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키리시마(일본)] 류청 기자= 중학교 3학년 나이(16살)에 FC서울 유니폼을 입은 소년은 29살 청년이 됐다. 미래군에서 성공적으로 성장한 소년은 그 유니폼을 그대로 입고 결혼(2015년)까지 했다.

13년. 고요한은 서울과 따로 떼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선수다. 고요한이 없는 서울은 상상하기 어렵고, 다른 유니폼을 입은 고요한도 그리기 어렵다. 그만큼 고요한과 서울의 관계는 당연하다. 그래서일까? 서울의 전지훈련지인 키리시마로 오는 기차 안에서 서울 홍보담당자가 문자메시지로 “누구를 인터뷰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고요한을 빼놓고 말했다. 너무 당연하면, 두드러지지 않을 때가 있다.

‘사오정(45세 정년)’의 시대다. 평생직장이라는 표현은 사라졌다. 축구선수의 ‘이직 사이클’은 더 짧다. 고요한의 의미는 작지 않다. 숙소에 짐을 풀면서 ‘아 고요한이 있었지’라고 머리를 칠 수밖에 없었다. 고요한에게 묻고 싶었다. 고요한이 경험한 서울의 변화, 성장, 특징 그리고 자신의 변화까지. 호텔 로비에 나타난 고요한에게서 2007년 처음에 봤던 고요한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울의 중고참, 한 가정의 가장이 된 고요한은 그만큼 성장해 있었다.

아래는 고요한과의 인터뷰 전문.

-오랜만이다. 지난해 결혼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전지훈련을 떠났다. 아내에게 좀 미안하지않나?
아내 친구들이 놀린다고 하더라. 결혼하자마자 과부가 됐다고(웃음). 계속 해외로 나가고, 앞으로도 원정 경기가 있으니까 놀리는 것 같다.

-얼굴이 좋아진 것 같은데, 결혼 생활은 행복하나
행복하다. 그리고 축구선수로서도 달라졌다. 스스로도 안정감이 들 정도다. 운동할 때도 좋다. 책임감 때문에 힘들 때도 한발 더 뛰고 참게 되더라.

-16살에 FC서울에 왔다. 그리고 이제 29살이 됐다.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처음에 서울과 5년 계약했다. ‘5년 언제 지나가나’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13년이 지났다. 서울에 감사하다. 내 인생의 반을 여기서 보냈다. 여기서 하고 싶은 축구도 하고, 결혼도 했다. 감사한 마음이다.

-그럼 서울서 가장 연차가 많나?
지금 남아 있는 선수들 중에서는 최고다. 아직 최다 연차는 아닌 것 같다. 1년 선배인 (고)명진이형을 따라잡으려면 6개월 더 해야 한다. 명진이형이 작년 여름에 나가지 않았나.

-고명진 이야기가 나온 김에 물어보고 싶은 게 생겼다. 선수들은 외국 리그에 대한 환상 혹은 갈망이 있지 않나?
경험이나 성장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것 같다. 내 자신이 한 단계 더 올라가려면 다른 리그에서 다른 선수들과 뛰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해외에 대한 관심이 있는 게 사실이다. ‘나는 여기서 그냥 머물러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솔직히 든다. 하지만 여기서 레전드가 되는 것도 그만큼 좋은 일이다. 정체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13년을 한 직장에서 보내면 부장 정도 되는 거 아닌가? 이제 후배들에게 서울이라는 팀에 대해 설명해줄 나이가 됐다
하…(웃음) 어떻게 하다 보니 13년이 흘렀다. 예전에 (김)병지 삼촌가 나이차이가 정말 많이 났다. 그런데 최근에는 신인선수들과의 나이 차이가 8~9살이다. 정말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웃음). 국내 선수들 가운데 4번째로 나이가 많다. 귀네슈 감독님이 서울을 떠난 지 10년 됐나? (기자: 7년이다) 그것 봐라. 여기 정말 오래 있었다.

-서울의 격변기를 직접 겪었다. 서울은 어떤 팀인가?
경기할 때, 지고 있어도 질 거라는 생각을 안 한다. 골은 들어갈 거고, 그래왔다는 생각을 한다. 상대팀에 있다가 우리팀으로 이적한 선수들도 그렇게 말한다. ‘서울과 하면 방심할 수 없다’고. ‘내가 있던 팀은 이기고 있어도 불안했다’고. 그게 서울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은 2010년 우승한 이후 상위권에서 계속 경쟁하고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이기는 습관’, ‘위닝 멘털리티’가 생긴 것인가? 생겼다면 그 시점은 언제인가?
2012년이었던 것 같다. 2010년에도 우승을 했지만, 2012년과는 조금 달랐다. 그때는 나가면 무조건 ‘오늘은 이겼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질 경기는 비겼고, 비길 경기는 이겼다. 선수들과 항상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게 기억난다. ‘이겼다. 용돈 벌었다(웃음).’

-2012년에 바람을 탄 서울은 2013년 AFC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1차전을 치른 광저우가 ‘서울을 못 이길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었다고 들었다
못 이겼지 않나(웃음). 그게 아쉬웠다. 2차전에서 차라리 졌다면 서운하지 않았을 텐데, 2경기 모두 비기고 준우승했다. 아직도 뭔가 마음 한 구석에 안타까움이 남아있다.

-그래도 좋은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다시 돌아온 데얀도 “동료들은 바뀌었지만, 서울은 바뀌지 않았다”고 하더라
우리는 골을 넣을 수 있는 팀이다. 경기가 되지 않는 날에도 ‘그래도 골은 들어갈 것이다’라는 믿음이 있다.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경기를 뛸 때 불안감이 적다. 서울에만 있어서 잘 몰랐는데, 다른 팀 선수들은 그런 생각을 잘 안 한다고 들었다. 그게 서울의 힘이다.

-선수들끼리 훈련장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나
오늘도 자체경기를 하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는 한 번 패스 실수하면 바로 골을 내주냐’고. 상대가 한 한 번의 실수를 골로 연결할 수 있는 팀이다.

-우승경쟁할 상대가 너무 강하다. 전북현대는 김신욱까지 영입했다
(김)신욱이까지 전북으로 가다니(웃음). 우리에게도 데얀, (박)주영이형, 아드리아노가 있다. 새로 합류한 (신)진호, (주)세종이도 좋은 선수다. 경쟁력이 충분하다. 올해는 슬로우스타터가 아니라 빠르게 출발할 수 있는 팀이 될 것 같다.

-새로운 선수들이 많다. 올해 서울이 펼칠 축구는 어떤 모습인가?
일단 수비를 탄탄히 하면서도 공격적인 부분도 날카롭게 가다듬고 있다. 수비가 안되면 경기를 이길 수 없다. 이번에도 한일전 봤겠지만, 계속 공격한다고 경기 내용을 가져갈 수는 없다. 우리는 수비와 공격을 모두 잘할 수 있는 선수들을 보유했다. 나 또한 공격적인 성향이다. 수비를 탄탄히 하면서 어느 지역에서든 바로 바로 역습할 수 있는 축구를 할 것 같다.

-그럼 아내에게 우승반지를 끼워줄 수 있는 건가?
한 번 끼워줘야 하는데(웃음).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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