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수원FC는 한국프로축구 승강제 역사상 기념비적인 팀이다. 2013시즌 클래식과 챌린지가 생겨난 이후 상주상무, 대전시티즌, 광주FC 등이 승격했으나 모두 본래 1부리그에서 내려온 팀이었다. 수원FC는 3부리그격인 내셔널리그부터 단계를 밟아 올라온 첫 번째 사례다. 2015시즌 챌린지 플레이오프에서 서울이랜드FC와 대구FC,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아이파크를 차례로 꺾었다. 소위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즐비한 팀을 물리치고 이룬 승격이다.

클래식 개막전을 준비하는 긴장감과 부담감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조덕제 수원FC 감독은 13일로 예정된 전남드래곤즈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클래식 2016’ 1라운드 경기를 며칠 앞두고 진행된 마지막 훈련 일정에 대한 취재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 “승격 이후 인터뷰를 정말 많이 했다. 힘들기도 했지만 우리 팀을 알릴 수 있는 부분이라 열심히 하고 있다.”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진행 중인 훈련 현장을 개방을 주저하지 않았던 이유를 분위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조덕제 감독이 몸 풀기를 위해 진행한 볼 빼앗기 게임을 함께 했다. 농담을 주고 받으며 즐거운 분위기로 경기를 준비하게 이끌었다. 골대 뒤로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인 1,014석 규모의 가변석은 강한 햇살이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났다. 수원FC의 미래를 비추는 것이었을까.

수원FC의 승격이 환영 받은 이유는 공격적인 스타일로 많은 골을 넣은 스타일 덕분이기도 하다. 전북현대의 ‘닥공(닥치고 공격)’에 대응하는 수원FC의 ‘막공(막을 수 없는 공격)’이 화제가 됐다. 클래식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훈련장에서 실마리를 찾고 싶었다.

수원FC는 실전 중심의 훈련을 하고 있다. 7일에는 부분 전술 훈련과 세트피스 훈련으로 세밀한 부분을 다졌다. 8일에는 인천대와 연습 경기를 진행해 3-1로 이겼다. 9일에는 공격과 수비의 전술 훈련을 진행하고 11대11 자체 연습 경기를 했다. 주전과 비주전이 혼재된 구성이었다. 10일과 11일에 전술 훈련을 추가로 진행한 뒤 경기를 하루 앞둔 12일 오전 광양으로 넘어가 마지막 훈련을 진행한다.

경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훈련 현장에서 만난 조덕제 감독은 ‘클래식 데뷔전’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묻자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화려한 이적 시장이 전부는 아니다. 첫 술에 배부르기 어렵고, 상황도 그리 녹록치 않다. 클래식 개막전을 준비 중인 수원FC의 상황을 더 깊이 들여다 봤다.

 

 

 

 

#외인 삼중고…통역도 없고, 가빌란-오군지미도 못 뛰고

9일 오후 진행된 훈련 현장에 이탈 자원이 있었다. 많은 팬들이 기대하고 있는 벨기에 국가 대표 출신 공격수 마빈 오군지미는 자체 미니게임이 진행되자 운동장을 돌며 개인 운동을 했다. 2차 미니게임에는 투입되었지만 아직 경기에 투입될 만한 컨디션을 만들지 못했다. 오군지미는 4월 경기부터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오군지미가 3월부터 뛰기 어렵다는 것은 예견된 일이다. 그 보다 큰 걱정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빌드업의 중심 역할을 할 스페인 헤타페 주장 출신 하이메 가빌란의 부상이다. 가빌란은 훈련 도중 근육 통증을 느껴 이날 재활 훈련을 진행했다. 조덕제 감독은 “가빌란은 한번의 패스로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선수”라며 “엊그제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다리가 올라왔다. 솔직히 멘붕이 왔다”고 인정했다.

기존 센터백 블라단도 훈련 도중 무릎 통증을 느꼈다. 전남전까지 100%의 컨디션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다만 호주 대표 출신 수비수 아드리안 레이어의 적응력이 좋다. 레이어는 186센티미터의 장신이지만 몸에 날렵하다. 조덕제 감독은 “중앙 수비치고 민첩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레이어는 호주에서 풀백으로 뛰었던 경험도 있다. 조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전진 배치 등 다양한 활용도를 구상하고 있다.

조 감독은 훈련 중 디테일한 움직임과 전술 지시를 활발하게 내렸다. 그런데 현장에는 통역이 없었다. 수원FC는 스페인어와 영어를 할 수 있는 구단 직원 채용 작업을 진행 중이다. 첫 경기 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나, 개막전 준비 과정에 아쉬운 부분임에 분명하다.

외국인 선수들의 이해를 돕는 선수는 블라단이다. 최명진 수원FC 홍보팀 대리는 “블라단이 70% 정도는 한국 말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레이어와 센터백 파트너를 이루는 김근환도 “블라단이 통역 겸 선수”라고 했다. 김근환은 “블라단이 한국인 보다 더 한국인 같은 선수다. 생활면에서도 그렇고 숙소에서 장난도 치고 서로 친근하게 다가가는 편”이라며 블라단이 외인과 국내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조덕제 감독은 아예 블라단을 외국인 선수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블라단은 외국인으로 생각 안한다. 국내 선수 보다도 뒤에서 콘트롤을 해주며 지시를 잘 한다. 매 상황 마다 말을 콘트롤해준다. 외국인 선수가 그러기 쉽지 않다.”

실제로 훈련 현장에서 블라단은 “반대!” “앞으로!” 등 한국 단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수비 라인은 물론 팀 전체 움직임을 조율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미한 무릎 부상에도 개막전 중요성을 알고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가빌란도 없고, 오군지미도 없지만 레이어와 블라단의 존재는 수원FC의 뒷문 만큼은 든든하게 해주고 있다.

 

 

 

 

 

 

#스테보-오르샤 방어법? 공격이 최선의 수비

수원FC의 개막전 상대 전남은 공격진이 묵직하다. 베테랑 공격수 스테보와 지난 시즌 최고의 돌파력을 보인 오르샤, 여기에 새로 영입된 유고비치까지 외인 트리오의 조합이 위력적이다. 이종호가 전북현대로 떠났지만 전남 공격진은 여전히 K리그클래식 상위권이다.

그런 점에서 레이어와 블라단의 건재는 희소식이다. 조덕제 감독은 레이어 영입 배경을 밝히며 “본래 공격 쪽으로 알아보고 있었는 데 몸값 문제로 안됐다. 그러다 김근환이 영입되기 전이라 불안한 수비 쪽으로 영입했다”고 했다. 레이어 가세에 이어 울산현대에서 김근환이 가세하며 센터백 라인의 안정감이 생겼다.

조 감독은 김근환이 울산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지금 많이 올라왔다. 울산에 얼마나 좋은 스토퍼가 있는지 모르지만 아마 우리 팀에서 김근환이 하는 것을 보면 놀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근환은 193센티미터의 장신이다. 레이어와 이를 센터백 조합은 힘과 높이 면에서 클래식 정상급이다.

문제는 종종 나오는 실책이다. 조 감독은 훈련 현장에서도 김근환이 수비지역에서 볼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 디테일한 교정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근환은 훨씬 더 안정적인 수비수로 변하고 있었다. 김근환은 “수비는 안전한 것이 최우선”이라며 ‘막공’을 하는 팀 안에서 자기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키가 큰 장점을 활용할 것”이라는 각오도 전했다. 더불어 “클래식에서 온 선수라 그런 부분에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경험적 측면에서도 수원FC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조 감독은 레프트백 포지션에 영입한 유지노도 클래식 경험이 풍부하다며 수비진 구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조덕제 감독은 공격을 추구하지만, 균형을 잃는 감독은 아니다. 수비진에게 “공격 선수들이 자기 얼굴을 못보게 하라”며 등진 상황에서 돌아서지 못하게 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수비적으로 나선다고 수비가 잘 되는 것은 아니라는 철학은 여전하다.

“응원하는 분들의 원정 버스가 26대나 간다. 전남을 이기길 모두 정말 바랄 것이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분들이 부산과 했던 플레이오프에서 했던 것처럼 재미있는 축구를 바랄 것이다. 전남과 경기에서 수비만 하고, 무슨 저런 축구를 하냐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다. 우리가 공경을 하면 스테보나 오르샤 같은 선수도 그만큼 수비를 하는 상황이 된다. 수비 열 번 하는 것 보다 우리가 일곱 번 공격해서 상대가 더 수비하게 만들고 싶다. 클래식에 올라와서 10백, 7백 하는 게 아니라 수원이라는 팀이 와서 재미있게 하는 구나. 승부를 떠나 그런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그래서 수비 훈련 보다는 앞에서 압박하고, 공격적으로 오버래핑 하는 것을 더 준비하고 있다.”

 

 

 

 

 

 

#베스트11 미정…그래서 더 강할 수도

수원FC의 가장 큰 고민은 오군지미가 뛸 수 없는 최전방이다. 그래서 이승렬을 급히 영입했다. 아직은 컨디션이 다 올라오지 않았다. 서울이랜드FC에서 영입한 이재안은 인천대와 연습 경기에서 두 골을 넣으며 가능성을 보였다. 조 감독은 아직 누굴 최전방에 세울지는 물론, 주장 이승현과 수비라인 외에 중원 구성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결정하지 못했다.

“지난 해 주전으로 뛴 10명의 필드 플레이어 중 김재웅과 이준호 정도를 빼고 다 바뀌었다. 밤에 잠이 안 오는 상황이다. 12일에 광양에 내려가기 전까지 어떤 선수의 컨디션이 좋고,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다.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경기에 나가는 것이 맞다.”

누가 주전인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서 훈련장에서 선수들의 열기와 열정은 더 크다. “
어느 누구도 지금 베스트라고 할 수 없다. 개별적인 선수를 보면 전남 보다 강한 것은 없지만 하고자 하는 열망들이 있다. 축구 공은 둥글기에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 이변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새로 영입된 선수도 많고, 각자의 팀에서 문제를 겪은 선수도 많다. 조 감독은 지금은 떨어졌지만 한때는 좋았던 선수들로 새로운 수원FC를 만들고 있다. “아직 팀워크가 다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부산과의 플레이오프 당시와 비교하면 60% 정도다. 감독의 스타일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4월 정도가 되면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조 감독은 새로 온 선수가 많은 환경 속에 빠른 융화를 위해 ‘이적생’ 이승현을 주장으로 선임했다. “김한원은 36세로 우리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다. 전후반 경기를 다 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승현이 그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클래식 경험도 많고, 나이도 있고, 경기에 뛸 선수다. 그런데 물어보니 주장을 해본 적이 없다더라. 물어보니 3일 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사실 바로 한다고 했으면 더 생각해봤을 것인데 그렇게 말하니 더 믿음이 갔다. 3일 뒤 하겠다고 하더라. 묵묵하게 팀 분위기를 잘 이끌고 있다. 말이 없는 편인데 부주장 김부관이 천방지축 떠드는 스타일이라 서로 역할이 잘 맞고 있다.”

전북을 떠나 수원FC에서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한 이승현은 훈련장 안팎에서 솔선수범하고 있다. “책임감이 크다. 그 책임감이 도전적인 계기가 되고 있다. 오자 마자 주장을 해서 나도 사실 걱정했다.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갔고, 이름도 빨리 외우고, 최대한 대화를 많이 하려 했다. 짧은 시간에 많이 친해졌다. 외국인 선수들에게 한국의 정서도 이야기해주고, 밖에서 우리 팀을 보는 시선이나, 그 선수들에게 기대하는 것들도 얘기했다. 이제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 서로 느낀 것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당장 한 경기의 결과로 시즌 전체를 예단할 수 없다. 전남 원정이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라는 점을 선수단 모두 잘 알고 있다. 수원FC에겐 클래식 개막전이라는 그 자체가 흥분되는 일이다. 조심스럽지만, 패기는 놓지 않았다. 13일 오후 2시, 광양전용경기장에서 그들의 첫 걸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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