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목포] 권태정 기자= 장슬기(22, 인천현대제철)에게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바로 ‘쌈닭’이다.

장슬기는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한국의 우승을 결정지었던 마지막 페널티킥의 주인공이었고,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우승 당시에는 득점왕과 최우수선수를 차지했다. ‘리틀 지소연’으로 불리며 2013년 말 일본 아이낙고베에 입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보낸 지난 1년 동안 녹록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일본 대표팀 선수가 즐비한 아이낙고베에서 주전 경쟁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장슬기는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대표팀과도 더욱 멀어졌다. 동갑내기 친구인 이소담, 이금민이 ‘2015 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뛰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을 삼켜야 했다.

장슬기는 지난 12월 WK리그 드래프트를 통해 인천현대제철에 입단했다. 해외 생활을 접고 국내 무대에 들어온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주변 사람들도 많았지만, 장슬기는 확고했다. 이후 다시 대표팀에서 만난 다른 선수들은 “슬기가 눈빛부터 달라졌다”고 했다.

지난 4일부터 목포에서 대표팀 전지훈련에 참여한 장슬기는 ‘2016 리우올림픽’ 예선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6명 중 6명이 탈락하고 20명이 남는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간절함이 바탕이 된 결과다.

“일본에서 보낸 1년 동안 많이 성숙해졌고, 간절함을 배운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의 마음이라던가, 그런걸 잘 몰랐었는데 일본에서 많이 알게 됐죠. 간절함이 몸에 배인 것 같아요. 별명이 새로 생겼어요. 쌈닭이라고…(웃음)”

장슬기가 훈련과 연습경기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치열하게 임하는 것을 본 다른 선수들이 붙여준 별명이 ‘쌈닭’이다. 대표팀의 막내이지만 당차고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경기에 뛰든 뛰지 않든 대표팀에 있다는 거 자체가 정말 쉬운 게 아니잖아요. 경기에 안 나가면 나가는 선수들에게 뒷받침이 되려고 노력하고, 또 경기에 나가면 안 뛰는 선수를 위해서 더 열심히 하게 된 것 같아요.”

장슬기는 공격수이지만 지난 ‘2016 중국 4개국 친선대회’에서는 측면 수비수로 기용되기도 했다.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청소년 대표 때도 간혹 측면 수비로 뛰었던 장슬기의 멀티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높이 사고 있다. 장슬기는 “어느 자리에서 뛰든 이 자리(대표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가능한 모든 위치에서 열심히 뛸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예선에서 만날 일본은 장슬기가 특히 지고 싶지 않은 상대다. 일본 대표팀에는 아이낙고베에서 함께 하던 동료들이 많아 그만큼 잘 알고 친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지고 싶지 않다.

“일본한테는 다들 지기 싫을 테지만, 일본에서 뛰었던 (지)소연 언니나 저, 지금 뛰고 있는 (조)소현 언니는 더 지기 싫을 거예요. 일본에서 지내면서 승부욕이 엄청 많이 생겼어요. 친할수록 더 경쟁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일본이 계속 올림픽 본선에 나가던 강팀이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거예요. 우리도 만만치 않을 거예요. 우리도 잘 준비 해왔으니 승산이 있어요.”

한국은 29일 북한전을 시작으로 일본, 호주, 중국, 베트남을 연이어 상대한다. 6개팀 중 2팀만이 올림픽 본선에 나갈 수 있다. 북한, 일본이라는 강팀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본선 진출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장슬기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진짜. 이게 패기인지는 모르겠는데요. 코칭스태프들과 선수들 모두 한 마음이라면 진짜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확신할래요! 북한도 충분히 이길 수 있어요. 우리가 전략적으로 팀 플레이를 잘 펼친다면 이겨요. 백프로.”

‘쌈닭’으로 변신한 장슬기는 승부욕에 불타고 있다. 일본에서 얻은 간절함이 장슬기의 새로운 무기가 됐다. 장슬기는 일본에서의 1년이 “터닝포인트가 된 것이 아니라, 터닝포인트이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올림픽 본선 진출은 새 출발점에 선 장슬기의 첫 번째 목표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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