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이부스키(일본)] 권태정 기자= “여러분은 프로입니다!”

6일 오후 진행된 울산현대의 멘탈 코칭 수업에서 윤영길 한국체육대학 교수가 말했다. 지난달 31일 울산에서 시작해 2일 일본 가고시마 이부스키로 전지훈련을 떠나온 뒤까지 꼬박 일주일 간 진행된 멘탈 코칭의 마지막 시간에 나온 말이었다. 윤 교수는 “경기에 뛰던 뛰지 않던 항상 준비돼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이 일주일간의 합숙 멘탈 코칭을 실시한 것은 이번 동계훈련에서가 처음이다. 지난해 한 차례 단발성 강의를 가졌던 것에서 벗어나 보다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수업을 받기 위해서다. 울산은 지난해 부진의 해결책 중 하나로 윤 교수를 초빙해 멘탈 코칭 강연을 진행했고, 선수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일주일간 매일 한 시간 가량의 수업을 듣는 일은 선수들에게도 생소한 것이었다. 힘든 동계훈련 기간 중에 따로 공부까지 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수업이 진행될수록 선수들의 태도는 달라졌다.

대전시티즌에서 이적해 온 서명원은 “원래는 쉬어야 할 시간에 수업을 받게 되니까 처음에는 좀 왜 해야 하는 지 의아하기도 했다. 그런데 수업에 참여하다 보니 배울 것도 많았고, 윤 교수님이 워낙 재미있게 이끌어 주신다. 도움이 많이 된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강의만으로 수업 시간을 채운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조별 활동을 통해 과제를 해결하게 하고, 선수가 직접 이를 발표하게 하는 등 소통을 위주로 한 수업이었다. 처음에는 소극적이던 선수들도 점차 마음을 열고 자신을 표현했다. 훈련이 끝난 뒤나 쉬는 시간에 먼저 윤 교수를 찾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선수들도 점차 늘어났다.

경기 중에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 선수들이 직접 토론하고 발표하는 시간에 모두의 공감을 얻었던 것은 ‘실수 했다고 서로 비난하지 않기’, ‘욕하지 않기’, ‘짜증내지 않기’ 등이었다. 경기 중 질책보다 격려를 하자는 공감대는 수업을 벗어나 실제 훈련과 연습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올 시즌 부주장을 맡은 구본상은 “실수해도 괜찮다, 잘했다고 말해주고, 잘했을 때 엄지 한 번 세워주는 것들이 사소해 보여도 굉장히 큰 역할을 하더라”고 말했다.

마음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꺼내보는 시간도 있었다. 한 명씩 돌아가며 그간 고맙게 생각했던 사람에 대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 대상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고 말한 뒤, 윤 교수가 준비한 사탕을 가져다 줌으로써 마음을 전했다. 평소라면 낯간지러울 수 있는 일이 멘탈 코칭 수업을 통해서는 가능해졌다.

구본상은 “선수들이 처음에는 좀 쑥스러워 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재미있게 참여한다. 올해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있는데, 빨리 친해지고 서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되는 시간이 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정환 감독 역시 멘탈 코칭으로 인한 선수들의 변화를 느꼈다. 윤 감독은 “보통 강연을 듣는다고 하면 싫은 표정을 하는 선수들이 많을 텐데, 뒤로 갈수록 선수들의 집중력이 좋아졌다. 눈빛이 초롱초롱하다”고 말했다.

일주일간의 수업을 마친 윤 교수는 7일 한국으로 돌아간 뒤, 이달 중순부터 한국여자축구국가대표팀의 멘탈 코치를 맡아 ‘2016 리우올림픽’ 예선을 함께한다. 울산과도 올 시즌 동안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윤 교수는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통로로 선수들과 계속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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