난 수년간 차비 에르난데스가 늙어갈수록 조금씩 약해져 왔다. 대안 없이 과르디올라의 유산에 기댄 꼴이었다. 고(故) 티토 빌라노바 전 감독과 타타 마르티노 전 감독이 조금씩 변화를 시도했지만 의미가 없었다.

이번 시즌엔 ‘포스트 차비’ 시대를 열어젖힐 가능성이 충분하다. 차비와 플레이스타일이 다른 파브레가스(첼시)를 과감히 내보내고, 프리메라리가에서 플레이메이커로 능력을 입증한 이반 라키티치를 영입했다. 차비의 장기적인 대체자로 지난 시즌 셀타비고에서 엔리케 감독의 축구를 체득한 하피냐 알칸타라도 대기 중이다. 차비가 이적할 뜻을 접고 바르사에 잔류했기 때문에 자연스런 세대교체가 가능해졌다.

다른 포지션도 양과 질이 함께 향상됐다. 공격진에 알렉시스 산체스(아스널) 대신 루이스 수아레스가 영입됐다. 어떤 전술로 팀에 녹아들게 만들지는 미지수지만 실력만 보면 분명 업그레이드다. 리오넬 메시가 잃어가는 활동량과 열정을 지녔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카를라스 푸욜(은퇴)과 빅토르 발데스(계약만료)가 떠난 자리엔 제레미 마티유, 토마스 베르마엘렌, 마르크-안드레 테어 슈테겐, 클라우디오 브라보 등 알짜 선수들이 다수 합류했다. 마티유와 베르마엘렌은 공을 오래 갖고 있어도 전혀 불안해하지 않는 센터백들이다. 바르셀로나 특유의 지공에 기여할 적임자다.

카탈루냐주 지방정부는 오는 11월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가질 계획이다. ‘우리는 스페인이 아니다’라는 의식이 여전하다. 지역주의에서 오는 마드리드와의 라이벌 의식 역시 그대로다. 바르사는 레알을 꺾어달라는 지역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준비를 마쳤다.

글= 김정용 기자
그래픽= 조수정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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