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귀포] 류청 기자= “감독은 몸이 상하는 직업이다”

조성환 제주유나티드 감독은 지난 2015년 감독 1년차에 맛볼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맛봤다. 초반 상승세와 급격한 내리막, 절친한 친구 감독들과의 대결, 극적인 상위스플릿 진출 그리고 시즌이 끝난 후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이적까지. 조 감독은 “코치들이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감독과 코치의 부담감 차이는 사장과 직원의 차이와 같다고 본다. 나는 스트레스를 쉽게 푸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좀 어려웠던 것 같다. 박경훈 감독이 ‘몸이 상하는 직업’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 그래도 감독은 매력적인 직업이다. 아픈 것은 좋은 것에 숨겨진 아픔 정도”라며 웃었다.

ACL진출권획득(리그 3위)을 목표로 삼은 조 감독은 선수들이 아니라 자신을 먼저 들여다보고 있다. 그는 은사인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의 조언을 기억하고 있다. 조 감독은 “터키에서 만났을 때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는데, 감독이 즐거워야 한다고 조언한 게 기억에 남는다. 감독이 즐거워야 선수가 즐겁고 팬이 즐거울 수 있다고 했다. 사실 즐기는 게 쉽지는 않다. 올 시즌에는 스트레스를 잘 풀면서 선수들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감독이 인상을 쓰면 선수들이 위축된다는 이야기였다.

조 감독은 올 시즌 마음을 다스릴 방법으로 등산을 꼽았다. 한라산과 제주도 도처에 있는 오름에오를 계획이다. 제주는 올 시즌 출정식으로 한라산 등반으로 갈음했는데, 조 감독은 이날 산에 오르며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다는 말이 있다. 책을 보지 않더라도 산에 오르면서 몸으로 직접 이 부분을 느꼈다. 1950m의 산을 올라갈 때는 힘들지만, 정상에 올랐을 때는 희열을 느끼게 된다. 산을 오르다 보면 오르막만 있는 게 아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만나게 된다. 우리 인생도 그렇고, 시즌도 그렇다”라고 말했다. 한라산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 감독에게 영감을 줬다.

“내가 1등을 해본 게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정상에라도 가장 먼저 가려고 선수들에게 천천히 생각하며 올라오라고 말한 뒤 나는 속보를 했다(웃음). 산 길이 좁으니 내가 아무리 빨리 올라가려고 해도 앞에 등반객들이 천천히 가면 추월하기가 쉽지 않더라. 내가 힘이 있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또 기억나는 분이 있다. 연세 좀 드신 아저씨를 봤는데 등산을 전문적으로 하는 것 같았다. 내가 빠르게 따라가도 쉽게 추월을 허용하지 않더라. 내가 오기가 나서 결국 추월했는데, 계속 따라오더라. 그래서 내가 나중에 비켜드렸다. 승부의 세계도 그렇지 않나. 1위로 오르기도 어렵고, 지키기도 어렵다. 지키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올 시즌 제주에는 ‘월척’이 없다. 팀의 주축인 윤빛가람과 알렉스를 보내고 수준급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경기를 홀로 바꿀 이들은 없다. 조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불평이나 아쉬움을 표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농담으로라도 어떤 선수가 탐난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서운하지 않겠나”라며 “어느 팀이든 (구성에) 만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기존에 있는 선수들과 새로 영입한 좋은 선수들을 잘 엮어 전력을 배가시켰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조화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화라고 생각한다. 까랑가가 최전방에 있고, 새로 영입한 마르셀로와 모이세스가 적응만 잘하면 괜찮을 것 같다. 본인들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초반에는 공격포인트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결국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모이세스에게는 돌파, 마르셀로에게는 득점을 기대하고 있다. (김)호남이도 광주에서 실력을 보여준 선수다. 팀에 적응해서 경기력만 끌어올린다면 기존 선수들과 시너지를 낼 것이다. 자신만의 특징을 잘 살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 감독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실점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제주는 지난 시즌 많이 넣고 많이 먹는 팀이었다. 조 감독은 ‘흑자’ 폭을 늘려야 원하는 순위에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조 감독은 “우리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지난 시즌보다 실점을 30%가량 줄여야 한다. 특히 세트피스에서 17골이나 내주는 약점이 있었는데, 개인전술과 책임감을 끌어올려 조직적으로 실점을 줄이겠다”라고 말했다. 쉬운 상황은 아니다. 알렉스가 이적했고, 오반석은 수술에 이은 회복으로 4월 전에 돌아오기 어렵다. 조 감독은 알렉스가 나간 자리에 권한진, 이광선을 영입했다. 두 선수가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라고 했다. (*두 선수는 시즌 개막전에 실점을 하나로 막고, 모두 골을 넣어 인천전 3-1 승리를 이끌었다)

2016년 꿈꾸는 팀 색깔은 화끈함이다. 조 감독은 “기본적으로는 점유율을 높이고 힘과 스피드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 수비를 하더라도 강한 압박을 하고 싶다. 패스를 통해서 다이나믹한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이를 위해서 동계훈련 때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체력훈련을 했다. 제주는 중국 광저우에서 전지훈련을 했는데 실전이 아니라 체력에 집중했다. 이후로는 제주로 돌아와 연습경기로 실전감각을 끌어올렸다. 그는 “어떤 팀도 우리를 쉽게 보지 못하게 만들고 싶다. 약점이 보이지 않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라고 했다.

2년차 조 감독은 지난 시즌 한 장면만 바꿀 수 있다면 무얼 바꾸고 싶느냐고 묻자 “아쉬운 게 한두 개가 아니다. 후회의 연속”이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결국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감독이 올바른 결정을 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조 감독의 이야기는 자신에게서 출발해 선수들을 거쳐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온 셈이다. “노하우를 축적했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부상관리도 잘해야 하고, 교체 타이밍도 좀 더 잘 맞춰야 한다. 코치들과 상의를 많이 했다. 더 나은 2016년이 돼야 한다. 부담은 떨칠 수 없다. 부담 가운데 결과를 성취하는 게 감독이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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