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이부스키(일본)] 권태정 기자= “아픈 과거 이야기를 자꾸 하면 안 되는데… 이제 새로운 시작에 대해서 이야기하죠!”

울산현대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는 구본상(27)에게 윤정환 감독은 부주장을 맡겼다. 구본상은 갑작스레 얻은 중책이 얼떨떨하고 어색하다. 구본상은 “주장을 맡은 (김)태환이보다는 덜하겠지만 부담이 많이 된다. 다른 형들한테 의지를 많이 해야 할 것”같다고 말했다.

새 주장과 부주장의 선임은 울산의 크고 작은 변화 중 하나에 불과하다. 울산은 2016시즌을 앞두고 많은 선수 변화를 겪었다. 울산의 얼굴이라 할 수 있었던 김신욱, 김승규가 각각 전북현대와 빗셀고베로 이적했다. 그리고 이정협, 서정진, 서명원, 김인성, 이기제, 정산 등 새로운 얼굴들이 빈 자리를 채웠다.

구본상은 “(김)신욱 형이나 (김)승규는 울산에 오래 있었고 그만한 성과 보여줬기 때문에 그 역할을 인정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난다. 밖에서 보기에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긴 하겠지만 축구에서 선수가 팀을 옮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른 좋은 선수들이 왔기 때문에 허전하다고 생각하면 안될 것 같다.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 점점 맞춰 나가면서 떠난 선수들 이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에서의 첫 시즌은 구본상에게 아픈 기억이 됐다. 울산은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시즌 초반 10경기 연속 승리가 없었던 적도 있었고, 시즌 중반에는 강등을 걱정하기까지 했다. 울산은 스플릿시스템 도입 후 처음으로 하위스플릿에 속하는 굴욕을 맛봤다. 시즌 막판 분위기를 반전해 11경기 무패를 거두며 7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

구본상은 “뭘 해도 안 되는 것 같은 시간이 있었다. 승점 3점 쌓을 경기를 1점밖에 못 쌓고, 1점 쌓을 것을 아예 못 쌓고 하는 것이 반복되다 보니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개막 후 초반 몇 경기에서 잘되다가 무너지니 팀이 겉잡을 수 없이 흐트러졌다. 딛고 일어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뭐가 문제였다고 꼬집어 말하기가 힘들다. 하나의 문제가 있으면 그것만 고치면 됐을 텐데 그게 아니다 보니 힘든 시간이 길어졌다”고 회상했다.

구본상은 “힘들었던 이야기는 그만하고 싶다. 이제 새로운 시작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며 웃었다. 힘든 시간을 지나온 것도 팀으로서 좋은 경험이 됐을 거라는 믿음을 보였다. 선수단 개편을 비롯해 울산의 달라진 분위기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구본상은 “훈련장에서나 생활하는 면에서나 분위기가 더 좋아졌고, 재미있다.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감독과 선수들의 사이의 간격이 좁아진 것도 울산의 변화 중 하나다. 구본상과 함께 울산에서의 2년차를 맞은 윤 감독에게도 지난 시즌은 아픈 경험이었다. 1년이 지나고 감독과 선수들 사이의 벽이 좀더 낮아졌다. 윤 감독이 보다 적극적이고 다정다감하게 선수들에게 다가가면서 그간의 데면데면함이 사라져가는 중이다.

선수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구본상은 “사실 감독님은 원래 그런 분인데 우리가 잘 몰랐던 것 같다. 한국 문화에서는 감독님이라 하면 괜히 어렵고 그렇지 않나. 어려운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감독님 마음을 좀더 알 것 같다. 우리도 피하기보다 잘 받아들이고 먼저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상의 이야기는 인터뷰 이튿날 윤 감독의 입으로도 증명됐다. 윤 감독은 멘탈 코칭 수업이 끝난 후 선수들 앞에 서서 “좋은 이야기들을 해주고 싶은데 말로 전달이 잘 안될 때가 많다. 내가 원래 그렇게 무섭거나 불편한 사람이 아니다. 알고 보면 여린 면도 많은데 감추고 있는 것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올해로 K리그 5년차를 맞은 구본상은 스스로를 “아직 멀었다”고 표현했다. 구본상은 “여전히 경기에 나설 때 긴장이 많이 된다. 1년차 때나 똑같다. K리그는 매 경기가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구본상은 “매 순간이 성장의 과정과 발판이 될 것”이라며, 올 시즌에는 “공격포인트를 많이 올리는 것이 성장을 위해 노력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구본상은 달라진 울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울산의 올 시즌 목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다. 구본상은 “새로 온 선수들, 특히 인천에서 온 (김)인성이나 수원에서 온 (서)정진이한테 기대가 많이 된다. 재미있을 것 같다. 여기(일본 전지훈련)서부터 시작이다. 좋은 호흡을 보여주겠다. 작년 부진을 씻을 방법은 올 시즌 좋은 성적으로 보여주는 것 밖에 없다”며 의지를 다졌다.

사진=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
'치차리토 멕시코 대표팀 친구' K리그 입성...입단식까지 마쳤다
호날두에게 '위대한 영감을 불어넣은 '한국 예술가' 찾았다
'이청용 친정' 볼턴, 폭삭 망했다...'임금 모금' 엽기
'손흥민의 토트넘' EPL '닥공' 1위...맨유 '처참'한 기록
[특강 모집] 축구계 취업을 위한 강의! 풋볼리스트 아카데미 3기! 2월 개강!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