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국 축구의 두 영웅이 씁쓸한 시기를 맞고 있다. 박지성과 박주영, 일명 ‘양박’으로 불리는 두 선수는 2년 전만 해도 변함 없는 한국 축구의 대들보였다.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자신의 역할을 꾸준히 수행했고 박주영은 AS모나코의 주전 공격수로 아스널에 이적했다.

하지만 2년 사이 두 선수가 누리던 입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기회를 잃으며 QPR로의 이적을 택했지만 묘수가 아닌 최악의 수가 됐다. QPR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챔피언십으로 강등됐고 박지성은 팀을 떠나지 않는다면 2부리거가 된다. 박주영에게도 아스널 이적이 악수였다. 아스널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며 경기 감각을 잃어버린 그는 대표팀에서도 설 자리를 잃었다. 올 시즌 셀타비고로 임대를 떠나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 했지만 기대치를 채우지 못했다. 박주영도 사실상 시즌을 접었고 셀타비고는 임대 연장을 생각하지 않는다. 아스널은 곧바로 그를 처분해 새 선수를 보강할 계획이다. 박지성은 시즌을 마치고 조용히 입국했다. 박주영도 비슷하게 돌아올 것이다. 과연 우울한 두 선수에게 어떤 힐링이 필요할까? ‘풋볼리스트’가 추천하는 강추리스트다.


팀장: ‘진짜 사나이’가 돼라
축구라는 일상에 찌들었다면 환경과 분위기를 바꿔볼 필요가 있다. 요즘 일요일 저녁 큰 웃음을 주고 있는 진짜 사나이를 체험해 보면 어떨까? 박주영은 어차피 거쳐가야 할 곳이다. 지난 런던올림픽 동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지만 4주 간의 기초 군사훈련은 받아야 한다. TV에서 나오는 것보다 조금 더 삭막하겠지만 결국 갈 곳이라면 일찍 가는 게 낫다. PT체조도 하고, 유격훈련도 하고, 화생방에 사격훈련까지 하면 천하의 박주영도 대한민국의 보통 남자로 돌아갈 것이다. 운동이라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다양한 환경에서 커 온 소대 동기들과 대화도 해 보고 앞으로 어떤 인생을 그려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해 볼 수 있다. 만일 군대스리가의 기회라도 온다면 박주영은 단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할 것이다. 자신에겐 직업인 축구가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기쁨을 주는지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박지성의 경우 이미 기초 군사훈련을 마쳤으니 ‘진짜 사나이’ 팀에 합류해 보는 건 어떨까? 여름 휴식기에 한번씩 주말 버라이어티에 출연했으니 이번에는 M본부로 갈 차례 아닌가?

한준 기자: 박지성은 대표팀으로, 박주영은 기자회견장으로
QPR에는 박지성이 기대한 장밋빛 미래가 없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마저 은퇴한 마당에 황금기를 보낸 맨체스터유나이티드로 복귀한다는 시나리오도 어렵다. 정상에서 하산 중인 박지성이 다시 불꽃을 틔울 수 있는 방법 중 국가 대표팀 복귀를 추천한다. 대표팀의 2선 공격 자원은 풍부하지만, 박지성은 여전히 대표팀에 자신감, 경험은 물론 경기력 면에서 엔진 역할을 할 수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나선다면 박지성은 화려한 경력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데이비드 베컴의 끝없는 열정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박주영의 경우 오래도록 고사해온 심도 깊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속내를 털어보는 게 어떨까 권하고 싶다. 등장 당시 지나친 세간의 관심이 그에게 상처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상처와 아픔은 피해야 낫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맞서야 이겨낼 수 있다. 박주영이 마음을 연다면 그에게 날 선 시각을 보이는 팬과 언론도 그의 편으로 돌아설 수 있다. 축구 경력에 위기를 맞은 박주영에게 필요한 것은 믿음과 지지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선 박주영이 먼저 대중에게 다가설 필요가 있다. 팬과의 소통은 프로 선수의 의무다. 단지 축구만 하고 싶다면 아마추어 축구를 해야 한다.

류청 기자: 평창동, 차붐의 집으로 가라
어려울 때 몸을 기댈 곳은 같은 길을 먼저 걸어본 선배 밖에 없다. 유럽이 아시아 축구에 무지했을 때, 모든 편견과 무시를 딛고 전설적인 기록을 남긴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은 박지성과 박주영에게 가장 큰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선배다. 차붐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두 사람이 서울 모처에서 만난 뒤 네비게이션에 종로구 평창동 ***-**번지를 입력한 뒤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택시를 타도 된다! 물론 사전에 연락은 필수다. 두 선수가 찾아온다면 차 전 감독도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차 전 감독이 직접 지은 집에서 차붐의 향기와 조언을 들으면 길이 보일 것이다. 차 전 감독이 구체적인 길을 제시해주지는 않겠지만, 대가와의 만남은 큰 울림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윤진만 기자: 당신들을 사랑하는 피난처로
두 다리 멀쩡한 양박에게 “지금 당장 피난해!”라고 하면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 두 선수에겐 피난처가 필요하다. 피난처란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장소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위험에 맞서 오랜기간 안전하고 편안하게 머물러야한다. 박지성은 네덜란드 에레데비지에, 박주영은 K리그로 피난하라고 권하고 싶다. 두 리그는 두 선수에게 유럽 진출의 꿈을 이루게 해준 곳이다. 박지성은 PSV에인트호번에서 활약을 인정받아 맨유에 입단,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고, 박주영은 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한 뒤 AS모나코로 이적하여 유럽무대로 진출했다. 힘들 때 한 번 고향에 찾아가면 감정 치유가 되는 것처럼 다음 목표를 위해 한번쯤 고향같은 리그에서 뛰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만약 두 선수가 옛 리그로 돌아간다면 입단할 구단은 모두가 생각하는 그 곳이 되면 금상첨화겠다.

정다워 기자: 스카이 다이빙에 도전하라
양박 모두 추락할 만큼 추락했다. 이왕 추락한 거, 스카이 다이빙을 하며 4km 상공에서 떨어져 보는 게 어떨까. 일단 해내고 나면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다. 스트레스 풀기에도 그만이다. 지난 1년 동안의 마음 고생을 한 번에 털어버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휴식기를 이용해 경치 좋은 해외로 나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건 어떨까. 아, 장소는 호주의 케언즈를 추천한다. 하늘 아래로 보이는 경치가 끝내준다.

사진=ⓒRM18 Photo Agency/게티이미지코리아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