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수원삼성은 두 시즌 연속 K리그 클래식 준우승에 그쳤다. 2연속 우승을 차지한 전북현대의 사정과 비교하면 이유는 간단하다. 스쿼드의 두께가 다르다. 전북은 장기 레이스를 버텨낼 체력이 있다. 선발과 벤치 멤버가 탄탄하다. 베테랑과 젊은 선수, 외국인 선수와 유망주의 조화가 적절하다.
수원도 구색은 갖췄다. 전북과 비교하면 2%가 부족했다. 2년 연속 눈 앞에서 우승컵을 놓쳤다면 조치가 필요하다. 선수 보강을 위한 투자를 하거나, 감독을 교체할 수 있다.
감독 교체는 명분이 없다. 서정원 수원삼성 감독은 2013년 부임 이후 매년 구단 예산이 줄어드는 와중에 꾸준히 팀을 성장시켰다. 서정원 감독의 성과는 분명하다. 부임 전 수원은 단조로운 패턴의 롱볼 축구를 했다. 팬심을 잃었다. 선수단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따로 노는 모래알 스타군단 같았다. 지금 수원은 끈끈하다. 현대 축구가 지향점으로 삼는 패스 플레이를 통한 공격 축구를 구사한다.
그렇다면 우승을 위해 필요한 것은 선수 영입이다. 그런데 지금 수원삼성의 행보는 그와 반대다. 남아줘야 할 선수도 떠나고 있다. 최근 일본과 중국으로 향한 골키퍼 정성룡과 수비수 오범석이 떠난 공백은 대체가 불가능하다. 리호승 수원삼성 사무국장은 "물색은 하고 있는 데 마땅한 선수가 없다"고 했다. 자금은 충분치 않은데 기준은 높다. 이적 시장에서 '아이 쇼핑'에 그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떠난 선수보다 뛰어난 선수를 데려오자면 돈이 많이 든다. 비슷한 경험치를 갖춘 선수를 데려올 바에 둘을 잡는 편을 택해야 했다. 그 보다 나이 많은 선수는 고려대상이 되기 어렵다. 젊은 팀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수원에서 중간 연령대 없이 괴리가 생길 수 있다. 그 보다 어린 선수들은 경험이 더 필요하다. 어떠 선수도 선뜻 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장 염기훈은 장기 재계약으로 잡았지만, 다른 선수들에게 같은 조건을 적용하지 못했다. 이유는 경영 효율화, 그리고 유스 중심 정책이다. 올 시즌 수원삼성은 8명의 선수를 영입했다. 7명은 유스 출신 신인 선수, 1명은 일본 도쿠시마보르티스에서 활약해온 김종민이다. 김종민도 만 23세로 젊은 선수다. 아직 조율 중인 고려대 공격수 김건희도 유스 출신으로, 즉시 전력 보다는 장래성을 보고 있는 자원이다.
▶ 2연속 준우승, 수원삼성이 우승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리면 수원삼성은 최고의 스타를 한 자리에 모아 우승컵에 도전하는 ‘갈락티코 정책’을 썼다. 불황의 시대, 클럽의 재정 자립과 독립이 우선 목표가 된 현 시점에서 수원삼성은 우승컵 보다 자생력 강화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제 K리그에서 적자를 내면서 우승컵을 얻는 것은 무의미하다. 냉정히 말해 K리그는 돈을 벌 수있는 시장이 아니다. ACL은 상금 규모가 확대되고, FIFA클럽월드컵 진출 기회가 주어지지만 중국, 중동 세력과 자금 경쟁이 불가능하다.
운영 주체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수원삼성은 냉정한 선택을 내렸다. 당장 성적은 포기하더라도, 유소년 선수 육성 및 배출을 만들겠다는 장기적 목표를 두고 팀을 운영하고 있다. 예산이 제한된 상황에서 서정원 감독에게 우승컵과 성적을 강요하지 못하는 입장이다.
유스 육성을 통해 결실을 보려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3년 간 꾸준히 팀을 만들어온 서정원 감독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성적에 대한 욕심을 무시할 수 없는 감독의 입장에서는 힘이 빠질 수 있다. 서정원 감독은 ‘풋볼리스트’와 전화 통화에서 “3년 간 팀 리모델링을 마쳤는데 기둥이 되는 선수들이 빠져나갔다. 이제는 기둥부터 다시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
서 감독은 2015시즌을 시작하며 “어떤 대회든 우승컵 하나는 들고 싶다”고 했다. 올 시즌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감독이라면 당연히 경기에 나가 이기겠다는 욕심이 있지만. 지금은 우승을 말 할 때는 아닌 것 같다.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기 위해 해야할 일이 많다.”
연봉과 투자금이 꼭 성적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금수저-흙수저론’이 시사하듯, 지원의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뜻밖의 기회가 예상치 못한 스타를 낳기도 한다. 수원삼성의 지난 3년 최고 성과라 할 수 있는 것은 권창훈의 성장이다. 23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규정, 수원삼성의 경영효율화 과정 속에 많은 기회를 얻었다.
영화 ‘베테랑’의 명대사처럼 돈이 없다고 가오(자존심을 뜻하는 일본식 속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원삼성은 그래도 수원삼성이다. 부임 4년 차를 맞은 서정원 감독도 이제 베테랑 지도자로 향하고 있다. 프로스포츠는 승리와 우승을 숙명으로 삼지만, 우리 시대는 ‘성과주의’를 뛰어 넘는 다른 가치를 찾고 있다. 시련이 사람을 성장시킨다. 가시밭길의 끝에 약속의 땅이 기다릴지 모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삼성 제공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
'레알 감독 지단'을 향한 전세계인의 찬사...심지어 베컴도 축전 보냈다
[긴급 인터뷰] 이승우-백승호 발탁한 바르셀로나 핵심 관계자 '마케팅용 아니다'
'포르투갈 거상'이 택한 남자, 석현준 이적 5년 계약 '초대박'
맨유 잉여자원 투표, '꼴찌' 펠라이니...AC밀란 이적?
'여전히 생생한 박지성 옛 동료' 캐릭, 현역 400경기 금자탑 달성, 쾌거!

