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권태정 기자= 한일전에 대한 각오는 우리만 남다른 것이 아니었다. 한국과 일본은 각자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경기에 임했고, 더 노련한 쪽은 일본이었다.

데구라모리 마코토 감독은 30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승리한 후 “후반전 역전이 가능할 거라고 예상했다”고 밝혔다. 승자의 호기로만 볼 수는 없다. 경기 내용 면에서 일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반전 동안 경기를 주도하며 선제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후반전을 시작하자마자 추가골까지 터지며 경기를 보다 쉽게 풀어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이후 경기 주도권은 점차 일본에게 넘어갔고, 일본은 후반 22분부터 14분간 3골을 몰아치며 역전했다.

데구라모리 감독은 처음부터 후반전에 승부수를 뒀다. 전반전에 많은 체력을 소모한 한국의 기세가 후반 들어 한풀 꺾이리라는 것을 예상했다. 일본은 이번 대해 내내 보여준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꾸준히 유지했고, 후반전에 체력이 떨어진 한국은 일본의 빠른 측면 역습을 막아내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다양한 전술을 시도했던 한국은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가장 잘하는 것”을 들고나왔지만, 대회 전체에서 보여줬던 유연성을 경기 안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다. 2골 차로 앞선 상황에서 침착한 경기 운영을 하지 못했고, 순간의 방심으로 연달아 골을 허용했다.

반면 일본은 후반 2분 진성욱의 골이 터진 이후 잠시 동안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회복하고 침착하게 자신들의 경기를 풀어갔다. 데구라모리 감독은 한국에게 체력적 부담과 방심이 찾아온 시간대에 적절한 선수 교체를 했고, 교체 출전한 타쿠마 아사노가 매서운 움직임을 보이며 2골을 성공시켰다.

신태용 감독은 “한일전에는 각오가 필요 없다”며 필승을 다짐했지만, 전략적인 준비에서 데구라모리 감독에게 패했다. 한일전에 대한 각오가 남다른 것은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데구라모리 감독은 “이번 승리가 지난 대회들에 대한 좋은 복수가 됐다”고 말했다. 데구라모리 감독은 ‘2012 런던올림픽’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 한일전에서 모두 패한 바 있다. 이번 한일전을 더 철저히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충격적인 2-3 역전패는 ‘2016 리우올림픽’을 준비하는 신태용호에게 잊어서도 안되고 잊을 수도 없는 굴욕이 됐다. 숙적에게 우승컵을 빼앗겼고, 한국은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최종예선 한일전부터 이어지던 올림픽 최종예선 무패 행진을 34경기에서 마치게 됐다. 낭만과 패기의 바탕에 냉철함이 필요한 경기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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